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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원 귀국’이라던 외교부…사이판에선 "언제 돌아가나"

중앙일보

입력

제 26호 태풍 '위투'로 쓰러진 사이판 공항 앞 나무. 독자 김모(36)씨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저기서 기념사진도 찍더라"고 전했다. 사진 독자 제공

제 26호 태풍 '위투'로 쓰러진 사이판 공항 앞 나무. 독자 김모(36)씨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저기서 기념사진도 찍더라"고 전했다. 사진 독자 제공

제26호 태풍 ‘위투’로 사이판 공항이 폐쇄되면서 고립됐던 한국인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외교부는 28일까지도 ‘29일 전원 귀국 예정’이라 발표했지만 현지에서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번 태풍으로 사이판에 발이 묶인 한국인들이 모인 단체카톡방에선 28일에도 “내 표가 당장 11월 1일이고 항공사는 연락도 없는데 무슨 29일 전원 귀국이냐. 택도 없다”며 “내일이면 만 8일째인데 난 언제 들어가나”는 푸념이 넘쳐났다.

슈퍼 태풍 '위투'로 사이판에 발이 묶인 한국 관광객을 태울 대한민국 공군의 C-130 허큘리스 수송기가 27일 사이판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슈퍼 태풍 '위투'로 사이판에 발이 묶인 한국 관광객을 태울 대한민국 공군의 C-130 허큘리스 수송기가 27일 사이판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현재 사이판 현지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3가지다. 사이판-괌을 오가는 우리나라 공군 수송기를 타고 나와 괌에서 비행기를 타거나, 예약된 항공권을 들고 순번을 기다리거나, 아침 일찍 공항에 나가서 선착순으로 티켓을 사거나다.

우리나라 공군 수송기는 27일 171명, 28일 330명의 한국인을 괌으로 실어날랐다. 29일 현재 177명을 추가로 수송했다. 괌으로 이동한 한국인들은 28일 특별편성된 항공기를 타고 순차적으로 귀국한다. 다만 외교부는 괌을 거쳐 인천과 부산으로 들어오는 사이판 체류 한국인의 정확한 숫자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 연락도 못 받았다"…현지 불만들 

현지에 발이 묶인 한 관광객은 “‘노약자, 임산부 응급환자 우선 탑승’이고, 나머지는 연락줄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내용밖에 못 받았다”며 “27일 티켓인데 항공사에서도 연락 온 바가 없고, 내일 아침 그냥 일찍 공항에 나가서 선착순 티켓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온 김성수(36)씨도 “오늘 새벽 6시에 나와서 1등으로 티켓을 샀다”며 “3살 미만 가족들을 위해 수송기를 포기했는데 꼭 그런 사람들만 탄 건 아니더라. 4살‧6살 아이들까지 해서 800불을 주고 티켓을 새로 샀다”고 전했다.

결항 소식에 일찍 티켓을 바꾼 게 더 손해였다는 사람도 많았다. 박지원(42)씨는 “27일 출국 표를 31일로 일찍 바꿨더니, 오히려 후순위로 밀렸다”면서 “하루에 숙박비만 해도 150달러씩 더 쓰고, 아이들도 집에 가고 싶다고 보채는데…돈 쓰면서 재난체험 확실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27일 항공권을 취소하고 11월 1일자 표를 다시 예약한 김모(36)씨도 “상식적으로, 결항이라는데 티켓을 변경 안 하는 사람이 어딨냐"며 "취소했기 때문에 순서에서 밀렸고, 결국 선착순 표를 끊었다”고 전했다.

'29일 전원 귀국' 슬그머니 철회한 외교부  

태풍 '위투'로 사이판에 발이 묶였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풍 '위투'로 사이판에 발이 묶였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엔 사이판-인천 특별기 1대가 편성됐지만 탑승객 258명 중 한국인은 93명이었다. 29일부터는 우리나라 국적기 4대(아시아나 1대, 티웨이 1대, 제주항공 2대)가 사이판 공항을 출발해 인천으로 들어온다. 이날 항공기의 최대 수용인원은 869명이지만, 민항기들은 대부분 기존 예약자들을 연계해 태우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인만 타는 건 아니다. 가장 큰 규모의 항공기를 보내는 아시아나항공은 “요즘 사이판-인천 노선의 한국인 예약 승객은 절반 이하”라면서 이번 특별편도 그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사이판 현지 항공편은 31까지는 모두 결항이고, 특별기 몇대만 운행한다. 29일 오후 현재 제주항공 2편이 현지시간 11시 사이판을 출발해, 한국인 369명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중이다. 외교부는 29일 “항공기 편성 스케줄을 기준으로 최대 수용인원으로 계산해, ‘가장 빠를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며 “현재 항공기에 한국인만 타는 게 아니라 실제 귀국은 더 늦어질 듯”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현재 외교부는 '29일 대부분의 국민들이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항공 운항 사정에 따라 일부 국민들이 내일까지 체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상태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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