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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특별기획] “민간의 자발적 참여 눈에 띄어 공기업의 적극적 동참 필요해”

중앙일보

입력

무너진 공동체 회복은 한국 사회의 주요 어젠다…영국·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민간 활동이 활발

이종수 | 제3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심사위원장 인터뷰

이종수 제3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심사위원장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공기업들의 적극적 참여 필요성 등을 역설하고 있다.

이종수 제3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심사위원장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공기업들의 적극적 참여 필요성 등을 역설하고 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미래교육원장)는 민간의 치안 서비스 참여에 관해 깊이 있게 연구해 온 대표적인 학자다. 영국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그는 행정안전부 자문위원, 국민권익위원회 자체평가위원, 헌법재판소 제도개선 위원 등을 지냈다.

제3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심사위원장으로 추대된 이 교수는 김태영 경희대 공공대학원장, 김진욱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이창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와 함께 한 달여간 심사를 진행한 끝에 20개 수상자를 선정했다.

이 교수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응모한 기관·기업·단체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눈에 띄었다. 앞으로는 공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3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도 했고, 경찰청 자문도 맡았었다. 특히 경찰개혁위원회에서는 수사권 독립 등 여러 해 동안 (고민을) 같이 했다. 30여 년 전 영국에서 유학했을 때도 그곳 지방의회에는 치안위원회가 있었다. 선진국에서는 그만큼 치안을 중시하고 있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심사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각자의 분야가) 달라서 오히려 좋았다. 공동체나 지역사회를 전공하는 내게 새로운 힘이 됐다.”
심사기준이 궁금하다. 160여 개 단체가 응모했으니 단순 경쟁률만 대략 8대1 아니었나?
“첫째는 적합도, 즉 (단체들이 추진한 사업이) 범죄예방과 적합한지 타당성(해당 기관과 범죄예방의 연관성)을 봤다. 다음으로 실제 성과, 그 다음 난이도(주민이나 시민단체의 어려움 극복 여부)를 주목했다. 이렇게 세 가지 기준에 의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심사 과정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이었는가?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민간의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특히 범죄예방과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자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사회공헌 일환으로 사회적 가치에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무너진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의 주요 어젠다다. 이 어젠다가 촉발되고 발화돼야 하는데 좀 늦은 감이 있다.”

캐나다는 신도시 건설 초기부터 민간이 자발적 동참

1.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행인의 눈길을 끄는 담장. / 2. 어두운 곳이 없도록 조명기구를 촘촘히 설치한 지하주차장.

1.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행인의 눈길을 끄는 담장. / 2. 어두운 곳이 없도록 조명기구를 촘촘히 설치한 지하주차장.

한 달여 동안 심사 과정을 거쳤다. 가장 주목한 부분은?
“범죄예방 실적이 좋은 곳(기관·기업·단체)에 주목하는 한편 (해당 지역의) 사건·사고도 유심히 살펴봤다. 기업의 경우 전반적인 건전성과 함께 사회적 가치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했다.”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나?
“경찰은 해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으로 경찰은 민간의 자발적인 협력을 견인하고 있다. 그런데 실상 민간의 활동을 견인하는 툴(tool)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격려해주는 상의 가치가 굉장히 크다고 본다. 범죄를 예방하는 동기나 에너지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이 상의 가치와 의미를 평가하고 싶다.”
수상자 20개 가운데 공공기관(지자체)의 특징은 무엇인가? 또 어떤 단체가 가장 돋보였나?
“아무래도 서울시가 발상이나 규모 면에서 경쟁력이 있었다. 인천여성가족재단이나 대한건축사협회 광주광역시건축사회 같은 곳들은 사회단체로서 일찍부터 지속적으로 범죄예방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기업들의 경우 범죄예방에 좀 더 초점을 맞췄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기업들은 포괄적인 안전 개념이 강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서울시는 (범죄예방 활동에) 총체적으로 접근했다는 특징이 있다. 민간의 경우 서울서부경찰서 녹번여성방범대(제2회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수상단체)의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자율방범대가 대부분이었다. 한국 사회 공동체 강화를 위해 보다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민간의 치안 서비스 참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영국에는 네이버후드 워치(neighborhood watch, 이웃 간 상호방범활동) 정책이 있다. 이웃을 살펴보고 도와주면서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치안 서비스 공동생산이 되도록 한다. 다시 말하면 주민과 경찰의 협업을 유도하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도 치안 부문에 민간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재건축이나 신도시 건설 때 초기부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기업들이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셉테드, 즉 범죄예방 환경설계가 확산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공기업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현재 지자체·기업·시민사회 3개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 시상 영역을 4개로 세분화했으면 한다. 공기업 부문을 별도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셉테드 정착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린다.
“시·군 가운데 안전도시를 선정해서 상을 주는 것이다. 사고나 재난보다 범죄예방과 치안을 위주로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지역은 살기 좋은 도시’라는 프레임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의 참여와 대중적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기자 park.jo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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