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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마친 이재명 경기지사 "이젠 도정에 집중하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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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여배우 스캔들' 연루 의혹을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9일 경찰에 출석했다. 현직 단체장이 수사 당국에 출석한 건 김경수 경남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지사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면서 "사필귀정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 지사 29일 분당서 출석, 현직 단체장으론 두번째 #"도민에 죄송,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행정한 일 없다" #제기된 의혹 많아 오후 8시30분쯤 경찰서 나와 #"형님 입원은 형수가 한 일, 도정에 집중하고 싶다"

29일 오전 분당경찰서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지사. 최모란 기자

29일 오전 분당경찰서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지사. 최모란 기자

이날 오전 10시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선 이 지사는 "경기지사의 1시간은 1300만 경기도민의 시간의 가치가 있다. 이 귀한 시간에 도청을 비우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배우 스캔들'에 언급된 배우 김부선씨가 '(이 지사에게) 점 빼느라 수고했다'는 글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린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경찰에서 조사하면 다 밝혀질 일"이라며 "인생사 다 새옹지마다. 행정을 하면서 권한을 사적인 용도로 남용한 적이 없고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행정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묻는 말엔 "일부 경찰이 오버한 건 분명한 것 같다. 대한민국에 경찰만 있는 것은 아니고 검찰도 있고 법원도 있기 때문에 결국은 순리에 따라서 진실에 접근할 것이고 합리적인 결론이 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는 경찰 출석 전날인 28일 오후 자신의 SNS에 "강제입원 직권남용 수사…. 촛불 정부 소속 경찰이라 할 수 있겠느냐. 국민의 법정에 맡긴다"는 장문의 글을 올리고 경찰 수사에 대해 반박했다.

29일 오전 분당경찰서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지사. 최모란 기자

29일 오전 분당경찰서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지사. 최모란 기자

이 지사는 또 "이런 사건에 대한 관심보다는 우리의 삶을, 나라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며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여기에 관심 좀 가져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국감에서 언급됐던 "탈당을 권유한 당내 세력"을 묻는 말엔 "당은 국민의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나가라 할 수 없다. 이 나라는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어떤 국민도 다른 국민에게 대한민국을 떠나라고 할 수 없다. 당이 국민의 것인데 누가 누구 보고 나가라고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위는 지난 6월 이 지사가 방송토론 등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김부선 씨 관련 의혹을 부인(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하고 성남시장 권한을 남용해 형을 강제입원(직권남용죄) 시켰다며 고발했다. 또 이 지사가 구단주로 있었던 성남FC에 여러 기업이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원 이상을 지불(특가법상 뇌물죄, 또는 제3자 뇌물죄)한 것 등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과 한 시민도 각각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와 '일베 가입 및 검사사칭 허위사실 공표'로 이 지사를 고발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유명 로펌인 법무법인 화우에 자신의 변호를 맡겼고 경찰은 이에 맞서 변호사 출신 경찰관 4명이 포함된 전담팀을 꾸리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단체와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들로 양분된 분당경찰서 앞[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보수단체와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들로 양분된 분당경찰서 앞[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날 경찰 조사는 오후 5시30분쯤 끝났다. 그러나 이 지사가 조서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출석한 지 10시간여 만인 오후 8시30분쯤 경찰서를 나왔다.

이 지사는 조사를 마친 뒤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했다. 형님 강제 입원은 형수가 한 일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며 "당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일을 했다는 것을 경찰에 충분히 소명했다. 이 일은 경찰과 검찰 판단에 맡기고 이제는 도정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 조사는 주로 친형 강제입원 의혹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배우 스캔들은 당사자인 김씨가 진술을 거부해 사실상 조사가 어렵다고 한다.
이 지사는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후 3시30분쯤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와서도 "(친형 강제입원 의혹은) 논리적으로 죄가 안 되는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일부 혐의에 대해선 서면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 지사가 외부에서 식사하겠다고 해 식사 후 오후 4시30분쯤 조사를 재개했는데 이후 일부 쟁점 사안에 대해선 진술서를 제출하면서 '이것으로 대체하겠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추가 재출석을 요구하면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겠다'는 출석 거부 의사도 밝혔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 진행 상황을 종합 검토해 이 지사를 재소환하거나 검찰에 송치할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보수단체와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들로 양분된 분당경찰서 앞[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보수단체와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들로 양분된 분당경찰서 앞[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한편 이 지사의 출석을 앞둔 분당경찰서 앞은 오전 이른 시간부터 몰려든 이 지사의 지지자와 보수단체 회원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서 정문을 중심으로 좌우와 경찰서 앞에 이 지사 지지단체 2곳(280여명)과 보수단체 1곳(30여명)이 나뉘어 섰고 "이재명 힘내라", "이재명을 구속하라"는 구호가 엇갈렸다.
경찰은 6개 중대를 배치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이날 오전 8시55분쯤 이 지사의 지지자 모임에 온 것으로 추정되는 A씨(55)가 경찰서 앞 집회 현장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A씨를 수술한 의사는 "병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의 시신을 유가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다.
성남=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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