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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마사회도 고용세습 … 부인·조카를 ‘꿀알바’ 이어 정규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이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이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마공원 아르바이트, 통행료 징수원 중 상당수는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의 친인척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권 판매직 5496명 정규직 전환 #직원 친인척 98명도 포함돼 혜택 #서울시설공단 혼잡료 징수원도 #정규직 50명 중 12명 직원 배우자

28일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마사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1월 1일 부로 5518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중 99.6%인 5496명은 마사회가 운영하는 렛츠런파크(경마공원)에서 마권 교환 및 발매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여기엔 재직자의 친인척 98명이 포함됐는데, 이들이 선발 및 전환 과정에서 친인척 우대를 받았을 거라는 주장이 나왔다. 1년3개월간 마권 발매 아르바이트를 했던 A씨(29)는 “경마공원 아르바이트는 상당수가 마사회 직원이 친인척을 ‘꽂아주는’ 형태로 뽑았다”며 “이렇게 뽑힌 사람들 대부분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건 특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경마공원에서는 토·일요일 이틀간 경주가 열린다(서울 기준). 발권 업무 등 근무자는 이틀간 총 15시간을 일할 경우 근무기간 등에 따라 한 달에 최대 80만원(세전)을 받을 수 있다. 대학생 등으로부터 ‘꿀알바’로 꼽혔다. 임직원 친인척 상당수가 이런 자리의 정규직 전환 혜택을 봤다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이 되면 6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을 뿐 아니라 4대 보험 가입, 연차·주휴수당·퇴직금, 근속수당과 같은 복지 혜택이 추가된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직원들이 친인척 등에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해준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르바이트 채용도 블라인드 방식을 통해 이뤄졌기에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규직 전환 작업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찾아내 채용 심사 관리를 더욱 엄격히 하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 현황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 현황

일각에서는 마권 발매 같은 단순 업무를 굳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이 업무를 했었던 B씨(여·30)는 “전문성이 필요 없어 아르바이트 이상의 자리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측은 “도박 중독자나 음주자는 물론 흉기를 들고 오는 사람도 있다”며 “이런 위험성을 고려하면 4대 보험 가입과 같은 복지 혜택은 꼭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2014년 12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서울시설공단의 혼잡통행료 징수원 48명 중 10명은 서울시설공단 직원의 배우자로 밝혀졌다. 이들은 1999~2011년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입사한 후 정규직이 됐다. 이외에도 2016년 정규직 공채로 입사한 2명 역시 직원의 배우자였다. 이들까지 합치면 징수원 50명 중 12명은 직원의 배우자다. 이에 대해 서울시설공단 측은 혜택을 누리기 위한 고용세습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혼잡통행료 징수 업무는 터널의 매연과 운전자들의 악성 민원 등으로 근무 조건이 열악하고 임금이 낮아 이직자가 많았다”며 “고용 형태가 정규직이 된 이후엔 이직자가 드물어 결원이 발생했을 때만 공개 채용한다”고 해명했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어긴 사례도 대거 드러났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39곳의 정규직 전환자 3784명 가운데 308명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입사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이 중 38명은 근무기간 2개월 미만의 초단기 전환자로 확인됐다.

현 정부 출범 후 한국정책방송원(KTV)에 입사한 5명 가운데 3명은 4일만 근무한 뒤 초고속으로 정규직 전환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실기 조교 52명을 정규직 전환했는데, 8명이 임용 2개월 만에  전환됐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현 근로자(2017년 7월 기준) 전환 원칙’을 제시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김 의원은 “가이드라인조차 따르지 않은 채 정규직 전환을 하면서 채용 비리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하남현·김다영·조소희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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