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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신청 없는데 1만명 더 늘리는 청년고용장려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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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원석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원석 경제팀 기자

장원석 경제팀 기자

정부가 지난 24일 경기 둔화와 고용 부진에 대응하겠다며 긴급 처방을 내놨다. 5만9000개의 맞춤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데 뜯어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일자리는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5300명), 농촌 생활환경 정비(5000명), 전통시장 환경미화(1600명) 등이다. 누가 봐도 한두 달짜리 일자리다. 고용 쇼크에 정부가 숫자 늘리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와중에 아예 대놓고 단기 일자리라도 만들겠다고 나선 셈이다.

각론을 파고들면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정부가 밝힌 5만9000명에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대상 1만명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처음 만든 이 장려금은 중소기업이 청년을 고용하면 임금을 연 900만원까지, 최대 3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형편이 어려워진 중소기업이 추가로 인력을 채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비판이 컸다.

8월 23일 ‘청년 일경험드림사업’에 참여하려 광주광역시청을 찾은 청년 구직자들 . [사진 광주광역시]

8월 23일 ‘청년 일경험드림사업’에 참여하려 광주광역시청을 찾은 청년 구직자들 . [사진 광주광역시]

실제 효과도 없었다. 당초 정부의 목표는 9만명이었다. 하지만 올해 예산 집행률은 48.8%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고용노동부가 지방청별로 할당해 신청을 독려하는데도 이렇다. 장려금을 다 쓰지 못해 목표를 못 채우는 형편에 과연 1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돈을 준다는 데도 왜 신청자가 적을까? 사업이 잘되는 중소기업은 장려금이 없어도 사람을 뽑는다. 반대의 경우라면 장려금이 있어도 고용을 못 한다. 정부가 900만원을 주더라도 나머지 연봉은 회사가 부담하니 여력이 없으면 고용을 안 하는 게 낫다. “고용 보조금은 기업 입장에서 어차피 고용했을 사람을 고용하면서 보조금을 챙기는 것이기 때문에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분석이다.

이런 형태의 고용장려금은 2016년 2조8351억원에서 2019년 5조9204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고용난은 더욱 심화했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투입하는 재원은 국민 세금이고, 그 돈은 민간 투자와 소비에 쓰일 돈이다. 정부의 씀씀이는 민간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좋은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만든다. 정부의 역할은 규제를 풀고, 시장을 북돋워 기업이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민간이 역동성을 회복하면 재정을 쏟아붓지 않아도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에 진입한 미국·일본 경제가 그렇다.

장원석 경제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