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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차 대형주 쏠린 코스피 … 하락장에 더 크게 떨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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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 주가지수가 유독 더 많이 하락하는 ‘코리아 패싱’ 현상의 저변엔 국내 증시 대표주 추락이 자리한다.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초대형 종목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게 주가 하락기에 독(毒)이 되고 있다.

패싱 당하는 한국 증시 #삼성전자·현대차 줄줄이 ‘신저가’ #시총 1위 삼성전자 비중이 20% #미·중·일 증시 10% 넘는 기업 없어 #완충 작용할 중소형주 못 키워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에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최근 1년간 최저치(52주 신저가) 기록을 줄줄이 깼다. 시총 1·3위인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를 비롯해 SK하이닉스·셀트리온·현대자동차·포스코·LG화학이 해당 종목이다. 업종은 반도체와 제약·바이오, 자동차, 철강, 화학. 모두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산업이다. 이들 종목의 주가는 이달 1~26일 -8.34%(SK하이닉스)부터 -23.23%(셀트리온)까지 가파르게 추락했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현대차는 이달 중 신저가 기록을 4~5차례나 갈아치우며 침몰 중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도체 업종은 지난해부터 해외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반도체 경기 정점론과 미국 정보기술(IT) 업종 주가 하락의 충격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제약·바이오 업종 주가 부진에다 끊이지 않는 회계 감리 논란을 이유로 셀트리온 등 제약·바이오 업종도 크게 하락했다. 현대차가 25일 지난해 대비 ‘반 토막(-49.4%)’ 수준의 1~3분기 영업이익을 내놓은 것도 국내 증시 하강에 기름을 부었다.

물론 반도체와 자동차, 바이오 종목 부진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만 해도 이달 들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5.64%, 아멕스 생명공학 지수가 15.69%나 하락했다. 그런데도 한국 증시가 다른 국가 증시보다 더 많이 하락하는, 코리아 패싱 현상이 나타난 이유 중 하나는 이들 업종의 한국 내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와 블룸버그 통계를 보면 26일 기준 시총 1위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6%다. 다른 주요 증시 어디를 봐도 한 종목이 전체 증시 시총의 20%를 웃도는 현상은 찾을 수 없다. 미국 다우존스지수 구성 종목 중 시총 1위인 보잉은 비중이 9.87%다. 홍콩 항셍지수 시총 1위인 HSBC홀딩스(9.77%), 일본 닛케이225지수 시총 1위인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9.71%)도 10%를 넘지 않는다. 신흥국 증시 대표주자 중 하나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만 봐도 시총 1위 중국공상은행(5.52%)과 2위 페트로차이나(4.80%)를 합쳐도 10% 남짓이다. 한국만이 시총 1위 종목이 코스피 20%를 독식하는 기형적 구조다. 코스피 상위 10개 종목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98%에 이른다. 이들 종목 대부분이 흔들리면서 자연스럽게 코스피가 다른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소수 대형주 편중 현상은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이다. 그나마 주가 상승기엔 외국인이 대형주를 ‘싹쓸이 매수’하면서 전체 주가지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주가 하락기에는 이 현상이 한국 증시의 최대 약점이 됐다. 공교롭게도 반도체 경기 정점론, 자동차 산업 위기론, 제약·바이오 회계 논란 등 시총 상위주를 둘러싼 악재가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한국 증시 전반의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작지만 강한’, 위기를 버텨낼 수 있는 중소형 종목을 키우는 데 소홀했던 것이 증시 위기 상황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나 기업이나 투자를 늘린다곤 했지만 불확실성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고, 설비투자 지표는 계속 마이너스(-)인 상황”이라며 “기업 보유 현금을 투자로 이끌어 낼 수 있게끔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이후연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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