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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온라인 시스템이 ‘못난이 과일’ 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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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성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유통이사

정성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유통이사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국회에서 ‘농산물 제값 받기와 가격안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피땀 흘려 재배한 농산물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농민들은 한탄을 쏟아냈다. 특히 올해는 봄철의 냉해, 여름철의 기록적인 폭염 등 이상기온 현상의 여파로 농산물 생산량이 줄면서 소비자 가격이 올랐고, 등외품도 많았다. 등외품은 당도나 품질은 같으나 선별과정에서 중량이나 외형상의 문제, 특·상품 규격미달로 인해 발생하는 이른바 ‘못난이 과일’이다, 유통 과정에서 특·상품 가격의 30~50% 미만 선에서 거래되며 보통은 잼이나 음료 등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등외품의 경우 유통 판로를 찾지 못하면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폐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맛이나 신선도 등 품질 면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지만, 간발의 차이로 유통 과정에서 등외품으로 분류되어 유통판로를 찾지 못한다. 1년 동안 피와 땀으로 수확한 농산물들이 등외품이라는 딱지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해 폐기되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저가에 판매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농민들에게 경제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여러 고민과 검토 끝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최근 새 유통방식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당도나 품질은 같으나 등외품으로 분류된 거봉 포도와 복숭아를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직거래 기획상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aT는 중소상인 전용 맞춤형 온라인 직거래 시스템인 포스몰(Pos-Mall)을 통해 전국 5곳의 식자재 마트로 유통 판로를 개척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거봉 포도는 30t의 거래량과 1억5000만원의 거래금액을 달성했고, 복숭아는 5t의 거래량과 1500만원의 거래금액을 달성했다. 그 결과, 복숭아 생산농가는 1kg당 1500원이었던 등외품 수취가격을 3000원까지 받게 되었고, 거봉 포도 생산 농가는 1kg당 2500원이었던 등외품 수취 가격을 4500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기존 등외품 단가의 약 2배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aT는 앞으로 계절별 제철과일 중 품질 좋은 등외품에 대한 직거래 기획상품을 확대·개발하고 우수한 산지 유통조직과의 협력을 통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직거래 기획상품이 확대된다면 많은 농가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인 농산물 유통환경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온라인 직거래 기획상품은 이러한 목표를 향한 소중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앞으로 중간 유통단계가 축소된 직거래 유통망이 더욱 확대되어 농가들의 소득증진에 기여하고 나아가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성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유통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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