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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백신 접종으로 노인 질환 예방…의료비 부담 경감에 효과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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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건강한 고령사회의 조건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 추세가 가파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는 고령사회가초래할 건강·사회적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지난 17~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열린 세계가정의학회(WONCA) 학술대회에선 ‘고령자 의료 복지:예방접종의 역할’이라는세션을 통해 고령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전문가들은 질병의 치료가 아닌 예방, 그리고 이를 위한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세션 발표를 맡은 호주 멜버른 오스틴병원 노인병학과 마이클 우드워드 교수와세계가정의학회 김영식 조직위원장을 만나 건강한 고령사회의 조건에 대해 들었다.

마이클 우드워드 교수 #"발병률 높은 대상포진 #호주 정부는 무료접종 #예방률 70%에 달해" #김영식 조직위원장 #"뇌졸중·심근경색·치매 등 #합병증 부르는 대상포진 #백신 맞으면 예방 효과 커"

 (왼쪽) 김영식 조직위원장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주임교수 대한약물역학 위해관리학회 부회장 전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회장 전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오른쪽) 마이클 우드워드 교수 호주 멜버른 오스틴병원 노인병학과 교수 호주왕립의대 의사교육위원회 위원 호주 연방 보훈부 산하 학술지(MATES program) 편집위원 2016년 호주 국민훈장 수여(노인의학·치매 분야 연구 공로)

(왼쪽) 김영식 조직위원장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주임교수 대한약물역학 위해관리학회 부회장 전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회장 전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오른쪽) 마이클 우드워드 교수 호주 멜버른 오스틴병원 노인병학과 교수 호주왕립의대 의사교육위원회 위원 호주 연방 보훈부 산하 학술지(MATES program) 편집위원 2016년 호주 국민훈장 수여(노인의학·치매 분야 연구 공로)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각국의 상황은 어떤가.
마이클 우드워드 교수(이하 우드워드) =고령화는 세계 각국의 큰 고민거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호주의 경우 인구 7명 중 1명이 노인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김영식 조직위원장(이하 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현재 전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이다. 2026년에는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선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되나.
의료비 증가를 꼽고 싶다. 한국의 경우 2017년 기준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69조3352억원 중 65세 이상의 진료비가 27조6533억원으로 집계됐다. 14%의 인구가 전체 진료비의 40%를 차지한다는 것은 노인 질병 부담금이 상당하다는 것을 뜻한다.
노인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떤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나.
우드워드 고령화 사회에선 ‘예방’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노인의 경우 일단 질병이 생기면 쉽게 치료하기 어려운 데다 다른 합병증이 연속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선 예방접종의 역할에 대해 특히 강조했는데.
예방에는 크게 검진과 백신 접종이 있다. 검진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편이다. 백신은 비용 대비 효과가 상당히 크다. 한국은 한 해 1조원 이상을 국가 검진에, 예방백신 무료 접종에 3000여억원을 쓴다. 백신 무료 접종의 비율을 조금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드워드 호주는 복지 예산을 굉장히 까다롭게 쓰는 나라 중 하나다. 효과가 검증된 것만 최소한으로 쓰는 경향이 있다. 국가 검진의 경우 한국보다 훨씬 적은 항목을 시행한다. 하지만 백신만큼은 국가 접종 항목 수가 많은 편이다. 그만큼 비용 대비 예방 효과가 크다고 검증됐기 때문이다.
각국은 어떤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나.
우드워드 최근 노인의 주요 질환에 있어 효과가 검증된 백신이 많이 출시됐다. 대표적인 것이 독감·폐렴·대상포진 백신이다. 효과가 검증됐기에 모두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독감과 폐렴 백신은 NIP에 포함됐지만 대상포진은 아직 NIP 대상이 아니다.
호주가 대상포진 백신을 NIP에 서둘러 포함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드워드 비용 대비 효과가 워낙 확실히 검증됐기 때문이다. 이는 대상포진 백신을 먼저 NIP로 선정한 영국·캐나다·독일 등의 연구에서 밝혀진 데이터를 근거로 한다. 영국은 대상포진 백신을 NIP에 포함시킨 후 대상포진 발병률이 크게 줄었다.
대상포진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노인에서 대상포진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상당하고 합병증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81세 이상 노인 환자의 대상포진 의료비 지출은 282만4000원으로 20~40대의 두 배다. 합병증도 뇌졸중·심근경색·치매 등 다양하고 입원 기간도 길다. 또 최근에는 노인이 대상포진에 걸리면 사망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우드워드 발병률이 높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40세 이상 인구 3명 중 한 명꼴로 앓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만큼 발병률이 높다. 그런데 백신을 맞으면 예방률이 70%에 이른다. 나머지 30%는 설사 발병해도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이 선택 접종(환자 본인 부담)인 나라들은 접종률이 10%도 되지 않는다. 호주처럼 70%까지 올라가려면 NIP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노인 의료 복지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또 어떤 것이 있나.
고령시대엔 만성질환 예방이 중요하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금연·운동 프로그램도 지원돼야 한다.우드워드 예방접종 다음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가 치매다. 고령사회에서 상당히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활발한 대인관계 유지와 사교 활동을 통해서도 치매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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