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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가 특허침해 경고장 보내왔다, 답변 해야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14)

기술 제품 관련 사업을 하다 보면 경쟁사로부터 특허권 침해 경고장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제작 현예슬]

기술 제품 관련 사업을 하다 보면 경쟁사로부터 특허권 침해 경고장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제작 현예슬]

기술 제품 관련 사업을 하다 보면 경쟁사로부터 특허권 침해 경고장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허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제3자가 무단으로 침해했다고 판단할 때 특허 침해 소송 제기에 앞서 경고장을 내용 증명의 형식으로 발송하는 경우가 많다.

발신인이 특허권자인 경고장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유감스럽게도 수신인은 발신인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니 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특허권자의 요구 사항을 이행하라. 그렇지 않으면 발신인은 특허법상 허용되는 일련의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에 대한 수신인의 성의 있는 답변을 2주 내로 회신해달라.”

이렇게 엄중하면서도 단호한 내용의 특허 침해 경고장을 받은 경우 대부분 당황하기 마련이다. 특허권은 무형의 재산이기 때문에 특허권 침해의 판단은 일반 재산권 침해에 비해 매우 어렵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특허권자 또한 자신의 특허권이 정말로 침해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판단에 기초해 특허 침해의 경고장을 송부하기도 한다.

특허권은 무형 재산, 침해 여부 판단 어려워

그러니 경고장을 받았다고 해서 당황한 나머지 법률적 검토 없이 특허권자의 요구 사항을 그대로 이행해서는 안 된다. 일단 특허 사무소에 찾아가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해 상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은 통상 실무적으로 4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그 중 첫 번째 단계를 보자. 첫 번째 단계에선 특허권의 권리 범위를 확인하고 침해 제품이 이 범위 내에 포함되는지를 확인한다.

특허권의 권리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등록 특허 공보를 열람해야 하는데, 등록 특허 공보는 특허등록번호를 통해 국내 특허 DB인 ‘키프리스(www.kipris.or.kr)’에서 조회가 가능하다. 등록 특허 공보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특허청구 범위다. 여기엔 통상 여러 개의 청구항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들은 다른 청구항을 인용하거나 인용하지 않는 형식으로 기재돼 있다.

다른 청구항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기재돼 있는 청구항을 종속 청구항(종속항)이라고 하고 다른 청구항을 인용하지 않는 형식으로 기재돼 있는 청구항을 독립 청구항(독립항)이라고 한다. 독립항은 종속항보다 넓은 권리 범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항의 권리 범위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침해 여부의 대략적 판단이 가능하다.

침해 여부 판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원칙적으로 독립항의 모든 내용이 침해 제품에 빠짐없이 적용돼야 특허권의 권리 범위에 속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특허권자가 이를 확인하지도 않고 특허권자의 판매 제품과 유사한 모방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쟁사에 특허 침해 경고장을 발송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리고 특허권자의 엄중한 경고장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경쟁사는 소모적인 특허 소송에 휘말리기 싫어서 경고장의 요구대로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한다. 그러니 경고장을 받은 경우 특허 사무소를 방문해 법률적 상담을 반드시 받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허 명세서의 청구항 용어는 일반 기술 용어와 다른 형식을 갖고 있어 관련 기술자라 해도 그 해석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허 침해 아니라도 답변서 보내야

특허 침해 경고장을 받았다면 어떠한 경우든 특허권자에게 내용 증명 우편의 형태로 답변서를 발송함이 바람직하다. [사진 pxhere]

특허 침해 경고장을 받았다면 어떠한 경우든 특허권자에게 내용 증명 우편의 형태로 답변서를 발송함이 바람직하다. [사진 pxhere]

만약 검토한 결과 특허 침해가 아님에도 경고장을 송부한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허 침해가 아닌 경우라도 특허권자의 경고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은 자칫 특허권자에게 잘못된 확신을 줄 수 있으며, 이는 특허권자의 무차별적인 권리 행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허권자의 민·형사적 권리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법률 비용이 소요되므로 경고장을 받았다면 어떠한 경우든 특허권자에게 내용 증명 우편의 형태로 답변서를 발송함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답변서의 내용 또한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법률적 근거 없는 무성의한 답변은 특허권자의 권리 행사를 자극할 수 있으니 법률적 검토에 기초한 논리적이면서도 단호한 회신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답변서에는 특허의 청구항을 검토한 결과 특허 침해는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며,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 이상 이후 특허권자의 민·형사 침해 소송 제기 등의 권리 행사는 오히려 손해 배상 청구 대상이 됨과 동시에 형사상 업무 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법률적 검토를 거쳐 충분한 설득력을 갖춘 답변서는 특허권자의 권리 행사의 의지를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허권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특허 침해 소송의 대응에 드는 상당한 법률 비용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itmsnm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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