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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만든 '쿠킹클래스 공유' 스타트업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규열의 나도 한다! 스타트업(5)

"저는 사람을 참 좋아하고 그 사람과의 추억도 참 좋아합니다. 요리는 그 사람과 추억을 연결하는 참 좋은 수단이지요. 제가 40대가 넘어서 공공의 주방이라는 푸드 테크 스타트업으로 창업한 계기를 돌이켜보면 20대의 회사경력과 30대의 요리 경험이 융합되었던 것 같아요. 삶 속에서 경험했던 다양한 방식의 요리에 대한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공공의 주방의 모습을 만들어 온 것 같아요"

판교 제2 테크노밸리 본사에서 공공의주방 안상미 대표와 창업동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사진 전규열]

판교 제2 테크노밸리 본사에서 공공의주방 안상미 대표와 창업동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사진 전규열]

누구나 요리선생님이 될 수 있는 요리전문가 전문플랫폼 ‘공공의 주방’ 안상미(45세) 대표는 삶 속에서 느꼈던 다양한 방식의 요리에 대한 경험들이 쌓여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안 대표를 스타트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판교 제2 테크노밸리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 대표는 20대 호텔에서 인사팀, 영업기획, 홍보마케팅 등의 일을 하다 결혼과 함께 가정과 육아를 위해 회사를 그만둔 일명 경단녀(경력단절 여성)다. 안 대표는 30대까지 가정에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역할에 충실했지만, 제대로 아는 요리라고는 콩나물 다듬는 것밖에 몰랐다고 한다. 요리를 배우고 한두 가지씩 시도해 보고 가끔은 가족, 지인들을 초대해서 대접하다 보니 실력이 늘게 되었다고.

그렇게 보낸 시간과 경험 속에서 40대가 되고 보니 음식이라는 것이 우리의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최고의 수단인 것을 많은 사람이 즐겁게 경험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공공의 주방? 흥미로운 이름이지만 나만의 요리 노하우를 가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요리선생님이 되어 요리를 쉽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쿠킹클래스 공유 플랫폼이다. 쉽게 클래스를 개설하고 수강생 모집도 할 수 있고 요리공간도 대여해 어디서나 수업을 열 수 있는 서비스다.

공공의 주방은 나만의 요리 노하우를 가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요리선생님이 되어 요리를 쉽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쿠킹클래스 공유 플랫폼이다. 사진은 공공의 주방의 쿠킹 클래스들. [사진 공공의 주방 홈페이지 캡쳐]

공공의 주방은 나만의 요리 노하우를 가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요리선생님이 되어 요리를 쉽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쿠킹클래스 공유 플랫폼이다. 사진은 공공의 주방의 쿠킹 클래스들. [사진 공공의 주방 홈페이지 캡쳐]

전통적으로 어머니들만의 공간으로 여겨진 주방이 최근 쉬운 레시피 트렌드에 따라 ’공동’ 또는 ‘공용’의 공간으로 변모, 가족 구성원들 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나홀로족이 많은 스웨덴과 일본 등지에서는 여러 세대가 부엌을 공유해 그곳에서 가족의 역할을 대체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요리’와 ‘식사’의 함의가 ‘배를 채우는 행위’에서 ‘관계 지향적인 사회활동’으로까지 그 의미를 확대해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공의 주방은 ‘소통의 장’이라는 비전을 부여하며 천만가지 즐거운 요리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공공의 주방도 큰 투자 없이 1인 창조기업으로 시작했다. 시장성을 인정받아 4차례 정부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공공의 주방이 만들고자 하는 비전과 가치는 단순히 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2016년 3월 창업한 안 대표는 아는 지인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스타트업 정부지원 사업으로 그해 처음 신설된 여성벤처 협회주관 케어 프로그램에 응모해 선정되면서 창업은 시작됐다.

이어 미래부 주관 6개월 챌린지플랫폼사업, 창 진원주관 선도벤처기술창업 지원사업, 1인 마케팅 지원사업 등 4~5차례 정부지원, 국내외 특허출원 및 최근 7월에는 시드 투자를 유치에 성공하면서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1인 대표가 이만큼 이끌고 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공공의 주방 사업모델이 시장성, 수익성,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검증의 시간이기도 했다.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2017 독일 ‘iF Design Award’에서 브랜드 커뮤니테이션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사진 공공의주방]

2017 독일 ‘iF Design Award’에서 브랜드 커뮤니테이션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사진 공공의주방]

안 대표가 초기 공공의 주방을 기획하며 가장 먼저 고민하고 집중하였던 것이 브랜드였다. 공공의 주방의 주요 고객인 요리선생님과 공간공유자와 수강생들을 직관적으로 정의하고 상호 연결 방식을 브랜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리서치, 선생님 및 공간 호스트 인터뷰 등을 통해 주요 서비스와 경험 방식을 매뉴얼화하는 과정은 힘들고 복잡한 과정이었다. 그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그해 전 세계에서 출품되는 모든 브랜드, 제품, 디자인 중에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며 심사 과정 역시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7'에서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부문 본상을 받게 된 것은 수년간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준비해 온 공공의 주방의 뚝심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볼 수 있다.

'앞치마 리더십' 꿈꾸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가족, 좋은 남편, 좋은 아내,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어요. 요리를 다 잘하고 실력이 좋을 필요는 없어요. 공공의 주방을 통해 내가 할 줄 아는 요리를 하나씩 배워 나가고, 배운 요리를 가족에게 친구에게 대접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공공의 주방 비전이에요. 저는 이것을 공공의 주방의 ‘앞치마 리더십’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현재 모바일 리뉴얼 중인 공공의주방 플랫폼, 2018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다. [사진 공공의주방]

현재 모바일 리뉴얼 중인 공공의주방 플랫폼, 2018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다. [사진 공공의주방]

공공의 주방에서는 요리연구가, 주부, 셰프, 바리스타, 카페주인 등 나만의 요리 노하우와 요리에 담긴 정을 나누고 싶은 분들은 누구나 요리선생님이 될 수 있다. 내 스튜디오가 없더라도 공공의 주방에서 대여해 주는 요리 공간에서 편리하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지불하고 수업을 열 수 있다. 물론 내 공간에 여유시간이 있다면 요리선생님에게 공간을 대여해 주고 클래스를 열어볼 수도 있다.

제철에 나오는 재료를 활용한 클래스를 열 수도 있다, 나만의 시그니쳐 클래스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만약 여행을 하던 중 근처에서 열리는 클래스에서 지역 특산물 클래스를 배워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겠다. 공공의 주방에서의 다채로운 요리 경험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지난 7월 첫 시드 투자를 통해 모바일서비스를 업그레이드 중인 공공의 주방은 2018년 겨울, 새 옷을 입고 본격적으로 당신의 주방을 노크한다.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우리나라, 중산층 기준이 경제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선진국인 유럽. 특히 프랑스의 경우는 별미 하나를 만들어 손님에게 접대할 수 있어야 중산층이 된다고 한다. 타인을 배려해줄 아는 선진국형 중산층을 위한 준비, 누구나가 요리사가 될 수 있는 요리전문가 전문플랫폼 ‘공공의 주방’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jky96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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