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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2+1 상품으로 '착한 사람' 되는 법?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반려도서(51)  

『매일 갑니다, 편의점』
봉달호 / 시공사 / 1만4000원

매일 갑니다, 편의점

매일 갑니다, 편의점

편의점에서 누구나 한 번쯤 1+1, 2+1식으로 덤으로 증정하는 상품을 산 기억이 있을 것이다. 3명이 함께 있었다면 사이좋게 나눠 먹겠지만, 2명 혹은 혼자였다면 남은 제품은 가방에 넣고 문을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아, 물론 요즘은 남은 상품을 보관해두고 나중에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친절한 서비스도 있다지만 그럴 땐 이렇게 해보자.

그날도 김성수는 온장고에서 2+1 음료수를 꺼냈다. 둘이서 세 개를 뭐하러? 녀석의 의도는 뻔하다. 계산을 마치고 음료수 하나는 카운터 위에 그대로 올려놓았다. 편의점 알바생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니까 손에 직접 건네주면서 "이걸로 손 좀 녹이세요" 하고 싱긋 웃는다. 아, 못 말린다. "편의점의 2+1행사는 바로 이렇게 활용하라고 있는 거야." 나는 이 멋진 말을 김성수에게 배웠다. (p.82) 나는 이 멋진 행동을 이 책에서 배웠다. 앞으로 종종 써먹어 봐야겠다.

어쩌다 편의점 인간이 된 남자의 생활 밀착 에세이라는 소개가 달린『매일 갑니다, 편의점』은 저자가 편의점 점주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다. 현대인들에게 편의점은 일상이다. 이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며, 편의점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몰랐던 편의점 상식도 알 수 있는데, 편의점에서 파는 얼음컵에 들어있는 얼음은 깨부술 필요가 없단다. 그냥 액체를 부으면 쉬이 풀어지도록 만들어진 특수(?) 얼음이다. 얼음 깨려다 얼음컵이 깨질 수 있으니 그냥 음료수를 부으면 된다. 편의점 마진율이 가장 높은 제품은 뭘까. 캔커피로 마진율이 60% 수준이다. 가장 낮은 건 담밴데 9%에 그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편의점의 가장 효자 상품은 담배다. 담배 사러 들른 김에 캔커피도 사 먹기 때문이다.

또 하나 몰랐던 사실인데 편의점 음료 냉장고는 뒤쪽에 별도의 문이 달려 근무자가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 부족한 음료를 채워 넣는다고 한다. 이 얘기를 알고 나니 편의점에서 음료를 꺼내면서 혹시나 건너편에서 진열하고 있는 알바생과 눈이 마주치진 않을까 오히려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 눈이 마주치면 친절하게 인사할 작정이다.

책을 읽고 나면 괜히 편의점 상품 진열이 달라 보인다. 상품 진열을 보며 사장님의 성향을 가늠해 보기도 하고 괜히 알바생에게 눈길도 간다. 편의점 점주의 고단함도 보인다. 혹시나 할 것도 없는데, 혹은 회사 때려치우고 '편의점이나' 차릴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자.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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