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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멍청하다” 발언 위법? …아일랜드, 신성모독죄 폐지 국민투표

중앙일보

입력

'신성모독죄'를 명시한 헌법 규정 폐지에 찬성하는 캠페인 티셔츠를 입은 아일랜드인. [로이터=연합뉴스]

'신성모독죄'를 명시한 헌법 규정 폐지에 찬성하는 캠페인 티셔츠를 입은 아일랜드인. [로이터=연합뉴스]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낙태 금지법을 폐지한 아일랜드가 또 한 번 구시대적 법 개정에 나섰다.

BBC는 아일랜드에서 26일(현지시간) 신성모독 금지를 명시한 헌법 조항 삭제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출구조사 결과 71%가 폐지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헌법 40조 ‘신성모독죄’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영국의 지배를 받던 1855년 이후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이는 아무도 없다. 상당수 아일랜드 국민은 헌법에 ‘신성모독죄’ 조항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의 코메디언이자 작가인 스티븐 프라이. [AP=연합뉴스]

영국의 코메디언이자 작가인 스티븐 프라이. [AP=연합뉴스]

하지만 영국의 유명 코메디언이자 작가인 스티븐 프라이가 신성모독죄의 존재를 다시 알렸고, 관련 조항 폐지 주장에 불을 지폈다.

2015년 프라이는 아일랜드 방송에 출연해 “고통과 불평등으로 가득찬 세상을 창조한, 변덕스럽고 야비하고 멍청한 신을 왜 내가 존중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 발언 때문에 신성모독 혐의로 고발당했다.

검찰이 그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수사는 금세 종결됐지만, 아일랜드 사회는 논쟁으로 들끓었다. 국민 다수는 구시대적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가톨릭 관계자들도 ‘신성모독죄’ 조항 삭제에 찬성했다. 이달초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는 “신성모독죄는 매우 구시대적”이라며 “이 법은 세계 다른 지역의 소수민족에 대한 폭력과 억압을 정당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가톨린 교회의 영향력이 크고 서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꼽힌다. 그러나 2015년 전 세계에서 최초로 찬반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고, 지난 5월엔 낙태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35년 만에 폐지하기도 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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