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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구름·우주거울로 햇빛 가리면 온난화 막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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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밤 서울 중구 남산 N서울타워 아래로 '기후변화 대응 지금부터'라고 적힌 메시지가 레이저빔으로 표시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10월1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 개막일에 맞춰 레이저빔 퍼포먼스를 펼쳤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밤 서울 중구 남산 N서울타워 아래로 '기후변화 대응 지금부터'라고 적힌 메시지가 레이저빔으로 표시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10월1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 개막일에 맞춰 레이저빔 퍼포먼스를 펼쳤다. [연합뉴스]

기후 공학(Climate Engineering)

10년마다 0.2도씩 가파르게 상승하는 지구 기온.
오는 2040년이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구 기온이 2도만 올라도 재앙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구 기온 상승이 '도미노 현상'처럼 또 다른 문제를 계속해서 일으키고, 이로 인해 온난화가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을 통해 증폭돼 2100년에는 4~5도까지도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같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없을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땅속에 저장하는 방법은 지난 회에 소개했고, 이번에는 또 다른 방법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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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막기 위해 지구 환경을 바꾸는 것

지난 25일 사이판을 강타한 슈퍼태풍 '위투'. 지구온난화가 지금 추세대로 계속되면 인류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 미해양대기국(NOAA), AP=연합뉴스]

지난 25일 사이판을 강타한 슈퍼태풍 '위투'. 지구온난화가 지금 추세대로 계속되면 인류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 미해양대기국(NOAA), AP=연합뉴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고도 지구온난화를 방지할 방법을 찾으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대기권과 바다 등 지구 환경에 인류가 대규모로 개입하는 이른바 ‘기후 공학’(Climate Engineering)’ 혹은 ‘지구공학(Geoengineering)’으로 이어진다.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의 피해를 막기 위해 또다시 인류가 지구 환경에 대규모로 개입하자는 것이다.
종교적, 정치적인 이유, 윤리적인 이유로 기후 공학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960년대 이후 거론되어 온 기후 공학의 접근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태양 빛을 차단하거나 반사함으로써 지구가 받는 태양에너지를 줄여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결국 태양에서 도달하는 에너지가 100% 우주로 다시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지구가 붙잡는 태양에너지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태양 빛을 차단·반사하려는 것은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줄이거나 우주로 더 많이 되돌려 보내자는 것이다.

지구에 스크린을 씌워라. 태양빛을 차단하거나 반사해 온난화 피해를 줄이려는 아이디어가 기후 공학의 핵심 내용이다. [중앙포토]

지구에 스크린을 씌워라. 태양빛을 차단하거나 반사해 온난화 피해를 줄이려는 아이디어가 기후 공학의 핵심 내용이다. [중앙포토]

둘째는 나무를 대량으로 심거나 사막에 인공식물을 심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자는 방안이다.

지난 회에 소개했던 바이오에너지-탄소 포집·저장(BECCS)이나 단순한 탄소 포집·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제거하는 기후 공학 방법의 하나다.

태양 빛을 차단하는 ‘구름 방패’

해수를 공중으로 분사하는 대형 펌프. 구름을 만들어 햇빛을 차단하자는 아이디어다. [중앙포토]

해수를 공중으로 분사하는 대형 펌프. 구름을 만들어 햇빛을 차단하자는 아이디어다. [중앙포토]

태양 복사 에너지를 조절하는 방법(Solar Radiation Management, SRM)은 태양 빛을 차단·반사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인공위성처럼 우주 공간에 거대한 ‘우주 거울’을 띄워 햇빛을 반사하는 아이디어가 있다.
거대한 거울이나 투명 유리판을 우주궤도 상에 쏘아 올려 지구를 뜨겁게 하는 햇빛을 반사해 차단하자는 것이다.
지름 2피트(약 61㎝)짜리 투명한 원반들을 지구와 태양 사이 궤도에 진입시켜 태양 광선을 반사하자는 아이디어의 경우 무려 16조 개의 원반이 필요하다.
이를 로켓으로 쏘아 올리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 제약 요인이다.

또, 마치 화산재가 하늘을 가리는 것처럼 성층권에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을 뿌려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광선의 양을 줄인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이 기술은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때 20㎞ 상공에서 황산 에어로졸(미세한 물방울)이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태양광선이 차단되면서 지구 기온이 0.5도 내려간 사실에 착안했다.
황으로 가득 찬 로켓을 성층권에서 폭발시키거나 아황산가스를 성층권에 배출함으로써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빛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성비와 오존층 고갈의 위험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풍선을 띄워 공중에 오여물질을 배출해서 태양빛을 차단하자는 아이디어다, [중앙포토]

풍선을 띄워 공중에 오여물질을 배출해서 태양빛을 차단하자는 아이디어다, [중앙포토]

로켓이 아닌 풍선을 띄워 태양광선을 차단할 수 있는 물질을 뿌리는 방법도 제시됐다.

해상에 인공구름을 만들어 띄운 뒤 태양에너지를 차단하자는 제안도 있다.
거대한 펌프로 공중에 바닷물을 뿌려 구름을 만들자는 이른바 ‘구름 방패’ 발상이다.

도시 건물의 지붕을 하얗게 칠해 햇빛 반사율을 높이자는 주장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붕이나 도로를 하얗게 칠해 태양빛을 더 많이 반사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붕이나 도로를 하얗게 칠해 태양빛을 더 많이 반사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세계 곳곳의 거대한 사막을 하얀 플라스틱 시트로 덮어 대기에 반사되는 햇빛의 양을 늘리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모든 사막을 덮는다고 해도 40~60년이나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인공식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라

인공 광합성 [ 일러스트 =김재훈 ]

인공 광합성 [ 일러스트 =김재훈 ]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인공식물의 경우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처럼 인공적인 장치를 통해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기술이다.

미국 등지에서는 플라스틱 합성수지를 이용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수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겨우 0.5 ppm 떨어뜨리는 데에도 1000만 그루의 인공 나무가 필요하고, 또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데 소비되는 전력과 플라스틱 수지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물도 엄청나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5년 8월 미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이 촬영한 뉴욕 인근 바다의 식물플랑크톤 대발생. 바다에 철분을 뿌려 식물플랑크톤이 잘 자라도록 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AP=연합뉴스]

2015년 8월 미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이 촬영한 뉴욕 인근 바다의 식물플랑크톤 대발생. 바다에 철분을 뿌려 식물플랑크톤이 잘 자라도록 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AP=연합뉴스]

식물성 플랑크톤이 잘 자라도록 바다에 철분 비료를 뿌려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드넓은 대양에 부족한 철분을 뿌려 식물플랑크톤이 활발하게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됐던 실험의 결과에서도 나타났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조금밖에 줄일 수 없고, 오히려 해양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최근에는 인위적 해양 알칼리화(Artificial Ocean Alkalinization, AOA)도 거론된다.

미네랄 성분을 바다에 대량으로 뿌려 바닷물의 산도를 약하게 하면, 즉 pH 값을 높이면 기존에 바닷물 산성화도 막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바다가 더 흡수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AOA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너무 높지 않아야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지구 생태계 훼손 우려 목소리도

10월 초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장면 [중앙포토]

10월 초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장면 [중앙포토]

기후 공학은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도 온난화 피해 방지를 위한 수단으로 진지하게 검토를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는 지구공학, 즉 기후 공학을 지구온난화 방지기술로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 공학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비용이 천문학적인 데 비해 효과가 작고 자칫 지구 생태계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기후 공학 기술로 일부 국가가 인위적으로 기상 현상을 조작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지구공학이 자칫 강대국의 전략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국 옥스퍼드대는 지구공학과 관련한 ‘옥스퍼드 원칙’이란 것을 제시하고 있다.
지구공학은 ▶대중을 위해 사용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적용 여부를 결정하고 ▶결과·영향 검증은 별도의 기관에서 진행하며 ▶연구 결과도 대중에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후 공학을 내세우게 되면 자칫 기후변화 방지의 가장 기본인 온실가스 감축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8일 인천 송도에서 폐막한 IPCC 총회에서 채택한 ‘1.5℃ 보고서’에서도 기후 공학을 언급했다.
기후 공학 중에서도 BECCS는 핵심 기술로 제시했지만, 태양복사조절(SRM) 수단은 본격적인 기후변화 대응 기술로는 고려하지 않았다.

중국 네이멍구 석탄화력발전소 [중앙포토]

중국 네이멍구 석탄화력발전소 [중앙포토]

IPCC는 이 보고서에서 “이론적으로는 일부 SRM이 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지만, 큰 불확실성과 지식 간극뿐 아니라 상당한 리스크, 거버넌스와 관련된 제도적·사회적 제약, 윤리적 문제,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인해 SRM을 적용하는 데는 제도적·사회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공학, 특히 SRM의 경우 넘어야 할 장벽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결국 기후 공학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도록 내버려 둔 다음에 뒤늦게 해결하려 드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못 된다는 의견이 아직 많다.
이산화탄소가 미리 나오지 않도록 하는 방법, 즉 화석에너지를 덜 쓰는 산업구조, 사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여전히 가장 확실한 방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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