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태풍 '위투'의 영향으로 발이 묶인 사이판 현지 한국민들을 위해 군 수송기 1대를 27일 새벽 급파했다. 공군 관계자에 따르면 C-130 수송기는 괌에 들러 급유를 받은 뒤 사이판으로 가서 고립된 관광객과 교민들을 괌으로 이송할 계획이다.
공군 수송기는 이날 두 차례 이송 계획을 갖고 있지만 현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만큼 태풍 위투의 위력은 가공할 정도다. 현지에서 태풍 피해를 입은 관광객 이선희 씨는 26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가로수는 거의 뽑혀 있고 전봇대와 전신주가 전부 쓰러져 전깃줄과 나무가 길거리에 엉켜있다"며 "숙소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태풍 상륙 당시 상황은 악마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침대를 일으켜 세워서 바람을 막기 위해 문을 막았지만 결국 (바람이) 문을 밀고 들어와서 문이 약간 부서졌다"며 "저희가 머물렀던 리조트는 완전히 날아갔다. 완벽하게 폐허가 됐다. 지금은 피해가 심한 남쪽이 아닌 약간 북쪽으로 피신해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가공할 만한 태풍이 왔지만 정부나 영사관 측으로부터 어떤 문자도 받지 못했고, 현지 영사관에서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아 1900명 가까운 한국민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번 태풍으로 사이판 공항은 임시 폐쇄 상태다. 현지 교민 2000여명 중 경상자는 1명이고 주택 4가구가 손상됐다는 피해가 접수됐다. 또 귀국 항공편 재개를 기다리던 우리 국민 관광객 1800명은 군수송기를 통해 먼저 괌으로 이송된 뒤 국적기로 귀국할 예정이다. 정부는 "고령자, 임산부, 유아 및 환자 등을 우선 수송할 계획"이며 상황에 따라 수송기 추가 배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