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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공포에 질린 한국 증시 … 미 경제는 3.5% 성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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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호 07면

국내 증시가 침체 국면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하지만 정작 올 3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올 들어 22% 떨어져 침체 늪 #글로벌 수출주문지수 6월 이후 급락 #미국 소비지출 증가로 호황 지속 #성장률 둔화 됐지만 예상치 넘어

코스피는 26일 1.75%(36.15) 떨어져 2027.1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3.46%(23.77) 급락해 663.07까지 밀렸다.

코스피는 이날 정오 직후 2008선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기관 등이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삼성전자 주가는 보합으로, SK하이닉스는 3.5% 넘게 뛰며 코스피의 하락폭을 줄였다. 외국인은 이날도 1760억원어치 정도를 팔았다.

이날 코스피는 올 1월 하순 최고치(2607.1)와 견줘 22% 정도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침체장은 주가가 고점에서 20% 하락하면 시작된다. 일본과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다만 국내 주가의 하락폭이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시아 증시 대부분 하락 흐름을 보였다며, 그중에 한국의 변동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국내 자본시장의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아시아 주가 하락은 하루 전인 25일 미국 다우와 나스닥 지수가 1.63%와 2.95%씩 반등한 것과 반대 흐름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미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종목인 아마존과 알파벳(구글 지주회사)이 올 4분기 이후 매출 전망을 낮춰 제시해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급락했다”며 “그 바람에 아시아 시장이 미국처럼 반등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회사 주가의 시간외 급락은 아시아 시장 참여자들이 무역전쟁 충격에 더욱 주목하도록 했다.

이날 공개된 ‘글로벌 수출주문지수’도 비슷한 영향을 줬다. 영국계 경제분석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수출주문은 무역전쟁 시작(6월) 이후 급감하고 있다. 수출주문지수는 석 달 정도 뒤 교역 규모를 가늠하게 하는 선행지수다. 50 미만이면 교역 위축, 50 이상이면 교역 확대를 시사한다. 수출주문지수 하락은 글로벌 수출 기업의 실적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특히 미국 기업들의 실적 악화 전망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S&P500지수에 들어 있는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평균치는 무역전쟁 영향을 이미 받고 있다. 더욱이 내년 평균치는 무역전쟁 탓에 13%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미국 경제는 올 3분기(7~9월)에도 호황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미 상무부가 내놓은 올 3분기 성장률(예비치)은 3.5%(연율)에 이르렀다. 직전인 2분기(4.2%)보다는 낮지만 월가 예상치(3.3%)보다는 높았다. 상무부는 “미 소비지출이 전분기보다 4%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 덕에 기업의 설비와 재고 투자가 눈에 띄게 줄고 주택경기가 둔화됐음에도 성장률은 예상치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간선거(다음달 6일)를 앞두고 예상보다 좋은 경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그가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이 강화된 셈이다. 하지만 경제분석회사 IHS마킷은 미 성장률 발표 직후 낸 보고서에서 “무역전쟁 탓에 기업의 투자가 줄고 있어 미 경제의 탄탄한 성장을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강남규·이후연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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