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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시장은 안 오고, 한국당 지사는 울고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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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호 08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제39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자 추도객 일부도 함께 따라 울었다. [연합뉴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제39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자 추도객 일부도 함께 따라 울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제39주기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엔 장세용 구미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장 시장은 구미시에서 최초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다. 대신 구미국가산업단지를 찾아 기업인들에게 투자를 요청했다. 지난해 추도식까지만 해도 자유한국당 소속의 전 시장이 행사를 주도한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이날 행사 1시간여 전인 오전 9시30분쯤부터 행사장 곳곳엔 장세용 시장을 비판하는 현수막과 피켓이 내걸렸다. 한 추모객은 행사장 입구에서 ‘박정희 지우기 장세용과 촛불 독재정권 막아내자’란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장 시장은 참석 대신 소형 조화를 행사장에 보냈다.

구미서 열린 박정희 추도식 #장세용 시장 “너무 큰 의미 부담” #진보단체 안 나와 양측 충돌 없어

보수단체 회원들로 이뤄진 ‘박정희 대통령 역사지우기 반대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추도식장 앞에서 반대 서명을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을 지우려는 자들은 경부고속도로에 발도 들여놓지 말라’는 내용의 현수막도 게시했다.

이에 대해 장 시장은 지난 25일 “박 전 대통령 추도식은 원래 민간단체 주도로 하는 것인데 전임 구미시장이 참석해 왔던 것”이라며 “지금은 그 행사에 너무 큰 의미가 부여됐기 때문에 부담이 돼서 피하려고 한 것인데 제가 무슨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은 추모제례로 시작됐는데 초헌관(제사 때 신위에 잔을 가장 먼저 올리는 사람)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아헌관은 김태근 구미시의회 의장, 종헌관은 전병억 박정희생가보존회 이사장이 각각 나섰다. 지난해 추모제례엔 남유진 당시 구미시장이 초헌관을 맡았었다.

추도사에 나선 이 도지사는 미리 준비한 글을 읽으면서 눈물을 참지 못해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추도사에서 “님께서는 살아 생전 국민이 굶주림 없이 모두가 배불리 잘 살아야 한다는 고뇌에 단 하루도 편히 잠 못 드시고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고 말했다. 이 도지사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추모객 500여 명 중 일부도 눈물을 흘렸다.

추모객 백광흠(86)씨는 “박 전 대통령이 먹고 살기 힘들 때 자신의 사리사욕을 버리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했던 것은 온 국민이 다 안다. 이런 행사에 구미시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당초 우려했던 진보·보수단체 간 충돌은 없었다. 진보단체가 행사장에 모습을 비추지 않으면서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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