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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지구 알고 싶어 하면 구글, 인간 궁금해 하면 유튜브 보여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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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호 03면

[SPECIAL REPORT] 유튜브 트렌드매니저 알로카

2005년 4월 23일 ‘동물원에서의 나’(Me at the zoo)란 제목의 18초 동영상이 업로드됐다. 코끼리 앞에서 “코가 길다”고 농담하는 내용이다. 유튜브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13년여 흐른 지금 유튜브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글로벌 비디오 라이브러리가 됐다.

사람들 서로서로 연결되길 원해 #매달 로그인 사용자만 19억 명 #덜 다듬어져도 정직한 소통 먹혀 #최고 유튜버들 영상 점점 길어져 #가짜뉴스 대처엔 플랫폼 정책으로 #사용자들 디지털 문맹률도 중요

“외계인이 우리 지구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면 구글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면 유튜브를 보여줄 것이다.”

케빈 알로카

케빈 알로카

케빈 알로카의 단언이다. 그는 2010년 유튜브 최초의 트렌드매니저가 된 이래 지금껏 유튜브 비디오를 통해 시대를 풍미하는 여러 현상을 파악하고 분석해 왔다. 지난달 『유튜브 컬처(Videocracy)』란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중앙SUNDAY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내 일로부터 얻은 오랜 결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연결되길 갈망하며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그걸 위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트를 염두에 두고 만든 동영상 사이트가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플랫폼이 됐다.
“처음 수년간 미국의 많은 이가 유튜브가 주로 미국적 현상일 것이라고 여겼다. 지금 와서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다. 오늘날엔 매달 로그인하는 사용자만 19억 명으로 90여 개국에 걸쳐 있고 80여 개 언어가 사용된다.”
한국에선 한때 유튜브가 10~20대의 플랫폼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엔 50~60대에서도 빈번하게 이용한다.
“일반적인 추세다. 인터넷 사용 추이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전 연령대가 이용한다는 의미다. 사용 방식이나 비디오 콘텐트의 내용이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15~20년 전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디지털 비디오가 현대 생활의 일부가 됐다.”
‘유튜브스러움’ ‘진짜다움(authenticity)’이란 단어를 쓴 걸 봤다. 어떤 의미인가.
“처음으로 비디오를 찍고 공유하기 용이해졌을 때 유튜브가 그런 비디오 콘텐트의 거처(home)가 됐다. 당시 비디오는 이전 익숙했던 엔터테인먼트와는 다른 것들이었다. 아마추어의 작품 같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거나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부착된 카메라를 이용한 것들이었다. 대단히 사적(personal)으로 보이기도 했다. 오늘날엔 이같이 정직하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듯한 소통을 높이 평가한다.”
소셜미디어에선 ‘바이럴되다(go viral)’는 게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그 의미를 한 집단의 사람에게서 다른 집단의 사람으로 넘어가는 현상으로 규정했더라. 그러기 위한 성공법칙이란 게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일단 당신이 무엇을 성공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만일 전업 혹은 부업 유튜버로서의 의미라면 가장 좋은 전략은 바이럴하는 히트 비디오를 만들려고 애쓰는 대신 당신의 채널을 정기적으로 보는 구독자를 늘리도록 노력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선 헌신과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야 한다. 당연히 당신이 열정을 갖고 다룰 주제나 장르, 관심사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일의 첫 단계는 의당 다른 이들이 경험하길 바라는, 또 다른 이들에게 말할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튜브 사용자들의 사용 양태가 유튜브 연구원들이 예측한 것과 다른 적이 제법 있다고 하던데.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오디언스(동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가 어떤 것에 흥미를 가질지 예측하기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내 개인적으로도 여러 번 깨닫곤 했다. 예를 들어 다른 게이머가 게임을 하는 동영상을 본다는 게 나에겐 일종의 틈새(niche)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프로든 아마든 게이머 동영상이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의 어마어마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 많은 이가 수년간 ‘바이럴’되고 온라인상 관심을 끌기 위해선 콘텐트의 길이가 짧아야 한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유튜브의 최고 크리에이터들의 비디오는 점점 더 길어지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 최고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퓨디파이’란 유튜버는 당신이 올해 책을 쓸 시점에 구독자가 5000만 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확인하니 6700만 명이 넘었더라. 1년에 웬만한 국가의 인구만큼 느는 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나.
“사실 몇몇 채널의 성장세는 나도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다. ‘빅 마블’이란 크리에이터는 지난 한 해 동안 500만 명이 늘었다. 1년 전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이젠 전 세계에 있는 이들이 그가 누군지 안다. 2018년엔 그런 게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 매일매일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느는 만큼 단 시간 내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커진다. 문제는 그러나 오디언스를 유지하는 일이다. 대단히 어렵다. 구독자가 1만 명이든 1000만 명이든 그렇다. 이걸 잘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오디언스와 주기적으로 ‘만나고’ 보다 격의 없이, 또 직접적인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래서 화면 속 인물이지만 가까운 친구가 된다. 그걸 바라보고 반응하는 게 시청자로서가 아닌 공동체의 구성원처럼 느껴지게 말이다.” (※알로카가 언급한 ‘빅 마블’은 음악인 황명훈씨다. 지난해 음악과 비트박스 실력으로 팝 장르 음악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미국의 유명 TV 프로그램인 ‘엘런 쇼’에 소개될 정도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린다.)
‘유튜브는 당신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점차 플랫폼과 일대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공통의 관심사란 게 사라질 수 있다. 이게 장차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사회 자체가 이미 다양한 관심과 시각의 사회였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제한으로 우리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가 그걸 반영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본다. 질문과 달리 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오히려 예상치도 못한 형식의 공통성(commonality)이 발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 연령대가 즐기는 박막례 할머니와 같은 형태일 수도, K팝 아이돌을 위한 각국 팬들의 온라인 축하 이벤트 같은 형식일 수도 있다.”
페이크 뉴스 등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에선 정부 차원에서 규제 움직임도 있다.
“대략적으로 말하면 플랫폼마다 관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방침을 정하고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콘텐트를 보고 만들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우리도 보다 잘 알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디지털 문맹률(digital literacy)’이 중요하다. 오늘날 많은 크리에이터가 이런 이슈를 다룬다. 여러 방면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유튜브도 노력하고 있다.” (※알로카는 그러면서 22일자 수전 보이키치 유튜브 최고경영자(CEO)의 레터를 공유했다. 거기엔 “정책적 관점에서 최고 우선순위에 있는 것 중 하나가 잘못된 정보에 대한 대처”라고 돼 있었다.)
싸이와 BTS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다른 글로벌 스타들과 비교해 이들의 성공 경로는 어떤가.
“단시간 내 글로벌 팝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소셜 비디오 기술을 아주 영리하게 사용해 세계적인 팬 베이스를 만들어낸 엔터테이너들이 적지 않다. 아마도 K팝 가수들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았나 싶다. 단지 음악만 만들어낸 게 아니다. 오디오·비디오가 맞물린 화려한 오락물이자 동시에 팬들도 참여하고 창조하는 일련의 경험들이기도 하다.”
유튜브 비즈니스 책임자인 로버트 킨슬은 “유튜브의 미래는 세상에 아직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무엇”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유튜브는 앞으로도 강세일까.
“(지금의 유튜브는) 이전 세대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미디어의 초기였다. 앞으로 올 몇 년이 중요할 것이다. 아마 오늘날의 유튜브와 미래의 유튜브의 관계는 첫 유성영화와 영화 ‘어벤져스’와 비슷할 수도 있다. 너무 차이를 적게 잡은 것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분명한 건 우리를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연결될 수 있게 해주는 비디오가 우리 대중 문화의 핵심적 부분으로 남으리란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그는 “디지털 비디오 창조성에 관한 한 한국은 대단히 흥미로운 곳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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