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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송에, 색소폰 연주까지…이색 재능기부 경찰관

중앙일보

입력

서금희 파주경찰서 경무과장이 뒷면에 시가 인쇄된 자신의 명함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서금희 파주경찰서 경무과장이 뒷면에 시가 인쇄된 자신의 명함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그 사사로운 일로, 정히 닦아온 마음에, 얼룩진 그림자를 보내지 말라.” 신석정 시인의 시 ‘그 마음에는’ 첫 대목이다.
서금희(55·경정·여) 경기 파주경찰서 경무과장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미소 띤 얼굴로 이 시를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한다. 경찰서를 찾은 시민들에게 인사를 겸해 시를 들려주고 있다. 서 과장은 명함 뒷면에 평소 애송하는 이 시 구절을 시화와 함께 인쇄해 시민들에게 건넨다.

서금희 파주경찰서 경무과장, 시 낭송 #명함 뒷면엔 애송시 구절 인쇄해 건네 #11∼12월 ‘힐링 시 낭송 특강’ 무료 실시 #동두천서 손영재 외근팀장, 색소폰 연주 #‘전국 아마추어 색소폰 경연대회’ 대상 #양로원 찾아 연주회, 거리음악회 공연

서 과장이 시를 낭송해주기 시작한 것은 4년인 2014년부터다. 그는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찰 이미지를 벗고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시를 읽고 낭송하는 게 중·고교 때부터 해온 취미였기에 경찰 업무에 접목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서금희 파주경찰서 경무과장이 경찰서를 찾은 시민들에게 시를 낭송해주고 있다. 전익진 기자

서금희 파주경찰서 경무과장이 경찰서를 찾은 시민들에게 시를 낭송해주고 있다. 전익진 기자

 시민 박상돈(59·자영업·파주시 문산읍)씨는 “밝은 표정으로 시를 읽어주고 반가이 맞아주는 경찰 간부를 대하며 어렵게만 느껴졌던 경찰관의 이미지가 친근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 과장은 재능기부에도 발 벗고 나섰다. 다음 달 6일부터 12월 17일까지 8차례에 걸쳐 ‘힐링 시 낭송 특강’을 실시한다. 경기도 고양시 ‘로뎀나무교육원’에서 시민 50명을 대상으로 시 낭송 실기, 시 낭송가의 시 듣기, 발음 및 발성, 자기음성 체크 등을 총 16시간에 걸쳐 무료로 가르친다. 그는 시민들이 쉽게 시 낭송을 즐길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 ‘시 낭송 교본’도 집필 중이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손영재 동두천경찰서 교통관리계 외근팀장.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색소폰을 연주하는 손영재 동두천경찰서 교통관리계 외근팀장.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경기 동두천경찰서 교통관리계 손영재(46·경위) 외근팀장은 색소폰 연주 솜씨를 발휘해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는 3년 경력의 아마추어 색소폰 연주자다. 지난 9일 ‘전국 아마추어 색소폰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실력자다. 지난 2015년 9월 취미 삼아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프로 연주자로부터 2년간 집중적인 레슨을 받았다.

손 팀장은 색소폰 연주 실력이 늘자 재능기부에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6년부터 3차례에 걸쳐 색소폰 연주 동호인들과 함께 휴무일을 이용해 양로원을 찾아 연주회를 열었다. 동두천시 중앙공원에서는 동호인들과 같이 시민들에게 2차례 색소폰 연주 선율을 선사했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손영재 동두천경찰서 교통관리계 외근팀장.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색소폰을 연주하는 손영재 동두천경찰서 교통관리계 외근팀장.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손 팀장은 “이제는 색소폰 연주 실력이 다져진 만큼 동호인들과 함께 요양원, 양로원 등지를 더 자주 찾아 수준 높은 색소폰 연주를 들려줄 계획”이라며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시민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사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김기출 경기북부경찰청장은 “다양한 개성과 소질을 가진 경찰관들이 자신의 전문적인 재능을 살려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재능기부 활동의 경우 희망 경찰관에 한해 앞으로도 장려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파주·동두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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