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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이다” '위투' 강타한 사이판 아수라장···공항 폐쇄·1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26호 태풍 '위투'가 미국령 사이판을 강타해 현지가 아수라장이 됐다. 인명 피해는 물론이고, 사이판 공항이 24일부터 폐쇄되며 한국 여행객 1000여명도 발이 묶인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사이판공항이 24일부터 폐쇄됐으며, 현재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한국인 여행객이 현지에 1000명 가량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26호 태풍 '위투'가 25일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 섬을 강타하면서 사이판공항이 폐쇄됐다. 왼쪽 사진은 '위투'가 덮친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 섬에서 촬영된 사진. 오른쪽사진은 한국인 여행객이 머물고 있는 사이판의 한 리조트가 태풍 피해를 입은 모습. [로이터, 독자 제공=연합뉴스]

제26호 태풍 '위투'가 25일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 섬을 강타하면서 사이판공항이 폐쇄됐다. 왼쪽 사진은 '위투'가 덮친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 섬에서 촬영된 사진. 오른쪽사진은 한국인 여행객이 머물고 있는 사이판의 한 리조트가 태풍 피해를 입은 모습. [로이터, 독자 제공=연합뉴스]

한국인 관광객 1000명 발 묶여

한국 여행객들은 사이판 현지 상황을 '생지옥'이라며 귀국 방안을 찾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이용해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현지에 발이 묶인 한국 여행객은 현재 정전과 단수에 호텔 등을 구하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 여행객들의 실종·사망·부상 등 피해 접수는 아직 없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천재지변이어서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행객을 호텔로 다시 안내해 기다리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판 현지 상황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여행객은 호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비상계단으로 오르내리는 등 전날 밤은 생지옥이었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여행객은 "길거리 나무들은 대부분 꺾였고 호텔의 경우 저층은 물난리가 난 상태다. 지금 호텔은 단수에, 정전에, 인터넷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난상황으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숙박업체에 비싼 가격으로 비용을 내야 하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단수·정전…호텔 저층은 물난리

더 큰 문제는 현지 항공사들은 사이판공항이 다음 달 25일까지 폐쇄한다고 알렸다는 점이다. 이날 티웨이항공은 26∼28일까지 항공기 운항이 결항해 자동 발급이 불가하며 사이판 노선은 다음 달 25일까지 사이판공항 폐쇄로 항공기 운항이 불투명하다고 안내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태풍 위투로 사이판공항의 주요 시설이 피해를 봐 공항 정상화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운항 재개 여부는 확인되는 대로 홈페이지를 통해 재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날 고객들에게 사이판 노선과 일부 괌 노선까지 결항한다고 공지했다. 괌 노선은 에어서울도 결항 상태다.

다만 여행사들은 공항 폐쇄가 한 달까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태풍으로 여행지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오래 폐쇄는 어렵고, 공항 안전 관련 이슈가 있을 수 있다"며 "관광객은 다른 방법을 통해 귀국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25일 태풍 '위투'가 강타한 사이판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태풍으로 내려앉은 건물 지붕. [AP=연합뉴스]

25일 태풍 '위투'가 강타한 사이판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태풍으로 내려앉은 건물 지붕. [AP=연합뉴스]

“다음달 25일까지 공항 폐쇄”

한편 최대풍속 시속 290㎞의 강풍을 동반한 태풍 위투가 25일 밤 북마리아나 제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북마리아나 제도는 서태평양의 미국령 사이판을 포함해 15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사이판에는 주민과 관광객이 밀집해 있어서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이판 인근 작은 섬들은 전화 불통 등으로 연락이 두절된 상태고, 아직 정확한 피해 내역 조차 집계되지 않고있다.

킬릴리 카마초 하블란 미국 하원 사이판 대표는 "피해가 크다. 작은 전쟁을 치른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현지 당국은 페이스북을 통해 "44세 여성이 버려진 건물에서 대피할 곳을 찾다가 강풍에 건물이 무너져 숨졌다"며 첫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부상자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많은 중요 인프라 시설이 파괴돼 접근 조차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택 지붕 또는 주택 전체가 날아가고, 나무 뿌리가 뽑히기도 했다. 사이판 인근 티니언 섬의 조이 패트릭 산 니콜라스 시장은 "많은 가옥과 중요한 인프라 시설이 파괴됐다"면서 "우리는 현재 전기도, 식수도 없고 항구로의 접근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WP “1935년 이래 가장 강력한 태풍”

사이판 거주자들은 메신저 등을 통해 "2층에서 지붕이 날아가기 시작해 아이들을 데리고 아래층으로 대피했다"면서 "최대 풍속일 때는 강풍이 마치 기차가 달리는 것 같았다. 여태까지 경험한 최악의 태풍"이라고 피해 상황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상사이트인 '웨더 언더그라운드'를 인용해 위투는 미국 본토나 미국령을 강타한 폭풍 가운데 허리케인 '스리'(Three)로 당시 명명됐던 1935년 카테고리 5의 '노동절 허리케인' 이후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고 전했다.

위투는 북마리아제도를 25일 빠져나갔지만 바람이 여전히 강력하고, 곳곳에 쓰러진 전선이 널려있어 재난당국은 주민들의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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