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현재 진행형…‘뉴욕 쇼크’에 한국 증시 악몽, 코스피 2050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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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금융위기가 우려된다.”

미 증시 충격 여파로 코스피와 코스닥 2%대 하락 출발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급락, 나스닥 7년 만의 최악 하락 #관세 인상이 금리 상승 자극, 한국 증시 등 위험자산 탈출 러시 #코스피 2100선 무너진 데 이어 2000선 붕괴 걱정해야할 상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지낸 폴 볼커가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시장을 흔드는 월가 금융가의 탐욕을 제어할 투기 거래 제한법인 ‘볼커룰’의 창시자인 그는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를 우려했다. 볼커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주식시장만 놓고 보면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가 2011년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뉴욕 증시가 충격에 빠졌다. 사진은 2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 [EPA=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가 2011년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뉴욕 증시가 충격에 빠졌다. 사진은 2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 [EPA=연합뉴스]

24일 미국 뉴욕 증시는 7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다우산업지수는 2.41% 하락하며 2만4583.42로 내려앉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09% 떨어지며 2656.10를 기록했다. 최악은 정보기술(IT)주 중심으로 구성된 나스닥종합지수다. 하루 사이 4.43% 하락하며 329.14로 마감했다. 2011년 8월 18일 이후 7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그리스 국가 부도 사태로 촉발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만큼의 충격이 뉴욕 증시를 덮쳤다. 그동안 미국 주가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기술주가 무너지면서 충격을 키웠다. ‘검은 수요일’의 저주는 2주 만에 다시 미국 증시를 덮쳤다. 연이은 하락으로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해야 했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Fed)가 베이지북(경기 동향 보고서, 표지 색이 베이지색이라 이런 이름이 붙음)에서 미국 대부분 지역의 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상승) 수준을 보이고 있고, 관세 탓에 공장들이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는데, 베이지북 발표 이후 시장은 더 큰 낙폭을 보였다”고 전했다.

‘관세 인상→공장 가격 인상→물가 상승→금리 인상’ 순으로 이어지는 변화가 결국 증시 위축을 불러올 것이란 분석이 시장이 팽배하면서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부진 조짐(미 9월 신규 주택 판매지표 전월 대비 5.5% 감소)과 주요 IT 기업의 부진한 실적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조정 폭을 키웠다.

구경회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도 장기간 많이 상승한 부동산 가격에 대한 이견이 많은 상황”이라면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2016년 하반기 이후에도 주택 가격은 높은 상승세가 유지 중인데, 미국에서도 전문가 사이 주택 가격의 과열 여부에 대해 많은 논쟁 중”이라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하락의 충격은 고스란히 25일 한국 증시로 이어졌다.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하락의 충격은 고스란히 25일 한국 증시로 이어졌다. [연합뉴스]

나스닥이 7년 만의 최대 하락률을 기록하는 ‘검은 수요일’이 재발하면서 충격은 고스란히 한국 증시에도 번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50.91포인트(2.43%) 급락하며 2046.67로 출발했다. 연저치 기록이 하루 만에 다시 깨졌다. 24일 코스피 21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이제는 2000선 붕괴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스닥 역시 하루 전보다 20.81포인트(2.98%) 하락한 678.49로 장을 시작했다. 하락률이 3% 가까이 치솟으며 낙폭을 키우는 중이다.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증시 조정이 끝날 기미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외국인이 시가총액 대비 0.4% 이상 순매도한 기간은 9일(거래일 기준)”이라며 “지수 하락이 확대된 것은 거래 대금 급감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고 연구원은 “코스피 200지수와 코스닥 150지수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주식을 빌려 먼저 팔고 이후 매도하는 투자 방식으로 주가가 내려야 차익을 봄) 비중은 2015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줄어든 거래량,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의 증가는 어두운 증시 전망을 보여준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가 실적 고점 논란에 휩싸이며 하락했고, 특히 중국과의 무역 분쟁 발효로 기업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투자 심리 위축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연구원은 “미국 달러 강세가 지속하고 있고 미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으로 (국내 증시의) 하락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낙폭이 확대되기보다는 반발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으며, 장중 중국 증시 변화에 따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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