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일자리 5만9000개 늘린다는데 … 대부분이 초단기

중앙일보

입력 2018.10.25 00:21

업데이트 2018.10.25 08:15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경기 둔화와 고용 부진 등을 타개하기 위해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낮추고,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긴급 처방을 내놓았다. 최근 미·중 무역마찰 등 외부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추가로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한 단기 부양책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간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 역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미·중 통상마찰,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 대외 리스크까지 확대돼 경제·고용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농한기 농촌정비, 시장 환경미화 …
고용 악화에 또 단기 일자리 땜질

국내 유턴 대기업, 중기처럼 지원
위기 때나 쓴 유류세 인하 카드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10년 만에 다시 꺼낸 유류세 인하안이다. 유류세 인하는 세수감소라는 국가 재정 부담을 안고 시행하기 때문에 대형 위기가 닥쳤을 때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 유류세 인하안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딱 두 차례 시행된 바 있다. 특히 이번에는 인하 폭(15%)이 과거보다 더 커졌다. 정부가 겉으로는 ‘현 경제 상황이 위기가 아니다’는 진단을 내놓으면서도 사실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은  “자영업자나 서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경기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재원과 세수 사정을 보고 유류세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류세 인하는 다음달 6일부터 2019년 5월 6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리터당 휘발유는 123원, 경유는 87원, 액화석유가스(LPG)는 30원가량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답보 상태인 민간 투자 프로젝트를 활성화한다. 행정 처리를 간소화하고, 정부가 이해관계 조정에 직접 나서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포항 영일만과 여수 항만 배후단지 등 최소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민간투자 개발사업이 내년 상반기 중 착공에 들어간다. 또한 국내로 유턴하는 대기업에는 중소기업 수준의 보조금·세제·입지 지원 혜택을 주기로 했다. 고용 창출 주체인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그간 일자리 관련 대책이 주로 재정이나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했다면 이번엔 민간의 경제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결국 해답은 민간에 있다는 세간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공기관 등은 맞춤형 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5300명), 농한기 농촌 생활환경 정비(5000명), 전통시장 환경미화(1600명), 라텍스 생활방사선(라돈) 측정서비스(1000명) 등 대부분 초단기 일자리라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고 차관은 “항구적인 기업 일자리가 더 좋겠지만 급한 경우엔 공공기관이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8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 명대 이하에 그치며 고용 부진이 이어지자 내놓은 임시방편적인 겨울나기 대책”이라며 “기업을 위해 내놓은 대책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대 3개월인 탄력 근로 단위 기간도 확대할 예정이다. 탄력 근로는 근로일마다 근로시간을 달리해 주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묘수로 꼽히지만 단위 기간이 짧아 현장에선 기간을 늘려 달라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은 탄력 근로를 1년 단위로도 설계할 수 있다. 김 부총리는 “현행 최대 3개월에서 늘리는 방향으로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연장의 대안이 6개월일지 1년일지는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