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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1억 아꼈는데 집값은 8억 뛰어...멀어진 '10년 뒤 내 집' 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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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분양된 판교신도시 10년 임대 5600여가구가 내년에 소유권을 넘겨주는 분양전환에 들어간다. 분양전환 가격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2006년 분양된 판교신도시 10년 임대 5600여가구가 내년에 소유권을 넘겨주는 분양전환에 들어간다. 분양전환 가격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84㎡(이하 전용면적) 임대 아파트에 사는 박모(55)씨는 13년을 기다려온 내 집 마련 꿈이 깨질 것 같아 속상하다.

10년 뒤 내집 되는 분양전환 임대 #2006년 판교에 첫 분양 #전국에10여만 가구 공급돼 #내년부터 분양전환 시작 #업체·주민 이해 엇갈려 #가격 산정 방식 두고 논란 #분양전환 임대 제도 재검토 필요

그는 2006년 3월 당시 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10년 임대를 분양받았다. 분양주택과 고민하다 자금이 넉넉하지 못해 비용 부담이 적은 임대를 선택했다. 10년간 싸게 임대로 살면서 자금을 모아 분양전환(소유권 이전)을 받을 계획이었다. 당시 10년 임대 청약경쟁(4.9대 1)이 공공분양(3.4대 1)보다 치열했다.

막상 내년 분양전환이 다가오는데 박씨는 소유권을 넘겨받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분양전환 가격이 9억원 이상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씨는 “분양전환 가격이 너무 비싸 분양전환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사다리가 집값 급등 후폭풍을 맞아 끊길 판이다. 일정한 기간 저렴한 임대료로 살다가 내 집으로 만들 수 있는 10년 임대다. 분양전환 임대라고도 한다.

2006년 판교에 처음 분양돼 지금까지 전국에서 10여만 가구가 나왔다. 수도권이 7만 가구 정도다.

판교에서 10년 임대 기간을 끝내고 내년부터 시작하는 분양전환이 다가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자료: LH

자료: LH

쟁점은 분양전환 가격이다. 10년 임대 분양전환 가격은 분양전환 시점의 감정가격 이하로 결정하게 법령에 정해져 있다. 돌아보면 분양전환 가격 산정 방식에 이미 논란의 싹이 들어 있었다. 주변 아파트값이 많이 뛰면 시세에 준하는 감정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려가 판교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판교 분양전환 예정 물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단지 3952가구, 민간 1692가구 등 5600여 가구다.

2006년 분양 당시 84㎡ 공공분양 분양가가 3억7000만원 정도였다. 주공의 10년 임대 임대료가 보증금 1억4000여만원, 월 58만원으로 전액 전세로 환산하면 2억2000여만원이었다. 분양가의 63% 수준이고 분양주택과 1억5000만원 차이 났다.

10년 임대 거주자는 임대로 살면서 상당한 이점이 있다. 임대료 인상률 제한 덕에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싸다. 재산세와 분양주택의 담보대출 이자 부담도 없다. 판교에서 이를 금액으로 따져보면 얼마나 될까.

84㎡로 보면 10년 임대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이었다. 현재 주변 전세보증금이 6억1000원이고 환산 전세보증금은 3억5000만원이다.

10년간 저렴한 임대료 혜택을 전세보증금 차액 이자로 계산하면 5000만원 정도다. 10년간 재산세가 1000만원이다. 10년 임대 주민은 분양가와 차액 1억5000만원의 담보대출 이자를 번 셈이다. 4500만원이다. 이를 합치면 총 1억여원이다. 분양주택 주민의 기회비용이면서 10년 임대 주민의 반사이익인 셈이다.

그런데 그사이 주변 분양주택 시세가 급등해 현재 11억7000만원이다. 2009년 입주 때 1억5000만원이던 분양가와 임대료 간 차이가 지금은 8억원으로 벌어졌다. 임대 반사이익 1억원을 고려하더라도 7억원이다.

분양전환 가격인 감정가격은 대개 시세의 85~90% 수준이다. 현재 시세 기준으로 보더라도 9억 원대다. 분양전환을 받으려면 5억원가량 필요하다. 임대에서 내 집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간격이 확 벌어진 셈이다. 10년 임대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분양전환 가격 산정 방식에 대한 10년 임대 주민들의 불만을 반영한 관련 법령 개정안이 잇따라 국회에 올라가 있다. 크게 건설원가와 감정가격 평균 가격(과거 5년 임대 방식)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방식이다. 상한제 방식은 분양 때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친 상한제 분양가에 10년간 택지 이자비용과 각종 운영 비용 등을 더한 뒤 건물 노후화에 따른 감가상각비를 빼는 방법이다.

자료: LH 국민은행

자료: LH 국민은행

하지만 분양전환 가격 산정에 모두 만족할 만한 묘안이 없다. 산정 방식에 따라 공급자인 업체와 소비자인 주민 간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집값 상승률이 높으면 개정안의 분양전환 가격이 내려가 주민이 유리하다. 집값이 건설원가 이하로 떨어지거나 택지비 이자만큼도 오르지 않으면 주민은 시세보다 비싸게 분양전환받는다.

법령 개정으로 분양전환 가격 기준이 바뀌더라도 적용 대상 기준도 논란거리다. 개정안 시행 이후 분양전환 단지부터이면 기존 주민이 득을 본다. 반면 업체는 당초 예상치 못한 분양조건 변경으로 난감할 수 있다.

가격 산정 방식 변경에 상관없이 분양전환을 둘러싼 갈등을 풀 여지가 있다. 현행 규정은 감정가격 ‘이하’로 돼 있다. 그동안 주변 시세가 급등한 덕에 감정가격도 높게 나올 것이기 때문에 업체 측에서 이윤을 조금 줄이는 범위에서 분양전환 가격을 감정가격보다 낮출 여유가 있을 것이다.

업체들은 10년 임대를 유지하면서 분양가와 보증금 간 차액의 금융 비용, 임대 동안 관리·보수 비용 등이 들어갔다.

이와 함께 10년 임대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집값 움직임에 따라 어떤 식이든 분양전환을 둘러싼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도, 분양주택도 아닌 어정쩡한 주택 형태여서 임대 수요도 내 집 마련 수요도 충족하지 못한다. 성격을 분명하게 해 한쪽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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