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권에서 자주 인용되는 명제지만 정치사에선 보수가 분열로 타격을 받은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는 1997년 대통령 선거다.
당시 보수 세력은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로 내세운 신한국당과 경선에 불복한 이인제 전 경기지사의 국민신당,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손잡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유민주연합 등 3갈래로 찢어졌다. 결국 보수진영은 김대중 후보에게 정권을 넘겨줬다.
다음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특수를 누린 정몽준 의원은 국민통합21을 만들어 대선에 뛰어들었다. 중도보수 성향 지지층으로 인기를 얻은 정 의원은 상당기간 대선 지지율 2위를 유지하며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위협했다. 하지만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정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통해 판을 뒤엎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