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국종 "대통령도 나서 닥터헬기 착륙 바꾸라지만 못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소장이 24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닥테헬기 운용과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소장이 24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닥테헬기 운용과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대통령도 나서 바꾸라고 했지만 안 바뀝니다. 중간관리자 때문입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24일 ‘닥터헬기(응급헬기)’가 소음 민원 등의 이유로 응급환자 근처에 착륙이 불가능한 현실을 호소했다. 이 교수는 “고속도로든 공터든 경찰과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어디에서든 닥터헬기가 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욱 가슴이 아픈 건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기관장들은 안 된다고 하지 않는데 중간에서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 막힌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립중앙의료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이 닥터헬기 착륙을 막는 중간 관리자에 관해 묻자 그는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누군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헬리콥터를 이용해 중증환자와 접촉하는 프로젝트로 인해 전임 전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니 중간 관리자들은 윗사람 핑계를 댔다”며 “그래서 직급이 높은 윗사람에게 물어보니 ‘그게 말이 되느냐’고 하더라. 윗사람은 말한 적도 없는데, 윗사람 핑계를 대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응급의료 전용 헬기가 어디서든 더 쉽게 이ㆍ착륙할 수 있도록 시스템 마련 필요성을 적극 피력하기 위해 이 교수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이 교수는 이날 영국의 닥터헬기 출동과 응급의료현장의 실상을 담은 ‘에어앰뷸런스’ 동영상을 재생하며 영국의 현실과 한국의 현실을 비교했다. 영상 속 영국의 응급의료헬기는 주택가 잔디밭, 럭비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경기장 한복판 등 응급환자가 있는 곳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경찰과 소방대원 등 지상요원의 도움을 받아 착륙한다. 수술도 헬기에서 직접 집도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 교수는 “영국의 경우 환자가 도보로 50m 이상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알파 포인트를 정해 지역 소방본부의 도움을 받아 어디서나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이게 먼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옆 나라 일본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국과 같은 수준의 인계점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영국의 경우 착륙지점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고 간다. 주택가 한복판에서도 착륙지점을 유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인계점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곳에만 착륙할 수 있다는 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나마 있는 헬기장도 아예 없애거나 헬기장에 소리가 나지 않게 방음벽을 설치하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헬기에서 무전이 힘든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저희는 닥터헬기에서 상호 간 무전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LTE 통신이 가능한 낮은 고도에서 겨우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다”며 “영국의 경우 환자를 만나는 순간부터 헬기에서도 30분 안에 수술을 시작하는데 우리나라 응급의료 전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중증외상환자가 수술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7시간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를 참고인으로 선정한 김 의원실에 따르면 2015~2018년 8월까지 닥터헬기 이ㆍ착륙 사용 불가로 인한 기각ㆍ중단 건수는 80건에 달했다. 닥터헬기 이착륙 기각ㆍ중단 사유는 주차장 만차(13.8%), 행사 진행(10%), 제설 미실시(7.5%) 등이었다.
지난달 전남 여수 해상종합훈련 중 한 해경 승무원이 양묘기에 다리가 끼는 사고가 발생해 병원 이송을 위해 119와 전남 외상센터 소속 닥터헬기, 해경 서해지방청 헬기 3대를 요청했지만, 제때 헬기 이송이 되지 않아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전남 닥터헬기 부두가 허가받은 인계 장소가 아니여서 이륙을 하지 못해 이송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또 “대한민국 모든 병원이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바로 옆 일본과만 비교해도 간호사 인력이 저희가 3분의 1이다. 의사는 말조차 앉겠다”며 인력난도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이 실행됐는데 그러려면 의료현장에 많은 인력증원이 있어야 한다. 인력증원 없이 (근무) 시간을 줄이면 문 닫으라는 것밖에 안 된다”라고도 말했다. 자신이 민간기업 광고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선 “광고를 찍어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무전기를 지원해 준 것이 고마워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