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 1000만원 중 800만원 이사장이 독식
한국상조공제조합(한상공)이 이사장 개인의 강의 수강과 해외 여행에 교육비·업무추진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상조 공제조합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박제현 한상공 이사장은 지난해 임직원 교육비 800만원을 활용해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최고위과정을 수강했다.
또 박 이사장은 서울대 경쟁법센터에 가입하는 데도 임직원 교육비 50만원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상공의 임직원 교육비 지출액은 총 883만원인데, 이 중 850만원이 이사장 개인의 등록금과 회원가입 비용으로 사용된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자체 조사를 통해 이같은 비위 사실을 확인해 한상공 측에 경고 조치를 내리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주문한 상태다.
익명을 요청한 한상공 직원은 “이사장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조합 공금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직원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조합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사장의 공금 유용 사실을 접한 내부 직원들은 업무 의욕과 소속감, 자긍심 저하로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출장비 지원받아 가족 만나러 중국여행 의혹도
박 이사장이 현장 시찰을 명분으로 조합 출장비를 지원받아 사적인 여행을 다녀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정위에 접수된 내부 직원의 제보에 따르면 박 이사장이 지난해 중국으로 다녀온 3박4일 출장이 실제론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한 여행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당시 출장은 업무 수행을 위한 출장이었다”며 “동행 직원이 없었던 것은 예산이 부족한 데다 동행을 희망한 직원이 여성 직원 한 명뿐이라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혼자 출장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피해보상은 '외면'…미지급 보상액 410억원
한상공은 2010년 시행된 할부거래법에 따라 출범한 상조업 소비자피해보상 기관이다. 하지만 임직원 교육비와 업무추진비가 이사장 개인의 쌈짓돈으로 활용되는 동안 정작 상조업체 폐업 등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대한 보상금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상조업 공제조합 소비자 피해보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상공은 2011년부터 지난 8월까지 폐업 등으로 문을 닫은 상조업체 31곳에 대해 피해자 29만명에게 보상금 1553억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이 중 410억원을 지급하지 않은 채 보상을 종료했다.
공정위 전관 출신들의 '일감 몰아주기'
한상공이 전직 이사장이 고문으로 있는 로펌에 소송을 몰아준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고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상조업 공제조합 소송 현황’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한상공이 진행한 소송 24건 중 16건(66.7%)이 전직 이사장이 고문으로 있는 법률사무소 ‘공정’에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이사장은 오는 25일 공정위 등에 대한 종합국감 일반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고 의원은 박 이사장의 임직원 교육비 유용과 일감 몰아주기, 한상공의 자본잠식 문제 등에 대한 질의를 준비하고 있다.
고 의원은 “한상공이 본연의 임무인 소비자 피해보상엔 무책임으로 일괄하고 교육비와 업무추진비를 이사장 개인의 쌈짓돈으로 활용해 왔다”며 “한상공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은 물론 공정위 전관 출신의 재취업에 대해서도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