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차 내년에 살수 있을까? 대세는 '찬성'…"친환경 과장" 반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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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 차가 본격적으로 도로를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1600cc 미만 차량에 대해, 2021년부터는 모든 차량의 사용 제한을 폐지하는 법안이 다음 달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논란도 만만찮다.

내년 1600cc 미만, 3년 뒤 모든 차 #사용 제한 폐지 법 국회 심사 앞둬 #산업부도 "찬성"…완화 가능성 높아 #일부선 "친환경 과대포장" 반발도

현재 국회에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 등 LPG 사용 제한 완화 관련 법안 6건이 계류 중이다. 해당 안대로 통과하면 당장 내년부터 효력을 발휘하며, 3년 뒤엔 모든 차량에 대한 사용제한 조치가 풀린다.

업계에선 법안 통과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여론이 나쁘지 않다. 고유가가 계속되며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찬성 여론이 많다. 미국 셰일가스 덕분에 수급 문제도 해결됐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국내 휘발유 가격이 16주 연속 상승하며 17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국내 휘발유 가격이 16주 연속 상승하며 17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더 적극적이다. 환경부가 앞장서서 사용 제한 완화를 밀고 있다. 그간 사용제한 완화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산업통상자원부마저 입장이 달라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최대한 많이 풀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수송용 LPG 연료 사용제한 완화에 따른 영향 분석결과’에도 LPG 사용 제한 전면 완화 시 2030년 기준 환경피해비용 감소액은 3327억~3633억원, 제세부담금 감소액은 3132억~3334억원으로, 세수 감소로 인한 손해보다 환경적인 이득이 195억~299억원 더 많다는 내용이 담겼다. 장점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LPG 사용제한 전면 완화시 환경피해비용 및 제세부담금 감소액 자료: 산업부 ‘수송용 LPG연료 사용제한 완화에 따른 영향 분석결과’

LPG 사용제한 전면 완화시 환경피해비용 및 제세부담금 감소액 자료: 산업부 ‘수송용 LPG연료 사용제한 완화에 따른 영향 분석결과’

LPG 업계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E1 관계자는 "LPG 차의 환경적인 장점이 분명함에도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사용 제한이 풀리면 일정 부분 판매가 늘 거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정부가 규제개혁이나 친환경을 앞세워 부정적인 측면은 숨기고 있다”며 날을 세운다. 정부 주장처럼 LPG가 더 친환경적인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 진영은 우선 온실가스를 문제로 지적한다. 같은 거리를 주행할 때, 경유나 휘발유보다 연료 효율이 낮은 LPG 차가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산업부 연구 용역에서도 LPG 사용 제한을 전면 완화하면 CO2 배출량이 2030년 기준 최대 39만6072t 더 증가한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한 논란도 있다. 특히 정유업계 등은 LPG 차가 질소산화물 등을 더 적게 배출하는 건 맞지만, 다른 물질들과 결합하면 초미세먼지를 생성하는 암모니아는 더 많이 내뿜는다고 주장한다. 실제 환경부가 진행한 연구 용역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16년 세계 주요국 LPG 자동차 등록대수 자료: 세계LPG협회

2016년 세계 주요국 LPG 자동차 등록대수 자료: 세계LPG협회

LPG의 친환경 효과가 과대포장 됐다는 주장도 편다. 실제 환경부 역시 "LPG도 화석연료이므로 미세먼지를 배출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환경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한 산업부 연구 용역에선 LPG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0'으로 보고 장·단점을 뽑았다. 또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정책지원시스템에서 수송용 LPG차량의 '미세먼지(PM10·PM2.5) 및 암모니아' 배출량이 0으로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LPG 차량이 배출하는 암모니아는 질소산화물 등에 비해 양이 매우 적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LPG 사용 제한 폐지로 얻게 될 환경적 이득이 더 크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LPG차의 암모니아 배출량의 경우 그동안 정확한 기준이 없어 0으로 표시됐을 뿐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연료 자체의 효율성이나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LPG의 효율은 휘발유나 경유보다 낮다. 정유업계는 LPG 세전가격이 휘발유·경유보다 높기 때문에 LPG 사용 제한을 완전히 풀어 휘발유차 10%가 LPG로 바뀌면 연간 822억원의 추가 연료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정유 산업은 국가 경제 기여도가 높고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는 반면 LPG는 70% 이상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산업”이라며 “LPG 사용 제한 완화 논의에서 이런 경제적·산업적 영향을 쏙 빼버리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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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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