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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임종헌 구속영장 청구…"양승태 공범" 적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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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23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도 임 전 차장과 공범으로 적시했다.

16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중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중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공무상비밀누설·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6개 혐의를 적용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련 소송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이 그의 주된 혐의다.

검찰은 또 임 전 차장이 진보 성향 일부 판사들을 사찰한 것으로 보고 공무원으로서 권한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부산 법조비리 사건에서 비위 법관에 대한 징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도 적용했다.

2015년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허위로 증빙하고 타낸 혐의에 대해서는 국고손실, 허위공문서작성,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 관계자는 “비품을 구매한 것처럼 허위로 영수증 처리를 하고 현금을 타낸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모든 혐의에 대해 '모로쇠'로 일관하자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임 전 차장은 앞서 네 차례 조사과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시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또,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던 심의관 등 일선 판사들에게 책임을 일부 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키지 않았는데 판사들이 문건을 만들어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 판사들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임 전 차장의 지시로 문건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수사 초기에 임 전 차장이 지인 명의로 ‘차명폰’을 개통해 사용했던 점도 고려됐다. 차명폰을 통해 당시 심의관으로 근무했던 판사들에게 전화를 거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있다고 검찰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수사팀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차명폰에서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이 설치됐다가 삭제된 흔적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의 신병이 확보될 경우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을 향한 수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혐의 입증이 어느 정도 됐다는 의미인 데다 구속에 압박감을 느낀 임 전 차장이 수사에 적극 협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직권남용 혐의 성립 요건이 엄격한 만큼 신병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잇따라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임 전 차장도 “법리적으로 직권 남용이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8일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장문의 영장 기각 사유를 제시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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