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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마지막 날, 칼 챙겨 돌아온 손님…사건의 재구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피의자 김성수(29)의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100만명 동참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적 분노가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나온 경찰의 설명, 신고 내용 및 폐쇄회로TV(CCTV)화면 등을 종합해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14일 오전 3시40분 김성수의 동생(27)이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PC방에 들어섰다. 3시간 후 김성수도 그곳을 찾았다. 오전 7시 33분 김성수와 PC방 아르바이트생 신모(21)씨 간 시비가 붙었다. 김성수가 동생 옆자리에서 게임을 하려고 ‘담배꽁초를 빨리 치워달라’고 요청했는데,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도 치워져 있지 않았고 게임비를 환불해주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동생은 시비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내용은 ‘테이블 정리 문제로 직원과 시비’였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입수한 당시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동생은 “아니, 일을 크게 키워. 됐어. 됐어”라는 말을 하며 신고 전화를 시작했다. 동생은 “누가 지금 손님한테 욕하고 있다.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이거 닦아달라고 손님이 얘기했더니 일하시는 분이 인상을 팍 쓰면서 말싸움이 붙었는데 욕설하고 이러니까 한번 중재해주시고”라며 경찰 출동을 요구했다.

신씨도 PC방 직원 매뉴얼에 따라 7시42분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손님이 계속 욕설을 한다. 좀 와서 어떻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카운터 앞에서 계속 그러신다”고 했고, 통화 중이던 7시43분쯤 발산파출소 경찰 2명이 PC방에 도착했다. 이에 신씨는 “잠시만요. 경찰 오셨다. 감사합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PC방을 찾은 경찰은 이들의 다툼을 말리다가 8시 김성수 형제와 PC방에서 나갔다. 이후 형제는 아주 짧은 시간 건물 화장실에 머물렀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동생은 ‘형 왜 그래’라며 형을 달래려 했다.

8시1분 김성수와 경찰이 같이 걷다가 김성수 혼자 집 방향으로, 경찰은 순찰차에 탑승하러 가는 모습이 주변 가게 CCTV에 찍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성수는 경찰에게 “집에 간다”고 말했다. 집에 간 김성수는 등산용 칼을 챙겨 PC방으로 향했다.

그동안 PC방 건물에 있던 동생은 도착한 형을 본 뒤 그를 따라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신씨는 당시 건물 1층에 있는 쓰레기 버리는 장소에 있었다. 7분 뒤 신씨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본 김성수는 신씨에게 달려들어 그를 폭행했다. 당시 동생은 김성수를 말리려고 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동생이 칼을 든 형의 손을 붙잡으면 형은 다른 손으로 신씨를 폭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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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본 목격자들도 전화기를 들었다.

강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8시 13분 첫 번째 시민은 “PC방인데 지금 싸움 났어요. 빨리요, 피 나고”라며 전화를 걸어 “빨리 와주세요”라는 말을 네 번이나 반복했다.

두 번째 시민 역시 “지금 칼 들고 사람을 찌르고 있거든요. 저희는 지금 지나가다 봐서 바로 신고하는 거거든요. 지금 계속 찌르고 있으니까 빨리 와야 돼요”라고 말했다.

경찰이 “누가요?”라고 반문하자 신고자는 “빨리 오시면 돼요, 그냥”이라며 상황의 긴박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동생은 PC방으로 들어와 도움을 요청하고 다시 나갔다.

경찰은 신고 전화를 받고 2분만인 8시15분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참변이 벌어진 후였다. 김성수는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병원으로 옮겨진 신씨는 오전 11시께 끝내 숨을 거뒀다.

모델 지망생이기도 한 신씨에게 이날은 PC방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이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등 3개 기관에 사건 당일 범행 전후 장면이 찍힌 CCTV에 대한 증거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범행 당시 장면의 화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생이 범행에 방조나 공모를 했는지가 분석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김성수는 22일 공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옮겨졌다. 최장 한 달 동안 치료감호소에 머물며 정신감정을 받게 된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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