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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분홍복면·아줌마춤에 댓글 8만개···마미손 "재밌잖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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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분명의 래퍼 '마미손'. 지난 22일 그의 노래 '소년점프'가 탄생한 서울 군자동의 한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장소협찬=예요사운드

정체분명의 래퍼 '마미손'. 지난 22일 그의 노래 '소년점프'가 탄생한 서울 군자동의 한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장소협찬=예요사운드

속이는 사람만 있고 속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정체를 알지만 아무도 아는 척 하지 않는다. 지난 한달 간 온라인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정체 분명의 래퍼 ‘마미손’ 이야기다. 마미손은 지난달 8일, Mnet 힙합 경연 예능 ‘쇼미더머니777’(이하 쇼미)에 분홍 복면을 쓰고 나와 화제가 된 인물. 특유의 플로우, 정확한 발음 등으로 인해 등장하자마자 사실상 래퍼 ‘매드클라운’이라는 게 분명히 드러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매드클라운은 “난 마미손이 아니다”고 정색하고, 팬들도 “마미손을 ‘매드클라운’ 따위와 비교 말라”며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 그 사이 마미손이 유튜브에 올린 노래 ‘소년점프’는 한 달 만에 조회 수 2000만뷰를 가뿐히 넘겼다.

지난 22일 마미손을 만났다. 그간 국내 언론사 인터뷰에 응하지 않던 그는 ‘중앙일보의 종이신문 구독자들은 연령대가 다소 높다. 마미손을 모르는 이분들의 세계에 침투해보면 재밌지 않겠느냐’는 계속된 설득에 넘어왔다. 슬리퍼 신고 자전거를 타고 온 그를, '소년점프'가 탄생한 서울 군자동의 한 작업실에서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 일답.

 정체분명의 래퍼 '마미손'. 지난 22일 그의 노래 '소년점프'가 탄생한 서울 군자동의 한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장소협찬=예요사운드

정체분명의 래퍼 '마미손'. 지난 22일 그의 노래 '소년점프'가 탄생한 서울 군자동의 한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장소협찬=예요사운드

이 질문부터 안 할 수가 없다. 당신은 매드클라운인가
마미손은 절대 매드클라운이 아니다.
그렇다면 둘은 어떤 관계인가
글쎄, 매드클라운과는 분명하지만 분명하다고 말할 수 없는 관계다(웃음). 그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굉장히 흥미를 느끼고 또 뻔뻔하다는 듯 보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러려니 그냥 넘어간다. 한 명의 엔터테이너로서 나로 인해 사람들이 즐길 거리를 찾고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즐거워하는 게 기분이 좋다. 단순히 TV 속 연예인이었다면 핑퐁 게임처럼 서로 주고받는 게 가능했겠나. 유튜브 댓글도 적극적으로 보고 직접 댓글을 달기도 한다. 창의적인 댓글이 많아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는 게 많다.
마미손은 언제부터 기획된 캐릭터인가
‘쇼미’를 통해 하고 싶었던 무대가 있었다. 그 무대에서 그 곡을 대중에게 노출시키고 싶었는데, 기존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인 상태여서 정체를 숨기기로 했다.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변신을 해보고 싶었다는 욕심이 있었고, 또 이 복면을 쓰고 있는 마미손의 캐릭터와 이 마미손이 벌이게 되는 행각을 통해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어떤 것에 대한 은유를 마미손을 통해 풀고 싶었다.
그 말 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그걸 말로 뱉는 순간 의미가 없어진다(웃음). 11월 중순 알 수 있을 것이다. 11월 이후 마미손이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기대되기도 하는데 사실 겁이 더 많이 난다.
'소년점프'가 탄생한 서울 군자동 작업실에 걸린 파리 사진. 파리에 온 것 마냥 그 앞에서 'V'자를 그리고 있는 마미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장소협찬=예요사운드

'소년점프'가 탄생한 서울 군자동 작업실에 걸린 파리 사진. 파리에 온 것 마냥 그 앞에서 'V'자를 그리고 있는 마미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장소협찬=예요사운드

'쇼미' 나오자 마자 탈락한 마미손, 의도한 탈락?

마미손은 분홍복면을 쓰고 ‘쇼미’에 나와 주목을 받았지만 초반에 곧장 탈락했다. 복면 때문에 사운드가 들리지 않는 듯 조금씩 박자가 밀렸고, 결국 '쇼미' 탈락자가 가야하는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졌다. 그는 왜 굳이 분홍색 복면을 택했을까. 그리고 왜 하필 ‘마미손’이었을까.

모나미도 있고 바른손도 있는데 왜 하필 고무장갑 브랜드 이름인 '마미손'이었나
마미손은 가난하기 때문이다(웃음). 복면을 써서 가리는 게 사실 제일 저렴한 방법이었다. 마침 핑크색 복면을 써봤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어, 너 마미손 같다’고 하더라(웃음). 그래서 하게 됐다. 마미손이란 이름은 분홍 복면을 쓰게 된 이후에 결정됐다.
착용감은 어떻나
복면 착용감을 말하나(웃음). 밥 먹을 때도 그렇고 평소에도 굉장히 불편하다. 마침 ‘쇼미’ 촬영 당시 기록적인 폭염이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그럼에도 '쇼미'에서 복면을 벗지 않았던 건 보여주고 싶었던 그 무대 때문이었나
그렇다.
그런데 바로 탈락하지 않았나
(웃음)
그 무대라는 게 지금 마미손이 하고 있는 퍼포먼스인가 아니면 정말 머릿속에 생각하는 특정 무대가 있는 건가
그냥 나는 모든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다. 떨어지고 나서도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될까, 이 고난과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서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진짜 치열하게 머리를 굴렸다.
그래서 보여주고 싶었던 그 무대는 다 보여줬나
아직 아니다. 11월 중순 공개한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쇼미'에 나와 떨어진 것도 그것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 최선을 다해 떨어졌다.
헷갈린다. 떨어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나, 아니면 최선을 다했는데 떨어졌나
그 부분이 정말 재밌는 부분 같다. 딱 잡아서 “이랬습니다” 말하는 것보다 그냥 헷갈려하면서 재밌게 남겨두고 싶다. 팩트는 '아무 생각 없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뿐이다.

'마미손'은 진실에 대한 메타포

마미손이 공개한 ‘소년점프’의 유튜브 영상에는 어설픈 댄스가 나온다. 리듬에 맞춰 단순하게 손을 교차하는 춤인데 마미손은 이마저도 틀리고 허우적댄다. 자신이 마미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래퍼 매드클라운은 영상이 공개된 후 SNS로 이를 ‘엉거주춤’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엉거주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뚝섬 한강공원에 갔는데 어머님들이 거기서 에어로빅 같은 걸 하고 계시더라. 그때 따라 했던 것을 그대로 한 것이다. 이건 사실 내가 만든 춤이 아니고 뚝섬 한강공원 어머님들이 만드신 거다.
쉬운 댄스인데도 틀리더라. 의도했나
의도한 건 아니다. 그냥 최선을 다했는데 그렇게 됐다. 내가 했던 것 중에서 의도를 갖고 한 건 없었다.
마미손을 통해서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나. 힌트라도 달라
이건 특정 사례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악당’들이 출연했을 때 그들에게 심판을 내려야 하는 주체가 정말 속 시원히 “저 사람이 악당이다”라며 복면을 벗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데 대략 우리는 정체를 알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속이는 사람만 있고 속는 사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핵심은 그때 우리들은 그 복면을 벗기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이었느냐 하는 것이다. 마미손은 진실에 대한 메타포다. 지금 마미손의 복면을 벗겨버리려고 하는 적극성과는 대비를 이루지 않느냐.
그 대비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나
어쩔 수 없는 생리다. 마미손의 정체를 알아가는 건 재밌지 않나. 다만 아쉽다. (복면 쓴 악당의 존재에 대해) 침묵하는 행위는 굉장히 창피한 일이지만, 우리 모두가 암묵적으로 비겁해지기로 했을 때 한 명 한 명은 자신이 비겁하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게 아니겠나.
마미손에서 악동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느낌이 난다
뱅크시를 되게 좋아한다. 작품을 통해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전부 다 풍자해버린다. 사실 7~8년 전 영국 브리스톨에 뱅크시 전시를 보려고 직접 갔던 적이 있다. 이번 소더비 경매에서 했던 퍼포먼스도 정말 통쾌했다. 그런 통쾌함을 줄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흔치 않은데 찰리 채플린과 뱅크시, 두 아티스트는 비슷한 맥락의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다. 마미손도 무의식적으로나마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영상 2개로 구독자 30만명 넘긴 이상한 유튜버

지난 한 달간 온라인에서 ‘마미손’에 대한 반응은 신드롬에 가까웠다. '쇼미'에서 떨어진 후 마미손이 공개한 '소년점프'는 특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노래는 '쇼미'에서 마미손을 떨어뜨린 스윙스·기리·팔로·코쿤 등 래퍼들을 악당으로 규정하며 복수를 다짐하고, 자신의 실패는 '소년점프' 만화책의 주인공처럼 한 차례 좌절을 겪고 다시 일어설 추진력을 얻기 위한 계획이었다고 노래한다. 23일 현재 조회 수 2360만, 댓글 8만개를 넘겼다. ‘힙’한 유튜버들은 많지만, 동영상 단 2개로 33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이는 사실상 마미손이 유일하다.

정체분명의 래퍼 '마미손'. 지난 22일 그의 노래 '소년점프'가 탄생한 서울 군자동의 한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장소협찬=예요사운드

정체분명의 래퍼 '마미손'. 지난 22일 그의 노래 '소년점프'가 탄생한 서울 군자동의 한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장소협찬=예요사운드

젊은 층이 왜 마미손에 호응한다고 보나
‘소년점프’는 마미손의 앞뒤 상황과 이어지는 맥락과 이야기가 있는 노래다. 이 노래의 첫 소절에 “와 나 X발 완전히 X됐네”라고 했을 때 그게 정말 와 닿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걸 뱉는 방식이 통쾌했던 것 같다.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악당들아 기다려라 나는 죽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있지 않은가.
메시지가 간단하면서도 명확하다
곡 만들 당시에는 ‘이런 메시지를 넣어야지’ 하고 만들지 않았다. ‘쇼미’에서 떨어지고 이 노래를 만들었다. 최선을 다해 내 얘기를 솔직하게 했다. 아티스트가 작업할 때 처음에는 본인의 순수한 에너지로 자기 예술을 하다 나중에는 점점 생각하게 된다. 요소요소들을 레고 조립하듯이 조립한다. 그 과정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굉장히 괴로워지는데 이 노래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 힙합 망해라’는 가사가 있다. 무슨 뜻인가
이 라인은 그 당시 정말 한국 힙합이 망했음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이었다(웃음). 그냥 나 기분 안 좋다는 걸 필터 거치지 않고 표현한 것이다. 지금은 한국 힙합이 망하지 않길 바란다(웃음).
한국 힙합을 평가한다면
힙합씬에는 멋있는 아티스트들이 너무 많다. 2000년 초에 비해 음악적으로 훨씬 세련되고 기술적으로도 비교가 안 되게 다들 잘한다. 다만 가사의 다양성이라든지 아티스트로서 오리지널리티는 그때가 훨씬 더 다양했던 것 같다. 그게 좀 아쉽다. 왜 그런지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한 외신 인터뷰에서 음원 사이트를 ‘악당’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이 악당들은 에피소드 1~5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악당 난이도가 아니다. 시즌 별로 열 개 이상의 에피소드로 가야지 이기든 지든 결말이 있을까 말까 한 악당들이다. 유튜브 등 다른 대안적 플랫폼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걸 누군가 증명한다면 다른 아티스트들도 그런 시도를 해보지 않겠느냐. 그 행위 자체가 악당에 대한 상징적 단죄 행위가 될 거다. 아, 그리고 마미손은 앞으로도 무조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음악을 먼저 공개할 거다. 음원을 발표한다 해도 한두 달 정도는 유튜브 선공개 후 할 생각이다.
'소년점프'에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라는 표현이 있다. 지금도 그렇나.
마미손의 큰 그림에 대한 완성이 계획대로 돼 가고 있다. ‘쇼미’의 탈락 조차도(웃음). 이제 다음 계획은 돈도 벌어야 되고, 악당들도 물리쳐야 되고, 항상 즐거워야 된다. 그 계획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노는 게 내 계획이다(웃음).
마미손이라는 큰 그림에 마침표는 무엇인가.
생각해본 적 없다.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미손은 음악을 할 수도 있고 글을 쓸 수도 있고 배우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예고도 없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마미손의 정체는 언제 밝힐 건가
뭔가 이 놀이가 재미없어졌다고 생각할 때, 그때 “사실 나 누구 누구였어요”라고 밝힐 거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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