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칼로 얼굴만 32번 'PC방 살인범' 외모 열등감 있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JTBC 캡처]

[사진 JTBC 캡처]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PC방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일면식도 없다는 피해자 신모(21)씨의 얼굴을, 피의자 김모(30)씨가 32번이나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다.

응급실에 실려온 신씨의 담당의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는 19일 자신의 SNS에 "피범벅을 닦아내자 얼굴에만 칼자국이 30개 정도 보였다. 복부와 흉부에는 한 개도 없었다"며 "얼굴과 손의 출혈만으로 젊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려면 정말 많은, 의도적이고 악독한 자상(칼에 찔린 상처)이 필요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게다가 피해자는 193cm의 장신에 검도 유단자다. 그런 피해자의 복부와 흉부가 아닌 얼굴만 공격하는 것은 분명 흔한 일이 아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감정이 격하지 않은 이상 얼굴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평상시에 쌓인 감정이 있었거나 충돌 전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모델 지망생이었던 피해자에 대한 '외모 열등감' 탓에 얼굴만 찔렀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모 열등감 탓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피해자의 외모적 특성이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말한다.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 PC방 앞에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져 있다. 지난 14일 한 30대 남성이 PC방에서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숨지게 해 경찰에 붙잡혔다.[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 PC방 앞에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져 있다. 지난 14일 한 30대 남성이 PC방에서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숨지게 해 경찰에 붙잡혔다.[연합뉴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에 "외모 열등감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얼굴에 대한 공격은 상대에게 최대한의 모멸을 주고자 할 때 발생한다. (피해자의 외모가 잘생겼다면) 잘생기고 멋진 게 더 화가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얼굴 공격이 피해자에게 줄 수 있는 최대치의 피해라는 판단이 들어갔다는 게 곽 교수의 설명이다.

또 피해자의 얼굴만 찌를 정도의 분노라면 가해자 입장에서는 이미 악감정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 폭력의 내용을 보면 우발적인 폭행과는 거리가 멀다"며 "수십번을 특정한 부위를 주변에서 뜯어말림에도 불구하고 계속 상해를 입힌 과정이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곽 교수도 "첫번째로 이 사건, 피의자가 PC방에 오기 전에 어떤 상황이었는지가 중요하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시를 당했다는 감정을 가진 채로 와서 화가 폭발했을 수도 있고 평소 피해자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었을 수도 있다"며 "당시 상황에 의한 우발적인 행동으로 보기에는 분노가 너무 깊다"고 설명했다.

이어 "싸움은 힘겨루기인데, 얼굴을 겨냥한 것은 '얼굴에서 졌다'는 무의식적인 심리도 있을 수 있다"며 "분노는 자신보다 훨씬 능력있는 사람에게 표출되는 법"이라고도 덧붙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