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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과학] 생리대까지 덮친 방사선, 반지하방 가장 위험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7일 라돈 검출 논란에 휩싸인 오늘습관 생리대. [연합뉴스]

지난 17일 라돈 검출 논란에 휩싸인 오늘습관 생리대. [연합뉴스]

 방사성 물질 라돈이 침대ㆍ베개를 넘어 생리대까지 진출했습니다. 규제당국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에도 고장 난 녹음기 같은 모습입니다.

'생활속 방사선' 라돈, 환기 안되는 지하서 수백배 발견 #유럽·美선 사회문제로 집값 폭락도...라돈침대보다 더 위험

“해당 제품은 제보를 받아 원안위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완료되면 제품별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결함 제품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협조해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향후, 국민 생활에 밀접한 생활용품에 대해 원료물질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

애당초 ‘법률 미비로 라돈을 내뿜는 원료물질 모나자이트의 유통경로를 확보하기가 어려웠고, 문제가 된 이후에는 인력 부족으로 전수조사를 할 여력이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향후에 국회의원 나리들이 법을 고쳐주면, 그에 따라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급기야 20일에는 모나자이트 3.35t이 행방물명이라는 소식까지 알려졌습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모나자이트를 구입한 업체 66곳 중 폐업한 업체 9곳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디에 얼마나 팔았는지도, 남은 것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정부 관료 어느 누구도 라돈사태로 책임지는 사람조차 없으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당진항에 보관돼 있던 라돈침대의 반출이 시작됐다. 지난 15일 충남 당진시 당진 동부항만 야적장에서 보관돼 있던 라돈검출 매트리스가 운반차량에 옮겨지고 있다. [뉴스1]

당진항에 보관돼 있던 라돈침대의 반출이 시작됐다. 지난 15일 충남 당진시 당진 동부항만 야적장에서 보관돼 있던 라돈검출 매트리스가 운반차량에 옮겨지고 있다. [뉴스1]

결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음이온’‘원적외선’등이 뿜어져나온다고 선전하는 ‘건강’생활용품을 피하고, 라돈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를 두는 겁니다.

사실 라돈은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폐암을 일으키는‘1군 발암물질’입니다.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일으키는 물질이 바로 라돈입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매트리스 등 사람이 밀접하게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라돈이 뿜어져 나오는 광물질 모나자이트 가루를 쓰는 유일한 나라인 탓에 ‘라돈 사태’가 벌어졌지만, 라돈은 사실 모나자이트를 제쳐놓고라도 평소 잘 알고, 주의해야할 ‘생활방사선’입니다. 담배도 안피는 사람인데 폐암에 걸렸다고 하면, 그 사람의 생활 주변을 살펴봐야 합니다.

라돈의 지하 위험

라돈의 지하 위험

그렇다면 생활 어디에서 라돈이 나오는 걸까요. 라돈은 우라늄과 토륨의 방사성 붕괴 과정에서 라듐을 거쳐 생성된다. 그럼 라듐은?사실 라듐은 토양이나 콘크리트 건축자재 중에 존재합니다. 특히 땅 속 방사성 광물질의 붕괴를 통해 생성된 라돈은 암석이나 토양의 틈새에 존재하다가 땅 위로 올라옵니다.

그럼 그 땅이 어디일까요. 일반적으로 바깥보다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단층주택 내에서 다른 곳보다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 이상의 라돈이 나타납니다. 특히, 환기가 잘 안 되는 지하공간이 제일 위험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도심에 반지하 방이 많이 있지요. 그 반지하방은 환기도 잘 안 되거니와, 만약 벽이 갈라져 있다면 이 틈을 타 땅 속 라돈가스가 들어옵니다. 이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라돈 농도가 높은 주택이 발견돼 사회문제가 되고 해당 집값은 폭락하기도 합니다. 아파트나 주택의 1층 또는 반지하에 사는 또는 그런 집을 계약할 사람이라면 라돈 측정기를 구해서라도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생활 속 방사선은 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기 중에도 음식에도 어디든 방사선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양입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받는 자연방사선은 약 3 mSv(밀리시버트)입니다. 일반적으로 화강암이 많은 지역일수록 자연방사선이 높게 나타납니다. 화강암에 방사성 원소인 우라늄과 토륨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국토의 절반 이상이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생활방사선

생활방사선

인공방사선도 존재합니다. 병원에서 X선 촬영을 할 때가 대표적입니다. 한 번의 X선 촬영으로 약 0.1~0.3 mSv가 피폭됩니다. CT라 불리는 컴퓨터단층촬영을 할 때는 더 심각합니다. 한 번에 6~7 mSv나 노출됩니다. 참고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 피폭 허용 기준치가 1 mSv(자연상태의 방사선 피폭 3 mSv 외에) 이니, CT 촬영이 어느 정도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일반생활 속 방사선 문제가 이리도 심각한데, 왜 한국사회에서는 갑자기 ‘라돈침대’사태가 터져나온 걸까요.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우리나라 사람들이 과학에 근거한 지식보다는 소문과 미신ㆍ유사과학에 더 의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여기에 더해 생활방사선 문제에 대해 소홀하게 대처해온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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