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문제로 난리다. 청와대 게시판에 비리 유치원을 엄벌해 달라는 청원이 쏟아지고, 인터넷 맘 카페에는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하느냐”는 걱정이 줄을 잇고 있다.
국민적 우려와 공분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하나 답답한 게 있다. 이번 사태는 시·도 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공개되며 불거졌다. 모두가 이 감사 결과 얘기를 한다. 18일 열린 부교육감 회의에서도 추가 감사 얘기가 나왔다.
비리 유치원에 대한 감사는 필요하다. 하지만 감사는 사후조치일 뿐이다.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나는 그 답이 투명한 정보 공개에 있다고 생각한다. 납세자는 자신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 권리가 있다. 생각해 보자. 애초에 국고 지원을 받은 사립유치원들의 지출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됐더라면, 그래서 학부형들이 언제든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살림살이를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었더라면 일부 유치원들이 그렇게 ‘용감무쌍하게’ 혈세를 낭비할 수 있었을까.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뒤늦게 국가회계시스템 도입 등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명한 공개의 힘’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건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행정안전부는 영국의 월드와이드웹 재단의 공공데이터평가(ODB)에서 한국이 세계 4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ODB는 각국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도와 공개한 데이터의 품질 등을 따진다. 정부는 이 평가에서 우리가 일본(7위)·미국(9위)보다 앞섰다고 뿌듯해했다. 하지만 ODB에서 한국은 ‘정부 지출 상세 데이터’ 항목에서 아주 박한 점수를 받았다. 데이터 세트가 제대로 공개돼 있지 않고, 데이터의 질도 5/100에 불과하다는 평가였다.
이유가 뭘까.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사립유치원 문제가 불거지기 전 청와대 업무추진비 논란이 있었다. 심재철 의원실의 데이터 취득 과정의 적법성 문제와는 별개로 “애초에 청와대가 업무추진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었다면 심 의원의 무단공개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라는 지적이 있다.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에 기밀정보가 있다면 해당 정보만 비식별 처리해 공개하면 된다. 기밀 때문에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건 요령부득이다. 한국이 정부 지출 데이터 공개 면에서 ‘낙제’를 한 건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ODB 한국 대표인 김학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옛날보다는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어떤 이슈가 터지면 그제야 주먹구구로 데이터를 찾는 게 현실”이라며 “평소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 필요할 때 적시에 쓸 수 있는 체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별 디지털콘텐트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