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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택시 공생 … 핀란드·일본선 정부가 적극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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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핀란드 등 승차 공유 서비스를 놓고 갈등하는 해외에서는 최근 들어 정부가 승차 공유 서비스를 출시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과 택시 업계의 갈등을 절충하는 법안과 규정을 내놓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도입은 하되, 정부가 적절한 규제를 가해서 기존 택시 사업자들과의 공생이 가능한 방법들을 찾으려는 시도다.

핀란드, 우버 서비스 합법화하며 #택시업계엔 요금 자율화로 숨통 #일본, 카풀 운전자에 요금 대신 #기름값 등 실비 주는 방식 허용

일본에서는 최근 스타트업 '아지트'가 승차 공유 서비스 '크루'를 출시하고 도쿄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 '크루'에서는 승객을 태우고 싶은 운전자와 타고 싶은 손님을 매칭시켜준다.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는 '우버식' 차량 공유 서비스 모델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승차공유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일본 법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손 회장은 "(라이드셰어가 금지되어있는) 이런 바보같은 나라의 일본은 미래로의 진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프트뱅크와 중국 디디추싱의 합작회사인 디디모빌리티재팬은 지난달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ANN 뉴스 캡처]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승차공유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일본 법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손 회장은 "(라이드셰어가 금지되어있는) 이런 바보같은 나라의 일본은 미래로의 진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프트뱅크와 중국 디디추싱의 합작회사인 디디모빌리티재팬은 지난달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ANN 뉴스 캡처]

그러나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가용으로 손님을 유상으로 운송해주는 서비스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서비스를 허용해준 것은 우리나라의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국토교통성의 결정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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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성은 "손님이 사례의 의미로 자발적으로 금전을 지급한 것이라면 유상 운송으로 보지 않는다"며 "운송법에 따른 등록이나 허가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크루'는 서비스 이용(운전) 요금 대신 손님이 기름값·통행료 등 실비를 운전자에게 임의로 지급하게 했다. 요금을 얼마 내는지는 승객에게 달려있다.

승차 공유 서비스에 부정적이었던 일본 정부의 태도가 급격히 바뀐 것은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우호적인 여론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MaaS(매스·Mobility as a Service)라는 용어가 유행인데,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고 이용한다는 뜻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의 합작 회사 '디디모빌리티재팬'도 지난달부터 오사카에서 택시 배차 앱을 내놨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7월 기자회견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가 금지되어 있는) 이런 바보 같은 나라의 일본"이라며 정부를 직접 비난하기도 했다.

승차 공유 서비스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서자 일본 택시업계는 택시 쇄신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본 최대 택시 사업자인 일본교통은 '전국택시' 앱을 통해 택시 배차, 사전 결제를 수월하게 만들었고 낡은 택시를 교체하고 있다. 일본교통과 야마토자동차교통은 여러 손님이 택시에 합승하는 서비스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일본 1위 택시사업자인 일본교통이 운영하는 '재팬택시'는 일본 최대 택시 호출 앱이다. 일본 전국의 택시 10대 중 3대가 이 앱을 이용하고 있다. 우버 등 신규 승차공유 서비스들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일본 택시 사업자들은 최근 재팬택시를 필두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노후된 택시를 교체하는 등 쇄신에 나서고 있다. [사진 재팬택시]

일본 1위 택시사업자인 일본교통이 운영하는 '재팬택시'는 일본 최대 택시 호출 앱이다. 일본 전국의 택시 10대 중 3대가 이 앱을 이용하고 있다. 우버 등 신규 승차공유 서비스들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일본 택시 사업자들은 최근 재팬택시를 필두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노후된 택시를 교체하는 등 쇄신에 나서고 있다. [사진 재팬택시]

핀란드에서는 한국에서도 불법으로 규정돼 퇴출당했던 우버가 지난 7월부터 서비스를 다시 시작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불법이었던 서비스가 허용된 것은 교통법을 손질한 핀란드 정부의 결정 때문이었다.

개정된 핀란드 교통법은 그간 정부가 허가한 택시 면허 건수의 총량 규제를 없앴다. 우버 드라이버가 되고 싶으면 정부가 발급한 택시 운전면허를 취득하면 된다. 기존 택시 사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택시 요금도 택시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영국 정부도 지난 6월 15개월 만에 우버 영업을 다시 허가해줬다.

이집트와 브라질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허용하되 여러 법 규정을 둬서 서비스에 뒤따르는 각종 부작용을 막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승차 공유 서비스가 안전하지 못하다"라거나 "승차 공유 서비스로 창출된 일자리는 안정적이지 못해 고용의 질은 더 떨어진다"는 비판 의견이 제기된다.

이집트 의회는 지난 5월 승차 공유 업체들의 서비스 요금·데이터 보유 규정을 담은 신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승차 공유 기업들은 약 3000만 이집트 파운드(약 19억원)를 내야 발급받을 수 있는 사업 허가증을 5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한다. 또 이들 기업은 사용자 데이터를 최소 6개월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이집트 당국 요청 시 데이터를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6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승차공유 서비스 토론회에서 데미안 게라딘 네덜란드 틸버그대 교수가 발표한 내용. 게라딘 교수는 "승차공유 앱을 통해 영업하는 운전자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택시기사들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진 OECD]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6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승차공유 서비스 토론회에서 데미안 게라딘 네덜란드 틸버그대 교수가 발표한 내용. 게라딘 교수는 "승차공유 앱을 통해 영업하는 운전자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택시기사들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진 OECD]

이집트는 지난 3월만 하더라도 법원이 "우버·카림 등 승차 공유 영업을 중지해달라"며 소송을 낸 택시 업체들의 손을 들어주며 승차 공유 서비스가 완전히 막힐 위기에 처했다. 이집트는 400만명의 승차 공유 서비스 이용자와 15만명의 운전자가 있는 아랍 최대 수요처다.

우버와 현지 기업인 카림은 "이집트인들에게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 생태계에 기여하겠다"며 이집트 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정부도 결국 서비스를 허용했다.

브라질 정부는 승차 공유 서비스 운전자들의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정책을 택했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3월 '승차 공유 운전자 자격 완화 법안'에 서명을 했다. 승차 공유 서비스에 대한 세부 규정은 지방 정부가 정할 수 있게 했으며, 모든 운전자는 사회 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 뉴욕에는 2012년 우버 등 승차공유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이후 '옐로택시'로 알려진 기존 택시들의 수는 비슷하게 유지됐으나, 승차공유 앱을 통한 차량 공급은 크게 늘었다. [사진 TLC]

미국 뉴욕에는 2012년 우버 등 승차공유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이후 '옐로택시'로 알려진 기존 택시들의 수는 비슷하게 유지됐으나, 승차공유 앱을 통한 차량 공급은 크게 늘었다. [사진 TLC]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승차공유 서비스 논란에 관한 토론회에는 "승차 공유 기업과 택시 업계 갈등을 제로섬 게임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데미안 게라딘 네덜란드 틸버그대 교수는 "승차공유 앱을 통해 영업하는 운전자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택시기사들이 손해를 본다는 접근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의 택시리무진사무국(TLC)은 이 자리에서 "2012년 우버가 도입된 이후 차량 공유 서비스 차량은 크게 늘었지만, 기존 택시의 수도 2018년까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승차공유 논란 중재 나서는 각국 정부>
▶일본

- 스타트업 '아지트', 고객이 기름값·통행료 등 실비 내는 승차공유 서비스 출시

- 국토교통성 "승객이 자발적으로 낸 사례금은 유상 운송으로 보지 않는다"

- 재팬택시, 도쿄올림픽 대비해 노후한 택시 교체, 앱 서비스 개선 중

▶핀란드
- 핀란드 정부, 택시 면허 건수 제한 없애고 택시 요금 제도 바꾸는 교통법 개정

- 우버, 지난해 핀란드 정부에 의해 영업 정지됐다가 7월부터 서비스 개시

▶이집트
- 이집트 의회, 5월 승차공유 업체들의 요금·데이터 보유 규정 담은 새로운 법 통과

- 택시 업계 반발에 서비스 막혔던 우버와 카림(이집트 기업)은 서비스 재개

▶브라질
-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3월 승차 공유 운전자 자격 완화하는 법안에 서명

- 대신 운전자들이 보험 등 사회보장 혜택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고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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