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한데 이어 한국어로 특별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의 한국어 연설 내용은 영국식 액센트가 담긴 영어로 순차 통역을 통해 전달됐다. 문 대통령 영어 통역을 담당한 사람은 채경훈 청와대 행정관이다.
영국 유학파 채경훈 청와대 행정관
채 행정관은 올해 5월 문 대통령의 미국 워싱턴 방문 때부터 전임 김종민 행정관에 이어 문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수행하고 있다. 직업외교관으로 현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파견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01학번인 채 행정관은 2007년 영어 능통자 전형으로 외시 41회에 합격해 외교부에 들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채 행정관은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중학교 1학년때까지 3년간 영국 런던에서 수학했다”고 전했다. 채 행정관이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이유다.
채 행정관은 청와대 파견 전까지는 외교부 북서아프리카과와 대북정책협력과 2등 서기관, 주 미국 대서관 1등서기관을 거쳐 2016년부터 주콩고 대사관 참사관 겸 영사로 재직했다. 지난해 김동조 전 외무장관 가족들이 설립한 해오재단이 수여하는 해오외교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콩고 방문 한국기업 대표단의 현금 분실사건 및 콩고 주재 교민사업가의 부당한 경찰 연행사건을 해결하는 등 우리 교민 보호에 적극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국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 가운데 미국 대통령과의 공조가 특히 중요한 만큼 영어 통역 담당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의전수석비서관이 따로 있어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동시에 수행하기도 했다. 외국어 실력뿐만 아니라 국제정치 등 인문학적 소양도 우수해야 한다. 채 행정관 전임인 김종민 행정관도 해외파에 통역장교를 지낸데다 2007년 외교부 북핵협상과 2등 서기관 시절 6자회담에서 영어 통역을 맡은 경험이 있다.
역대 한국대통령 영어 통역 가운데 잘 알려진 인물이 강경화 현 외교부 장관이다. 강 장관은 1997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전화 통역을 처음 동시통역했다. 이를 계기로 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약 3년간 영어 통역을 담당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