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주일째 두문불출, 이달 말 푸틴과 회담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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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7일 현재 1주일째 공개활동을 안 하고 있다. 노동당 창건일이었던 지난 10일에 맞춰 김일성ㆍ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같은날 삼지연관현악단 전용으로 재건축한 극장을 시찰했다는 소식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2차 북ㆍ미 정상회담 등 숨가쁜 연말 외교 일정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미국 중간선거 전 방러 가능성 #트럼프와 2차 회담도 예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을 맞아 당 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 간부들과 함께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이후 김정은은 17일까지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을 맞아 당 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 간부들과 함께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이후 김정은은 17일까지 공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김 위원장이 연내 가장 먼저 소화할 굵직한 외교 일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꼽을 수 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17일 중앙일보에 “이달 말에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는 15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방러 시점을 10월 말 또는 11월 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정부도 김 위원장의 연내 방러를 공식 확인했다. 러시아 대통령궁인 크렘린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정확한 방문 일정은 외교 채널을 통해 합의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방러를 기정사실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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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시점은 미국 중간선거(11월6일) 이전으로 서두를 것 같다는 게 외교가의 전망이다. 북ㆍ러 간 미세한 조정이 필요한 의제가 없는데다 전통적 우방을 방문한다는 외교적 의미가 큰 방문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러시아 방문은 의전적 의미가 강하다”며 “11월엔 북ㆍ미 정상회담에 집중하기 위해 러시아 방문은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올해 세 번이나 중국을 방문한 김 위원장이 균형 외교 측면에서 방러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3번의 남북 정상회담(4월, 5월, 9월), 1번의 북ㆍ미 정상회담(6월), 3번의 북ㆍ중 정상회담(3월, 5월 2번)을 소화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은 지난 6월 19일 베이징에 도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김정은은 올해 3번 방중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은 지난 6월 19일 베이징에 도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김정은은 올해 3번 방중했다. [노동신문]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연내 방북 여부도 관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조만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노동당 당사 집무실의 김 위원장의 머리 속을 지배하는 건 북ㆍ미 정상회담 전략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해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장소에 대해선 “미국에서 할 것 같지는 않다”고도 덧붙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지난 7일 방북 이후 북ㆍ미 간 실무협상은 현재 공식적으론 안갯속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지난 8일 “가능한한 빨리 만나자”고 했으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산책 중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중앙포토]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산책 중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중앙포토]

물밑에선 북ㆍ미 양측이 정상회담 시점과 장소를 놓고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비건 대표와 최 부상 간에는 장소 등을 놓고 실무적 수준의 논의가 진행될 것이고 실제 합의는 폼페이오 장관 방북 전부터 북ㆍ미 간 상호 채널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교수도 “비건 대표와 최 부상 사이에 큰 교착문제가 있다기 보다 큰 판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라며 “미국 중간선거 결과 등에 따라 빠르면 11월 말 정상회담을 한 뒤 종전선언을 하고 12월 중순 이후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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