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공사 고용세습 때 통진당 출신 폭력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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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정규직 직원의 친인척을 대거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일부 노조원이 통합진보당 출신의 정치권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이 ‘기획입사’를 한 뒤 서울교통공사에 민주노총 지부를 추가 설립하고 이후 폭력 행위를 주도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인사, 면접만 보고 입사해 노조지부 설립해 불법 주도”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9월과 12월,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임모씨와 정모씨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임씨와 정씨의 이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당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 지부장인 임씨와 노조 대의원인 정씨는 한국청년연대, 통합진보당 출신이다. 임씨와 정씨 모두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통합진보당 후보로 구의원에 출마한 적도 있다.

이들은 2016년 9월과 12월 무기계약직으로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다. 이들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직후인 그해 6월 서울교통공사가 ‘안전업무는 더 이상 외주를 주지 않고 무기계약직 직원을 선발해 맡기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입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스크린도어 개보수를 담당으로 들어갔지만 관련 경력은 없었다. 입사를 위해 이들은 ‘서류-면접-신체검사’로 이뤄진 3단계 전형만 거쳤다. 별도 필기시험 등은 없었다.

한국당은 임씨 등이 입사한 직후 민주노총 산하 지부 설립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이 두 사람이 주도해 PSD(스크린도어 담당 부서) 지부를 만들어 민주노총 산하로 들어갔다”며 “특히 임씨가 주도해 2017년 11월 서울시청 앞에서 불법 집회를 하다가 철거에 나선 청원경찰과 서울시 관계자를 무차별 폭행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이와 함께 당시 폭력행위 장면을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노조 '전언통신문' 보내 "친인척 채용 실태조사 거부하라" 지시 

서울지하철노조가 3월 조합원들에게 보낸 '전언통신문' [자유한국당 제공]

서울지하철노조가 3월 조합원들에게 보낸 '전언통신문' [자유한국당 제공]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 협상은 지난해 11월쯤 시작됐다. 시험을 거쳐 정규직 전환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서울시에서 나오자 노조 측은 “탈락자를 전제로 하는 시험은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김 총장은 “민주노총은 시험을 방해하고 시험 거부를 선동했다”며 “100% 합격하는 시험이 민주노총에는 가능하냐”고 비판했다. 노조 지부 설립을 주도한 임씨와 정씨도 이 과정에서 7급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친인척이 대거 채용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자 서울시는 지난 3월 실태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노조는 전 조합원들에게 ‘전언통신문’을 보내 “조사를 전면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노조 측은 통신문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은 경영진과 고위 간부직이 스스로 되돌아봐야할 문제이지 현장을 겨냥한 엄포식 과잉지시로 면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1만5000명에 달하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 가운데 1680명(11.2%)만 조사에 응한 게 노조의 방해공작 때문으로 보고 있다. 조사에 응한 1680명 가운데 친인척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는 모두 108명이었다. 김 총장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면 1080명이 채용비리에 연루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1285명 가운데 84%에 이르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친인척 채용 108명 외에도 더 있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노조만 연루된 것도 아니었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을 총괄하는 당시 기획처장인 김모 인사처장의 부인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김씨는 가족관계 전수조사 대상에서 부인을 제외시켰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전환 과정을 총괄한 사람이 자신의 부인을 전수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참으로 기가 막히고 가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이날 서울교통공사는 김 처장을 직위해제했다.

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고용세습 실태에 대해 국민들이 소상히 알 수 있도록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고용세습은 대기업 정규직 귀족노조만 일삼는 게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측근 단체장이 포진한 공공기관에서도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제보센터를 열어 다른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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