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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첫 보복…카슈끄지 암살설 비판한 버진그룹 계약 ‘킬’했다

중앙일보

입력

버진 그룹의 CEO인 리차드 브랜슨. [중앙포토]

버진 그룹의 CEO인 리차드 브랜슨. [중앙포토]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의혹에 비판을 이어온 영국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의 투자 계약을 철회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FT는 “서방의 압박에 대한 사우디 당국의 첫 공식 보복 조치(first concrete retaliation)”라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브랜슨 회장은 오는 2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개막할 예정인 국제 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그는 버진 그룹 산하 차세대 초고속 운송사인 ‘버진 하이퍼루프 원’과 사우디 당국의 사업 타당성 검토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브랜슨 회장은 “카슈끄지 의혹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밝혀질 때까지 사우디와의 투자 협상을 중단할 것”이라며 “카슈끄지 실종 및 피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서방의 누구라도 사우디와 사업 관계를 수정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버진그룹 우주사업과 홍해 관광 프로젝트 두 건을 추진 중이었다.

 브랜슨 회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사우디 당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FT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발언 공개) 단 한시간 반만에 (사우디 당국이) 하이퍼루프 사업을 위한 FII 컨퍼런스 초대를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거래를 킬(kill)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자말 카슈끄지의 사진을 들고 항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자말 카슈끄지의 사진을 들고 항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FT에 따르면 버진 하이퍼루프 원은 지난 18개월간 사우디 교통부에 각별히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부에서도 ‘브랜슨 회장의 발언이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 나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하이퍼루프 원 측은 “하이퍼루프원의 롭 로이드 최고경영자(CEO)는 FII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사우디 프로젝트에 관련해 사우디 정부로부터 ‘사업이 보류됐다’는 전달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퍼루프 원 측은 로이드 CEO의 불참과 관련해 “사우디 당국과의 거래가 추후라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브랜슨 회장 측은 사우디 당국의 계약 취소로 인한 피해는 입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FT는 브랜슨 회장의 지인을 인용해 “어떤 경제적 손실도 나지 않았다”는 그의 발언을 전했다.

 현재 버진 하이퍼루프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미국 텍사스·오하이오주 등에서 여섯 건 이상의 사업타당성 검토를 진행해왔다. 인도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아직 건설 입찰 단계에 이르진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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