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만 달러짜리 외국인선수가 해냈다. 제리 샌즈(31·미국)가 시원한 장타로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행을 이끌었다.
넥센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10-6으로 승리했다. 정규시즌 4위 넥센은 1승 어드밴티지를 더해 KIA를 물리치고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에 진출했다. 3위 한화와 넥센의 준PO 1차전은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다.
4회까지 '0'의 행진이 이어졌다. 넥센 선발 제이크 브리검과 KIA 선발 양현종 모두 호투를 펼쳤다. 경기는 5회부터 요동쳤다. KIA는 5회 초 김민식의 볼넷, 김선빈의 몸맞는공, 로저 버나디나의 희생번트로 만든 2사 2,3루서 최형우가 적시타를 쳐 2점을 뽑았다. 하지만 5회 말 KIA 수비진이 3개의 실책을 저지르면서 순식간에 스코어는 2-2가 됐다.
불타기 시작한 넥센 타선을 터트린 건 샌즈였다. 샌즈는 1사 2,3루에서 바뀐 투수 임창용과 풀카운트 접전을 벌인 끝에 강한 타구를 날렸다. KIA 유격수 황윤호가 몸을 날렸지만 글러브에 맞고 타구가 흘렀고, 그 사이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4-2를 만드는 역전 2타점 적시타. 샌즈의 배트는 8회에도 힘차게 돌아갔다. KIA 김윤동의 초구 빠른 공을 강타해 왼쪽 담장을 훌쩍 넘는 투런포로 8-5를 만들었다. 4타수 2안타·4타점을 기록한 샌즈는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면서 상금 100만원을 손에 넣었다.
지난 8월 마이클 초이스의 대체선수로 영입된 샌즈의 몸값은 인센티브 1만 달러를 합해도 겨우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 빅리그 153경기에 출전한 경력이 있지만 100만 달러 이상의 몸값을 받는 외국인선수들에 비하면 초라해 보였다. 그러나 정규시즌 타율 0.314, 12홈런·37타점을 올린 샌즈는 KBO리그에서 맞는 첫 포스트시즌에서도 제 역할을 해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샌즈가 복덩이다. 팀원들과도 잘 어울리고, 중요한 경기에서 역할을 해 줘 기쁘다"고 했다. 샌즈는 "중요한 경기를 이겨서 좋다. 투수들이 잘 던졌고, 타자들도 필요한 점수 뽑았다. 기분좋은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샌즈는 홈런 상황에 대해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박병호, 타격 코치와 얘기했다. 좋은 직구를 가진 투수이기 때문에 직구를 쳐서 높이 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5회 안타에 대해선 "최대한 주자를 불러들이려고 했다. 못 잡기를 바랐는데 운이 좀 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7회 득점을 한 뒤 강하게 하이파이브를 했을 때에 대해 "너무 세게 때려서 손가락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며 웃은 샌즈는 "많은 관중을 보고 포스트시즌을 실감했다. 이겼을 때 쾌감도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넥센과 샌즈는 준PO에서 우승을 향한 여정을 다시 이어간다. 샌즈는 "올해 내내 했던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화가 좋은 팀이지만 우리도 잘 준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