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韓男)일녀(日女)수다②-일본국민아이돌 AKB48, 한국아재 홀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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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를 설명할 때, 진부하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 이상의 표현은 없는 듯 합니다. 공감할 부분도, 갈등할 부분도 많다는 뜻이겠지요. 1년간 일본 도쿄에서 연수를 한 중앙일보 정현목 기자, 동국대 대학원에서 한국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나리카와 아야 칼럼니스트(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의기투합했습니다. 국적은 물론, 성별도 연령대도 다른 둘이 양국 사이의 이런저런 이슈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토크를 진행합니다. 첫회 주제(야스쿠니 신사)가 다소 무거웠기에 이번에는 발랄한 주제를 골랐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로 각광받고 있는 일본 국민아이돌 AKB 48입니다.

日女 "심사위원 독설에 울던 일본멤버들 불쌍…한국멤버 능력 더 뛰어나" #韓男 "AKB48, 극장아이돌서 글로벌그룹으로 성장…아키모토 프로듀서 상술 대단" #日女 "이명박 독도방문으로 한류 주춤한 사이 AKB48 국민아이돌로 성장" # 韓男 "트와이스 성공에 자극받은 AKB48, 한국진출 시도" # 日女 "AKB48 우익논란 억울…야스쿠니 공연은 벚꽃 축제 일환" # 韓男 "AKB48 인기 예전만 못해…지나친 상술로 음악시장 교란 지적도"


정현목(정): 이번 ‘프로듀스48’의 가장 큰 화두는 일본 아이돌 멤버들의 참가와 활약이었죠?

나리카와(나): 일본 국민 아이돌로 불리는 AKB48(이하 AKB) 멤버들이 대거 참가했고, 세 명이 끝까지 살아남아 12명에 포함됐어요. 한국 멤버들과 함께 그룹 아이즈원으로 활동하게 됐어요.  

'프로듀스48'의 공연장면 [엠넷 제공]

'프로듀스48'의 공연장면 [엠넷 제공]

정: AKB 멤버들이 타국의 혹독한 오디션에 참가한 걸 보면서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나: 첫방송 보면서 일본 멤버들이 너무 불쌍했어요. 심사위원들에게 계속 까이고, 울고, 한국 멤버들 실력에 주눅들고 하는 모습 보면서 마음이 엄청 불편했어요.    

정: 한국 멤버들과 일본 멤버들 간의 실력차가 초반에 화제가 됐죠. AKB 멤버들이 혹독하기로 ‘악명’ 높은 한국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의 AKB 팬들이 반대를 많이 했다네요. 왜 우리 애들을 ‘정글’로 내모냐며.  

나: AKB는 원래 국내용 그룹이었는데 지금은 중국·대만·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인도 등에 자매그룹이 생길 정도로 글로벌화됐어요.  

지난해 11월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린 '2017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 인 재팬'에 참석한 일본아이돌그룹 AKB48 [Mnet 제공]

지난해 11월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린 '2017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 인 재팬'에 참석한 일본아이돌그룹 AKB48 [Mnet 제공]

정: 일본만 해도 지역별로 자매그룹이 많잖아요. NMB48(오사카), HKT48(후쿠오카), SKE48(나고야), NGT48(니가타) 등. AKB48만 해도 연습생까지 합하면 백명이 넘고, 자매그룹까지 합하면 377명이에요. 해외그룹까지 포함하면 무려 622명! 오타쿠 성지인 도쿄 아키하바라의 허름한 전용극장에서 출발한 AKB가 이런 대그룹으로 성장하다니 대단하네요.  

도쿄 아키하바라의 AKB48 전용극장 [AKB48 홈페이지]

도쿄 아키하바라의 AKB48 전용극장 [AKB48 홈페이지]

나: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유치한 의상을 입고 2005년 공연을 시작했어요. 오타쿠를 타깃으로 한 거죠.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극장형 아이돌이란 친근한 컨셉이었죠.      

정: 지금은 국민아이돌이지만, 처음엔 엄청 고생했던데요. 다른 오디션에서 떨어진 멤버들로 팀을 꾸려 공연을 시작했는데 객석에 관객보다 매니저가 더 많았대요. 사기당한 거 아닌가 의심한 멤버도 있었다고 하니. ㅋㅋ  

나: 멤버들이 거리에서 홍보전단을 뿌렸는데, 받자마자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기도 했다네요. ㅠㅠ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4~5년 뒤부터 인기가 높아졌어요.    

정: 앨범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메이저 시장에 안착했는데, 악수회가 일등공신이었죠. 멤버들과 악수하며 짧게 대화할 수 있는 악수회 참가권을 CD에 동봉해 판매하니, 안팔릴 리가 있겠어요?  

나: 게다가 차기 싱글 앨범에 참가할 멤버를 팬들의 인기투표로 선발하는 총선거를 2009년부터 매년 실시하는데, 이 또한 투표권이 CD에 동봉돼 있어요. 팬 입장에선 좋아하는 멤버를 한번이라도 더 만나고, 총선거에서 밀어주기 위해선 CD를 많이 사줄 수 밖에 없는 거죠. 총선거는 '1인 1표'가 아닌 '1인 다표'니까요. 제가 몸 담았던 아사히 신문사에도 사무실 책상 위에 AKB CD를 쌓아둔 40~50대 남성들이 많았답니다. ㅎ

AKB48 총선거에서 올해 1위를 한 마츠이 쥬리나(첫째줄 가운데)와 3위 미야와키 사쿠라(첫째줄 오른쪽)도 ‘프로듀스 48’에 참가했다. [사진=AKB48 트위터]

AKB48 총선거에서 올해 1위를 한 마츠이 쥬리나(첫째줄 가운데)와 3위 미야와키 사쿠라(첫째줄 오른쪽)도 ‘프로듀스 48’에 참가했다. [사진=AKB48 트위터]

정: 일부 팬들이 처치곤란해진 CD를 박스 째로 산속에 버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네요. CD를 대량구매한 뒤 악수회 참가권, 투표권만 빼내고 음반은 중고 가게나 온라인 경매에 내놓는 경우도 많아요. 좋아하는 멤버를 응원하기 위해 CD를 수백, 수천장까지 사는 팬들이 있으니 벌어지는 일이죠. 아무튼 AKB를 만든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서가 머리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저런 절묘한 상술을 고안해내다니.  

나: AKB 총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보다 인기가 높아요. 생방송도 하고 일본 전체가 떠들썩하죠.  

정: 아키모토 입장에선 싱글 앨범에 참가할 멤버를 자기가 정하면 누구누구만 편애한다는 말이 나오니까, 팬들의 손에 맡겨버린 건데 일거양득이에요. 총선거가 큰 화제가 되면서 그룹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더 높은 순위에 오르기 위해 멤버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상승효과가 생기니까요. 높은 순위에 올라야 앨범 참여는 물론 각종 행사와 인터뷰, 방송출연, 화보촬영 등에 얼굴을 내밀 수 있으니까 멤버들로선 눈에 불을 켜고 달겨들 수 밖에 없죠. 아, 투표권이 들어있는 CD도 불티나게 팔리니까 일거삼득이군요.

나: 팬들의 인기투표(티켓판매)로 센터(주인공)가 정해지고 톱스타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졸업하는 건, 여성으로만 이뤄진 일본가극단 다카라즈카 시스템에서 따온 것이란 분석도 있어요. 저는 AKB가 국민 아이돌이 된 데는 냉각된 한일관계 덕도 있다고 봐요.

정: 무슨 말?

나: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일본은 다케시마)를 방문하면서 한일 관계가 얼어붙었잖아요. 그러면서 2차 한류를 이끌던 카라·소녀시대·동방신기의 일본활동도 위축됐어요. 혐한 분위기와 맞물려 일본 방송사들이 한국가수들을 출연시키지 않게 되면서 그 빈 자리를 AKB가 치고 들어갔어요. 지상파 출연이 많아지면서 안그래도 인기가 높아지던 AKB가 국민 아이돌로 자리잡게 됐죠.      

정: 당시 혐한 분위기가 그 정도로 험악했나요?

나: 그 때 기자였던 제가 방송사 관계자를 취재했는데, 한국가수들이 시청률을 높여주는 건 알지만, 불매운동을 두려워한 광고주들이 꺼려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 상황에서 AKB가 K-POP의 대항마이자 일본적 미의식과 집단성을 발휘하는 아이돌그룹이란 인식도 확산된 거 같아요.

정: 지금은 다시 3차 한류붐이 뜨겁죠. 이번엔 트와이스, BTS 등이 주도하고 있어요. 다시 ‘프로듀스48’ 얘기로 돌아오면, 아키모토 프로듀서는 왜 AKB 멤버들을 가혹한 ‘정글’로 내몰았을까요?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나: 그렇다고 봐요. 일본인 멤버가 셋이나 포함된 트와이스가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큰 성공을 거둔 게 아키모토 프로듀서를 자극하지 않았을까요. 일본인 멤버도 한국에서 사랑받을 수 있다, 일본인이라고 해서 무작정 거부하는 건 아니라는 게 증명됐으니까. AKB도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했을 법 하죠.

한일 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걸그룹 트와이스 [중앙포토]

한일 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걸그룹 트와이스 [중앙포토]

정: 일본에서 보니까, 트와이스 인기가 엄청나요.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출연은 물론, 이동통신 광고모델도 하고, 인기가수의 척도인 연말 홍백가합전에도 출전했잖아요. 전철에서 남자대학생들이 트와이스 얘기를 하는 걸 보고 인기를 실감했어요. 우리 사나(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 앗, 사나만 해도 한국팬이 엄청 많아요.

나: 우리 사나요? 정체가 탄로났군요. ㅎㅎ

정: 그건 그렇고… ‘프로듀스48’에서 최종합격한 일본 멤버 중 누가 가장 인상적이에요?

나: 개인적으론 야부키 나코를 좋아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게 눈에 보였던 혼다 히토미가 참 기특해요. 한국어도 열심히 배웠고. 혼다 히토미는 원래 일본에서 인기가 많지 않았는데, 그런 노력 덕분인지 이번에 나온 AKB 싱글 앨범에 메인 멤버로 참여했어요. '프로듀스48' 참가를 계기로 자신의 상품성이 높아진 거죠.

'프로듀스48'에 최종합격한 HKT48 멤버 야부키 나코 [엠넷 제공]

'프로듀스48'에 최종합격한 HKT48 멤버 야부키 나코 [엠넷 제공]

'프로듀스48'에 최종합격한 AKB48 멤버 혼다 히토미 [엠넷 제공]

'프로듀스48'에 최종합격한 AKB48 멤버 혼다 히토미 [엠넷 제공]

정: 미야와키 사쿠라에 대한 언급은 없네요?  

나: 그 친구는 비주얼 밖에 없잖아요. 일본에서도 인기 많지만, 전 별로 안좋아해요. 노래 못하면 별로거든요. ㅎ

정: 사쿠라 팬들이 이 글 보면 난리날텐데….    

나: 사실인 걸 어떡해요. ㅎ 사실 ‘프로듀스48’ 보면서 일본멤버들이 원래 춤을 못추는 건지, 연습을 안해서 그런건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야부키 나코는 점점 춤이 좋아지더라구요. 결국 일본 멤버들이 일본에서 훈련을 제대로 못받았다는 건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듀스48'에 최종합격한 HKT48 멤버 미야와키 사쿠라 [엠넷 제공]

'프로듀스48'에 최종합격한 HKT48 멤버 미야와키 사쿠라 [엠넷 제공]

정: 한국 멤버들과 실력차가 났던 일본 멤버들이 격차를 좁혀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시청자들이 동정하고, 응원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그러다 팬이 되기도 하고.  

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완벽하진 않지만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응원하는 것, 그게 일본의 아이돌 팬덤이잖아요. 다마고치(휴대형 전자 애완동물 사육기)를 하는 것처럼요.^^ 한국시청자들도 일본 멤버들을 보며 그런 마음을 느꼈을 거에요. 그렇게 되리라는 걸 아키모토 프로듀서도 예견했을 거고.

정: 아키모토 프로듀서, 참 머리가 좋네요.  

나: 주변의 40대 한국남성들도 ‘프로듀스48’에 대해 관심이 많던데요. AKB가 뭔지도 몰랐던 사람들인데. 애교 있는 일본 멤버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호감을 가진 것 같아요.

정: 눈물 작전도 통했겠죠. 심사위원들의 독설에 눈물을 많이 흘렸잖아요. 아재들이 여자의 눈물에 약하거든요. ㅎ

나: 하하하. 맞아요. 얼마나 가엾게 보였을까요. 서울 지하철 역내에 일본 멤버를 응원하는 광고판이 많이 붙은 걸 보고 놀랐어요.

'프로듀스48'에 최종합격한 한국 멤버와 일본 멤버로 구성된 그룹 '아이즈원' [아이즈원 공식 인스타그램]

'프로듀스48'에 최종합격한 한국 멤버와 일본 멤버로 구성된 그룹 '아이즈원' [아이즈원 공식 인스타그램]

정: 한국 멤버와 일본 멤버의 실력차도 교류가 활성화되면 좁혀지지 않을까요.

나: 좁혀질까요? 한국 멤버들이 선천적으로 춤과 노래가 더 뛰어난데.

정: 또 위험수위 발언을… 일본 팬들에게 혼나려고 ㅎ  

나: 사실인 걸요. 노래방에 가면 한국사람들이 훨씬 더 노래 잘해요. 가무(歌舞)의 평균치가 일본사람보다 높아요. 그런데다 일본 아이돌 연습생은 훈련도 안된 상태에서 데뷔부터 해요.

정: 고된 연습생 생활을 수년간 거친 뒤 완벽해진 상태에서 선택받은 일부 만이 데뷔하는 우리 아이돌 문화와는 딴판이죠.  

나: 문화의 차이인 거 같아요. 일본은 스모나 가부키(일본의 전통연극)도 팬들이 신인들의 스폰서 역할을 자처해요. 열심히 응원해주면 점점 성장해가겠지 그런 마음인 거죠. 될 성 부른 떡잎을 미리 알아보고 키워간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정: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문화가 또 다른 게, 일본은 미모나 스타일보다는 멤버 고유의 캐릭터가 더 중요한 거 같아요.

나: 잘 보셨네요. 미모 보다 캐릭터죠. AKB 총선거에서 1위를 여러 번 했던 마에다 아츠코, 사시하라 리노 같은 멤버를 보면 아주 예쁜 얼굴이 아니거든요. 자신의 강점을 살려 꾸준히 팬과 소통하며 노력하는 멤버들이 인기와 수명이 오래 가요.

카라 니콜과 포즈를 취한 AKB48의 전 멤버 마에다 아츠코(오른쪽). 마에다 아츠코는 AKB48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멤버 중 한명이다. [중앙포토]

카라 니콜과 포즈를 취한 AKB48의 전 멤버 마에다 아츠코(오른쪽). 마에다 아츠코는 AKB48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멤버 중 한명이다. [중앙포토]

정: 악수회 때 자기를 보러 온 팬이 아니어도 ‘우리 그룹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따뜻하게 악수해주는 멤버들이 그런 경우 아닐까요? 마에다 아츠코는 총선거에서 1위를 한 뒤 안티팬을 의식한 듯 울먹이며 “저를 싫어하는 건 괜찮지만, 우리 AKB48은 싫어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렇게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죠.

나: 맞아요. 한국은 아이돌 문화도 너무 외모 지상주의에요. 카라와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활동할 때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다들 예쁘고 키 크고 스타일도 비슷하니까. 그걸 안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일본 아이돌은 키도, 스타일도 천차만별이에요. 평균신장 160cm이하이고, 150cm도 안되는 멤버들이 수두룩해요. 작아서 오히려 예쁘다는 팬들도 많아요. 한국에는 그런 아이돌 없잖아요. 다양성과 개성 면에선 일본 아이돌이 윈(win)입니다. ^^

정: 동감입니다. 다양한 개성의 멤버들을 모아놓아야 각각 다른 취향과 기호의 남성 팬들을 폭넓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전략 때문이겠죠. 트와이스에선 사나 같은 개성있고 예쁜 멤버가 활력을 불어넣고 있죠. ㅎㅎ

나: 또 사나….

정: 그건 그렇고, AKB 인기가 예전만 못한 거 같아요. 올해 총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마츠이 쥬리나가 ‘AKB가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더 노력하자’는 뉘앙스의 소감을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지요. ‘소녀소녀’하고 예쁜 노기자카 46, ‘웃지 않는 아이돌’로 불리는 시크 계열의 케야키자카 46가 치고 올라온 상황이니까.

나: AKB가 아직도 영향력이 큰 그룹임에는 틀림없지만, 전성기는 이미 지난 것 같아요.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오타쿠 팬들에만 의존하지 말고, 젊은 팬을 유입해야 하는데 그럴 힘이 부족해 보여요. 예전처럼 상품성 있는 멤버들도 별로 안보이고, 이러다가 ‘모닝구무스메’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요. 게다가 요즘 일본 젊은이들, K-POP 정말 좋아하거든요. 트와이스처럼 K-POP 스타가 되겠다며 서울에서 한국어 학당 다니며 아르바이트하는 일본 젊은이들이 진짜 많아요.

정: 노기자카 46, 케야키자카 46 모두 아키모토 야스시가 프로듀싱하고 있잖아요. 언젠가 AKB48의 인기가 떨어질 걸 알고, 대안으로 만든 게 아닐까요. 두 동생그룹의 존재가 AKB에 자극을 줄 수도 있고.  

나: 그래서 아키모토 프로듀서가 지략가인 것 같아요. 업계에서 영향력도 크고.

방시혁 프로듀서와 포즈를 취한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서(오른쪽) [아키모토 야스시 인스타그램]

방시혁 프로듀서와 포즈를 취한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서(오른쪽) [아키모토 야스시 인스타그램]

정: 정리하자면, 2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AKB는 일본 사회에서 어떤 존재일까요?

나: 동일본 대지진 때 AKB의 역할이 컸어요. 엄청난 재난 앞에서 다들 키즈나(인연, 연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고, 다 함께 손잡고 서로 위로하고 싶을 때 대세 아이돌로 떠오른 AKB가 피해지역 순회 자선콘서트를 열고, 의연금을 내고, 피해주민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는 등 큰 힘이 됐죠. 덕분에 많은 이들이 위로받고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질 수 있었어요. 그 때 AKB가 없었다면 일본사회는 더 힘들었을 거에요.

정: 하지만 지나친 상술로 음반시장을 교란하고, 인해전술로 다른 아이돌 그룹이 설 자리를 빼앗는다는 지적도 있죠. 참 그리고, 아키모토 프로듀서와 아베 총리가 각별한 관계라는 얘기가 있더라구요.

나: 총리 입장에선 2020 도쿄올림픽도 있고, 일본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대중문화계 거물과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지 않겠어요? 그런 차원에서의 친교이지, 정치적으로 아베 총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정: 얼마 전에는 AKB가 야스쿠니 신사에서 공연했다는 사실 때문에 아키모토 프로듀서가 우익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한국에서 나오기도 했어요.

나: 그건 아키모토나 AKB 입장에선 억울할 거 같아요. AKB가 막 데뷔해서 신인일 때 야스쿠니 신사에서 열린 사쿠라 마츠리(벚꽃 축제)에서 노래를 부른 것 뿐이에요. 야스쿠니 신사의 의미와는 전혀 관계없는 행사에요. 야스쿠니 신사가 벚꽃 명소잖아요. AKB가 우익 논란에 휩싸였다는 한국 기사를 접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본인들이 많아요.

정: 그렇군요. 양국간 문화의 흐름, 마음의 흐름에 정치가 개입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잖아요. 아무튼 트와이스가 그런 흐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 ^^

나: 트와이스 얘기가 왜 안나오나 했어요. ㅎ

정: “사나 없이 어떻게 사나” 라고 외치는 아재 팬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만. ㅋㅋㅋ

걸그룹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 사나 [중앙포토]

걸그룹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 사나 [중앙포토]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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