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법원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처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오전 9시2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임 전 차장은 이어 ‘각종 사법농단 의혹 최종 지시자가 본인인가’, ‘USB에서 사법농단 문건이 나왔는데 독단적으로 실행한 건가’, ‘국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라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모두 “검찰 조사 중이라 조사에서 충분히 성실히 답하겠다”, “문건 작성 지시 여부에 대해서도 답변하겠다”,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은 검찰에서 설명하겠다”라고 답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부터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연이어 지내며 법원행정처 주요 실무를 총괄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키맨’으로 꼽힌다. 그는 대표적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소송과 일제강제징용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시절 청와대 뜻대로 강제징용소송 판결을 늦추는 등의 대가로 법관 해외 파견을 얻어내고 이 과정에서 임 전 차장이 청와대와 외교부를 드나들며 ‘재판거래’를 조율했다고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전교조 소송에서도 법원행정처가 고용노동부 측 재항고이유서를 대신 써주고 청와대를 통해 노동부에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주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전, 최철환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요청을 받고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법리검토를 해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을 통해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이었던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법원 내 학술 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에게 불리하도록 인사조치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을 비롯한 법원 내 비밀문건 등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