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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수출길 … 문 대통령 파리서 ‘시승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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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차가 올해 선보인 2세대 수소전기차 넥소의 주행 모습. 토요타 미라이, 혼다 클래리티 등 경쟁차 대비 앞선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올해 선보인 2세대 수소전기차 넥소의 주행 모습. 토요타 미라이, 혼다 클래리티 등 경쟁차 대비 앞선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수출로 수소전기차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유럽 시장을 전초기지로 삼았다.

현대차, 프랑스에 5000대 수출 #정부, 수소경제 등 3대 전략분야 #향후 5년간 10조원 투자 계획 #9월 스위스에 트럭 1000대 계약도 #국내선 충전소 인프라 구축 더뎌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전기차 ‘투싼 ix35 FCEV’를 선보였지만 판매량에선 경쟁업체인 일본의 도요타∙혼다 등에 크게 뒤져 있었다. 후발주자인 일본의 도요타(미라이∙2015년 양산)가 출시 이후 2700여 대, 혼다(클래리티∙2016년 양산)가 1000대 이상 판매했지만 현대차는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첫 수소전기차인 투싼이 4년간 900여 대가량 국내외 기관에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출시한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도 아직 성과는 신통치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현재 넥쏘는 모두 425대가 생산돼 국내에 251대를 판매했고, 108대를 수출했다. 경쟁차 대비 뛰어난 성능을 갖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건 한국의 수소 인프라가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보조금 규모가 작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넥쏘는 지금까지 2000대 넘게 계약됐지만 올해 정부로부터 보조금(225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규모는 740대에 불과하다.

독일 오펜바흐 현대차 독일법인 앞마당에 설치된 수소충전소. 일본과 유럽,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수소인프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오펜바흐(독일)=김도년 기자

독일 오펜바흐 현대차 독일법인 앞마당에 설치된 수소충전소. 일본과 유럽,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수소인프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오펜바흐(독일)=김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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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명박 정부시절 ‘녹색성장’을 표방하며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계획을 발표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도 2015년 수소차 보급계획을 내놓고 이듬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관협의체 ‘수소융합얼라이언스’를 발족했지만 더딘 걸음만 반복했다. 일본은 2014년, 중국은 2016년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수소경제’를 명시하고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에서 민간이 사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는 9개에 불과하다. 일본이 97개, 캐나다와 미국이 각각 56개, 40개가량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일반인이 수소전기차를 구입하더라도 운용이 불가능한 셈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대차는 성장이 더딘 국내보다 해외 수출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스위스 수소에너지 기업인 H2에너지와 2023년까지 수소전기트럭 1000대를 공급하기로 계약한 데 이어, 16일 프랑스에 5000대 규모의 승용∙상용 수소전기차를 공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산업용 가스회사인 프랑스 에어리퀴드와 수소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브느와 포티에 에어리퀴드 회장, 피에르-에티엔느 프랑 에어리퀴드 미래기술사업 총괄사장,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지난 6월 산업용 가스회사인 프랑스 에어리퀴드와 수소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브느와 포티에 에어리퀴드 회장, 피에르-에티엔느 프랑 에어리퀴드 미래기술사업 총괄사장,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사진 현대자동차]

기차와 트럭 등 육로를 통해 물류 이동이 이뤄지는 유럽은 최근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존 디젤트럭 운용이 불가능한 전망이다. 특히 유럽 물류의 중심인 스위스는 중량 3.5t 이상 디젤 화물트럭에 대해 연간 9000만원에 달하는 도로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연료전지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경쟁이 가능한 업체는 일본의 도요타∙혼다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완성차 업체는 기술격차가 5년 이상 벌어져 있다”고 말했다. 상용 수소전기차의 시장 가능성에 주목한 일본 도요타도 올해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항만에서 수소전기트럭을 시범 운행 중이다.

수소경제 분야 전문가들은 지난 10여년간 제자리걸음을 해 온 수소경제 관련 정책과 투자가 지속해서 이뤄진다면 현대차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든든한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수소경제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수소연료전지 분야에만 국한된 정책들이 남발됐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 사무총장도 “수소연료를 전기로 바꾸는 연료전지 분야의 기술은 한국과 일본이 독보적으로 다른 나라가 쉽게 따라올 수 없다”며 “친환경 미래 에너지 분야에서 수소기술은 미래 주력 수출산업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승해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경험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승해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경험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는 지난 6월 인공지능∙데이터와 함께 수소경제를 3대 전략투자분야로 정하고 앞으로 5년간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도 올해 양산을 시작한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내년부터 세계시장에 연간 3000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세계 수소전기차 규모는 승용차 4억 대, 트럭 1500만~2000만 대, 버스 500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현대자동차·테슬라·삼성증권,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 업계 종합, 산업통상자원부]

[자료=현대자동차·테슬라·삼성증권,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 업계 종합, 산업통상자원부]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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