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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건강하지 않았다"...전인지 공개석상서 속내 진솔하게 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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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소감을 말하다 눈물을 흘리는 전인지. [하나은행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우승 소감을 말하다 눈물을 흘리는 전인지. [하나은행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25개월만에 우승한 전인지는 우승 후 기자회견장에서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몇 번이나 더 눈물을 흘렸다. 그는 눈물 속에서 진솔하게 자신의 지난 25개월에 대해서 얘기했다.

전인지는 “마음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다. 스무 살, 스물 한 살 때 투어에 올라와 갑자기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재미있었다. 전인지, 후인지, 파전인지, 김치전인지도 모른다고 농담을 하고 지냈는데 유명해진 후 네이버를 보면 응원 실시간 댓글도 보이더라. 그러나 안 되기 시작하고 나서는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참기 힘든 속상한 말이 나왔다. 반응하지 않으려고 해도 머리에 박혀서 떠나지 않고 그에 반응하는 내가 밉고 더 싫더라. 아예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 무서웠다.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모습으로 투어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힘든 시간들이 한 번에 온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바닥으로 밀어 넣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인스타그램의 내 모습은 진짜 내 모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에 머리를 의미 없이 잘랐는데 이후 ‘약혼을 했다 파혼을 당했다’ ‘남자 친구와 결별을 하고 부모님이 강제로 잘랐다’는 루머들이 나와서 속이 상하더라. 그렇게 안 좋은 방향으로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지나고 보면 아주 작은 것들인데 그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의 정신은 건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픈 할머니가 그를 도왔다. 전인지는 “생일인 8월10일 할머니가 다쳤다는 얘기를 듣고 새벽에 병원에 달려갔다. 할머니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더라. 30분 면회를 하는데 29분 못알아 보다가 나오는 순간 ‘건강해야 돼’라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내 정신을 건강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인지. [하나은행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전인지. [하나은행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할머니는 전인지에게 엄마 같은 존재다. 그는 “어린 시절 부유한 가정이 아니어서 부모님이 일하러 가시고 할머니랑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 소중한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 못한 것은 너무 슬프더라. 할머니는 내 경기를 보는 것이 일상이셨는데, 우승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저를 보고 더 힘들었다. 우승하면서 할머니에게 그런 말을 할 기회를 만들어 기쁘다. 할머니가 손녀딸 잘했다고 말해주시면 너무나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인지는 “상대 선수를 깎아 내리는 것 보다 같이 어울러져서 잘 되는 따뜻한 환경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인터넷 환경을 바꾸는데 힘을 모아볼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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