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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더 걱정…국내 제조업계 "연말까지 더 힘들다"

중앙일보

입력

전북 군산시 한 공장의 차량 부품 제조 로봇. 한국 GM 군산공장 폐쇄 후 멈춰섰다. [문희철 기자]

전북 군산시 한 공장의 차량 부품 제조 로봇. 한국 GM 군산공장 폐쇄 후 멈춰섰다. [문희철 기자]

#충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올해 3분기까지 수주한 일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줄었다. 내수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품 주문량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2·3차 협력사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경비는 그대로인데 수요만 줄어 '적자 영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주의 한 철강업체는 최근 철강 쿼터로 미국 수출길이 막히자 내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다른 경쟁업체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렇게 좁은 내수시장에서 제품 공급만 증가하면서 저가 공세를 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됐다. 이 회사는 인건비는 물론 설비투자도 줄여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국내 제조업체가 울상을 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국내 기업 3곳 중 2곳이 올해 실적 목표치를 채울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내수 경기가 부진한 데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고용 환경까지 달라진 점이 목표 달성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14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Business Survey Index)는 75로 집계돼, 전 분기보다 1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BSI 지수가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 체감 경기가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이라고 본 기업이 많다는 것이지만, 이 지수가 100보다 작을수록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곳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BSI 지수가 8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업종별로는 화장품(108)·의료정밀기기(102) 등 한류 산업을 이끄는 업종을 제외하면 모두 체감 경기가 나빠졌다. 자동차·부품(66), 기계(69), 철강(70), 조선·부품(70) 등 기존 취약업종은 물론,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다는 평가를 받던 정보기술(IT)·가전(73), 정유·석유화학(74) 등에도 부정적 기류가 우세했다.

전 전북 군산시 소룡동 C사 공장 앞마당에 쌓여있는 렉(rack). 한때 이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이 렉에 가득했지만 지금은 텅 비어있다. 이 회사는 렉 1개당 평균 150만원을 투자했지만,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후 개당 1만원에 고철처리를 고심 중이다. [군산 = 문희철 기자]

전 전북 군산시 소룡동 C사 공장 앞마당에 쌓여있는 렉(rack). 한때 이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이 렉에 가득했지만 지금은 텅 비어있다. 이 회사는 렉 1개당 평균 150만원을 투자했지만,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후 개당 1만원에 고철처리를 고심 중이다. [군산 = 문희철 기자]

제조업 경기 둔화는 자동차와 선박 등 주력 상품 생산량에서도 일부 감지되고 있다. 정희철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세계 6위, 선박 건조량은 2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순위를 올렸음에도 생산량은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72.5%)이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인 내림세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 기업들의 투자나 고용 확대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3분기까지 한국의 전체 수출량은 전년동기 대비 4.7% 늘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1.7%가 줄었다"며 "신산업 육성 등 추세를 반전시킬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이럴 때야말로 단기적 처방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규제 혁신 등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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