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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장벽 그라피티 활동가 상대 1000만원 민사소송…“사회적 경종 차원”

중앙일보

입력

서울 청계천 베를린광장에 설치된 베를린장벽이 그라피티로 훼손돼있다. [뉴스1]

서울 청계천 베를린광장에 설치된 베를린장벽이 그라피티로 훼손돼있다. [뉴스1]

서울시가 지난 6월 발생한 청계천 2가 삼일교 남단에 설치된 베를린장벽 훼손 사건에 대해 형사상 처벌과 별도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그라피티(graffiti) 활동가 정태용(28)씨는 지난 6월 청계천 베를린장벽에 그림을 그려 원형을 훼손했다. 정씨는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 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정씨가 훼손한 설치물은 독일 베를린시가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기원하고자 2005년 청계천 복원 완공 시점에 맞춰 서울시에 기증한 실제 베를린장벽 원형이다. 최근 남ㆍ북의 평화 분위기 지속과 나아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의미에서도 상당한 가치가 있는 시설물이다.

본래 독일인들의 통일을 염원하던 그림이 그려져 있던 서독 쪽 면은 정씨의 그라피티로 노란색과 분홍색, 파란색 페인트 줄이 그려졌다. 깨끗했던 동독 쪽 면은 정씨가 남긴 글귀로 훼손됐다.

이에 대해 정씨는 지난 6월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베를린 장벽은 국내에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장벽 자체에 많은 상징성들이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가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 그 상징성에 대한 부여, 그것만으로 충분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곳에 이와 같은 행위를 해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며 “죄송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베를린장벽을 관리하는 중구청 등과 스프레이로 훼손된 것도 하나의 역사로 보고 그대로 존치할지,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구할지 수차례 회의를 진행한 결과 베를린 장벽을 복원하기로 최종 확정하고 11월까지 복구를 완료할 계획이다.

시는 복원에 필요한 예산으로 1000만원 가량을 중구청에 지급하고, 훼손자를 상대로 ‘복구비용 및 기타 손해배상지급 청구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설물 주위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베를린장벽 훼손자는 물론, 앞으로 발생하는 공원 내 시설물 등 훼손에 대해 더욱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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