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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할배·할매, 20대 손녀와 크루즈 여행 떠나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반려도서(50)   

『어느 싱글과 시니어의 크루즈 여행기』
루시 나이즐리·조고은 옮김 / 에스(s) / 1만5000원

어느 싱글과 시니어의 크루즈 여행기

어느 싱글과 시니어의 크루즈 여행기

“나는 갑자기 크루즈에 오르게 되었다.”

실버타운에서 지내던 노년의 부부인 할머니 필리스(91세)와 할아버지 앨런(93세)은 갑자기 크루즈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적지 않은 연세의 나이에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족들의 맘이 편치만은 않다. 누구 하나같이 갔으면 싶은데 아빠부터 삼촌이며 숙모, 이모 등 선뜻 나서는 이도 없다. 돈도 없고, 애인도 없는 춥고 외로운 겨울을 보내던 20대 젊은 싱글여성(여행 당시 27세)인 손녀 루시 나이즐리는 ‘내가 또 언제 크루즈를 타보겠어’라는 마음으로 조부모님과 더욱 가까워지는 여행을 꿈꾸며 선뜻 크루즈에 오르기로 한다.

『어느 싱글과 시니어의 크루즈 여행기』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크루즈에 오른 저자가 그 경험을 책에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책이다. 부모와의 여행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여행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야심 차게 여행길에 올랐지만 출국 절차를 밟기조차 쉽지 않다. 저자는 여행 중 순간순간 혼돈에 빠진다. ‘나는 왜 여길 와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혼자 돌보고 있을까’하고 말이다. 오히려 여행 시작 전 가장 걱정의 대상이었던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길 바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할머니의 가방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나빴고, 심리 상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할아버지는 바지에 실례하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더는 책을 읽지 않고, 신체적으로 제약이 많으며,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수영에도 관심이 없고, 오랫동안 앉아 있지도 못한다. 도대체 여행 내내 뭘 해야 할까.

“늘 노년의 허약함을 의식하며 지내다 보니 젊음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돼. 인간이 어린아이를 보면 자연스레 돌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반면, 나이가 드는 건 받아들이려 하지 않게끔 진화했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이야.”

여행은 뭉클한 감동을 주는 한 편의 드라마였을까, 끝내주게 웃긴 코미디였을까. 조부모님과 더욱 가까워지는 여행이었을까, 점점 나빠지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건강에 대한 우울함만 깨닫게 됐을까. 우왕좌왕하는 저자를 보고 있자니 웃기기도 하고 마음이 짠하기도 한데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여행이 무사히 끝나길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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