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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출발" 말했던 김창호 대장…눈사태에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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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프루나 산군을 등반 중인 김창호 대장. [중앙포토]

안나프루나 산군을 등반 중인 김창호 대장. [중앙포토]

히말라야 등반 도중 사망한 김창호(49) 대장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산악인이었다. 2013년엔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최단 기간에 무산소로 올라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는 지난달 28일 유영직(49‧장비담당)씨, 이재훈(25‧식량의료담당)씨, 임일진(49‧다큐멘터리 영화감독)씨 등을 이끌고 히말라야 등반길에 올랐다. 히말라야 구르자히말(7193m)은 산악인들 사이에서도 험하고 위험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산악연맹에 따르면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구르자히말 원정대’는 새로운 등산 루트를 개척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눈 폭풍에 따른 산사태에 휘말리면서 사고가 일어났다.

김창호 대장은 1969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산을 좋아해 쌀과 냄비를 챙겨 산을 오르던 소년은 25살인 1993년에 그레이트 트랑고타워(6284m)를 완등했다. 히말라야 정복을 시작해 2012년까지 8000m급 13개봉에 16회 올랐고, 바투라(7762m) 등 7000m급 2개 봉을 세계 최초로 등반했다.

2013년에는 세계 최고봉이라 불리는 에베레스트(8848m)를 인도 벵골만의 해발 0m에서부터 출발해 오르는 데 성공했다. 카약을 타고 156km, 사이클로 893km, 트레킹으로 162km를 40일 동안 횡단하고 나서 산을 오른 것이다. 산은 사람의 몸으로만 올라야 한다는 원칙과 고통스러울수록 성취감이 있다는 신조가 만든 역사적 도전이었다.

그 집념 덕에 알파인 스타일(alpine style)로 산에 오른 최고의 알피니스트들이 받는 '황금피켈상 아시아'를 수상하기도 했다. 알파인 스타일은 지원조의 도움 없이 고정 로프는 물론, 산소 기구까지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베이스 캠프를 출발해 자력으로 정상까지 계속 밀어붙이는 등반 방식이다.

김 대장은 정복욕 때문이 아니라 등산 자체의 만족감 때문에 산을 오른다고 거듭 강조한 인물이다. 또, 'from home to home(집에서 집으로)'을 등정의 모토로 삼아왔었다. 가장 성공한 원정은 대원 모두가 집 문을 열고 나가서 닫고 들어오는 것이라는 뜻이다.

생전 본지 인터뷰에서 “원정을 앞두고는 눈사태·낙석·식량 고갈·동료의 부상 등 모든 부정적인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어떤 극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잘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출발해야 하고, 안 되겠다 싶으면 미련 없이 돌아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창호 산악대장(왼쪽에서 두번째)을 포함한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한국인 대원들이 12일(현지시간) 네팔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1]

김창호 산악대장(왼쪽에서 두번째)을 포함한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한국인 대원들이 12일(현지시간) 네팔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1]

도전과 동시에 안전을 추구했던 김 대장과 대원들의 사망 보도 이후 애도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산악연맹 관계자는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네팔등산협회에서 사고 현지로 구조대를 파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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