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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찍을 것” 테일러 스위프트 VS “트럼프 지지” 카니예 웨스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음악계 대표 '앙숙'인 테일러 스위프트(왼쪽)와 카니예 웨스트. [중앙포토]

미국 음악계 대표 '앙숙'인 테일러 스위프트(왼쪽)와 카니예 웨스트. [중앙포토]

9일(현지시간) 열린 ‘2018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29), 그리고 그래미상을 21회나 수상한 스타 래퍼 카니예 웨스트(41).

美 중간선거 앞두고 다시 격돌한 ‘앙숙’

두 사람은 미국 음악계의 대표적인 ‘앙숙’으로 꼽힙니다. 2009년 MTV 비디오뮤직어워드(VMA) 시상식에서 웨스트가 스위프트를 망신 주며 맺은 ‘악연’을 끈질기게 이어오고 있죠.(자세한 내용은 뒤에 소개합니다) 이런 두 사람이 오는 11월 6일 열리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격돌했다는 뉴스가 최근 미국 언론을 달구고 있습니다. 웨스트는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을, 스위프트는 민주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다시 대결 구도를 형성한 겁니다.

시작은 카니예 웨스트였습니다. 미국 연예계에서 보기 드문 ‘트럼프 지지자’인 그는 지난 달 29일 NBC 코미디쇼 ‘SNL(Saturday Night Live)’에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문구가 적힌 모자를 써 제작진을 당황케 했죠.

그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많은 백인들은 (흑인인) 내게 어떻게 인종차별주의자인 트럼프를 좋아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내가 인종차별에 신경을 썼다면, 진작에 미국을 떠났을 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적힌 모자를 쓰고 'SNL'에 출연한 카니예 웨스트. [사진 유튜브 캡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적힌 모자를 쓰고 'SNL'에 출연한 카니예 웨스트. [사진 유튜브 캡처]

웨스트를 의식한 행동인 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동안 정치적인 발언을 피해왔던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례적으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테네시주(州) 중간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여성 상원의원 후보 마샤 블랙번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겁니다. “블랙번은 남녀동등임금법에 반대했고, 여성폭력방지 법안에도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 스위프트는 “테네시주 상원의원에는 필 브레드슨 후보를, 하원의원에는 짐 쿠퍼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자신이 투표할 민주당 후보를 콕 집어 공개했죠.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다들 유권자 등록을 하시라”고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 1억1200만 명, 트위터 8400만 명의 팔로워를 둔 SNS스타이기도 하죠.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캡처]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테일러 스위프트의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캡처]

“축하해, 하지만 비욘세가 최고야” 

미국 연예인들이 공개적으로 정치인 지지 선언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맞붙은 대선에선 여러 스타들이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었죠. 배우 클로이 모레츠, 케이티 페리, 가수 비욘세, 레이디 가가와 마돈나,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이었습니다.

이번 ‘스위프트 vs 웨스트’의 정치 싸움이 유별난 관심을 끈 것은, 이들이 수년 간에 걸쳐 정치와는 상관없는 ‘난투’를 벌였던 앙숙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2009년 VMA에서 스위프트가 수상하자 무대에 난입한 웨스트. [사진 유튜브 캡처]

2009년 VMA에서 스위프트가 수상하자 무대에 난입한 웨스트. [사진 유튜브 캡처]

CNN 등 미국 언론이 소개한 악연의 시작은 2009년이었습니다. 당시 19세의 신예였던 스위프트는 그해 VMA에서 ‘유 빌롱 위드 미(You Belong With Me)’로 비욘세의 메가히트곡 ‘싱글 레이디(Single Ladies)’를 누르고 ‘최고 여성 가수 비디오’상을 수상합니다.

사건은 스위프트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던 중 벌어졌죠. 카니예 웨스트가 갑자기 무대로 올라와 스위프트의 마이크를 빼앗고는 “내가 끝내 줄께(Imma let you finish)”라며 이렇게 소리친 거죠. “축하해. 하지만 비욘세의 뮤직비디오가 최고야! 비욘세는 항상 최고야!!” 화면에는 당황한 비욘세의 모습이 등장했고, 스위프트는 눈물을 흘리며 무대를 떠났습니다.

해프닝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웨스트는 이후 여러 방송에서 사과하고 테일러에게 꽃다발을 보내기도 했지만, 또 다른 방송에서는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과한 것”이라며 스위프트의 속을 긁습니다. 2010년 스위프트는 ‘이노센트(Innocent)’라는 곡에서 웨스트를 겨냥한 가사를 쓰죠. “괜찮아, 삶은 힘든 거니까. 32살, 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어.” 보듬는 것 같기도, 비꼬는 것 같기도 한 내용입니다.

카니예 웨스트와 부인 킴 카사디안. [AP=연합뉴스]

카니예 웨스트와 부인 킴 카사디안. [AP=연합뉴스]

그리고 한 동안 괜찮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2016년 다시 수렁으로 빠져들죠. 웨스트가 신곡 ‘페이머스(Famous)’에서 테일러를 언급하며 “내가 그년(that bitch)을 유명하게 만들었거든” 같은 가사를 넣은 것이죠. 심지어 뮤직 비디오에는 스위프트의 누드 합성사진을 넣어 스위프트의 팬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웨스트는 다시 한번 천하의 나쁜 놈이 되었죠.

이후 웨스트의 부인인 모델 킴 카사디안이 참전합니다. 이 곡이 발표되기 전 스위프트가 가사 내용에 동의했다고 밝히면서 스위프트의 긍정적인 반응이 담긴 음성 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스위프트에 대한 여론은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카사디안은 SNS에 스위프트를 ‘뱀’으로 묘사한 글을 올리고, 스위프트는 다시 웨스트를 공격하는 가사를 쓰고, 그렇게 진흙탕 싸움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중간 선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정치적인 발언으로 다시 맞붙은 겁니다.

“스위프트에 대한 호감도가 25%쯤 떨어졌다”

SNS로 세상과 소통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재밌는 상황에 조용히 있을 리 없습니다. 스위프트가 인스타그램에 민주당 지지 글을 남긴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여전히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예전보다 25% 정도 덜 좋아하게 됐다.”

 2016년 트럼프 타워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카니예 웨스트. [AP=연합뉴스]

2016년 트럼프 타워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카니예 웨스트. [AP=연합뉴스]

반면 자신을 지지해 준 웨스트에게는 “훌륭했다”고 칭찬하며 백악관으로 초청합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그는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보좌관 등을 만나 “미국의 제조업 부흥, 교정 행정 개혁, 갱 폭력 예방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가디언지는 9일 “이번엔 스위프트가 기세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합니다. 중간 선거 유권자 등록 사이트(Vote.org) 대변인 카마리 구스리에에 따르면, 스위프트가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유권자 등록을 호소한 후, 테네시주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유권자 등록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합니다.

9일 AMA에서 최고상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테일러 스위프트. [AP=연합뉴스]

9일 AMA에서 최고상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테일러 스위프트. [AP=연합뉴스]

24시간 만에 6만 5000명이 신규 등록했고, 9일 정오까지 미 전역에 걸쳐 16만 6000명이 새로 유권자 등록을 했는데 이 중 42%가 스위프트의 팬층이라 할 수 있는 18~24세 유권자들이었습니다.

특히 스위프트의 지역구인 테네시주의 상원의원 선거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박빙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측되는 곳이라 ‘스위프트 효과’가 판세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테네시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선거인단 16명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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