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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너무 가벼운 외교장관의 5·24 조치 해제 발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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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 국정감사 첫날인 어제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한심한 상황이 발생했다. 강경화 장관이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와 관련해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범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말이 너무 앞섰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5·24 조치 주무부처는 통일부다. 외교장관이 할 말도 아니었고,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지정한 대북 제재인 5·24 조치를 북한의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결코 가볍게 언급할 사안이 아니었다.

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평양에 가 보니 중국 관광객이 많더라. 우리가 금강산 관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제재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5·24 조치 때문이 아닌가”라며 “현 정부에선 5·24 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때 백두산에 올랐을 때의 “감동”까지 주고받으며 묻고 답했다. 강 장관의 가벼운 처신은 이번만이 아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무기 보유 목록 제출(핵신고) 요구를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해 한국의 외교장관이 북한의 논리로 미국을 압박한다는 지적을 받지 않았는가.

강 장관과 집권당 이해찬 대표의 문답은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완화에 진력하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이 대표는 강 장관에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유엔 안보리를 상대로  설득해야 한다고까지 주문했다. 북핵 문제 당사자인 한국이 대북제재의 정신을 훼손하는 분위기를 자꾸만 조성한다는 점은 심각히 생각해 볼 문제다. 대북제재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가장 늦게까지 가져가야 할 수단이다. 우리가 ‘성의’를 보여주면 북한이 비핵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건 비현실적 희망이다. 핵을 버리지 않고도 버틸 힘만 보태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