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는 대표적 회유성 어종이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성어(成魚)가 된 후, 수천㎞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났던 강 상류로 돌아온다. 바다에서 6개월~3년의 세월을 보내며 성장하는 동안, 연어는 어떻게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잊지 않고 정확히 찾아올 수 있는 것일까.
지구 자기장 탐지 '내비게이션'으로 고향 찾아오는 연어
미국 오리건주립대(OSU) 연구진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지난 8일(현지시각), 대서양 연어가 선천적으로 지구의 자기장을 탐지하고 기억하는 '내비게이션'을 내재하고 있어 바다에서 강으로 회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좁은 수로 등 미세한 영역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지각 능력도 갖게 된다고 발표했다.
특히 연구진은 양식을 위해 수세대에 걸쳐 회귀본능을 억제한 육지 연어(Land-locked Salmon) 역시 자기장을 탐지하는 능력을 잃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반 연어와 달리 한 장소에서 태어나고 자란 양식 연어도 야생에 풀어놓으면 금세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회유성 어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결과는 같은 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인위적인 자기장 영향에도 제 갈 길 찾아...10세대 지났지만 능력 그대로
OSU 연구진은 2014년 2월, 대서양 연어의 사촌 격인 왕연어(Chinook Salmon)가 자기장을 이용하는 능력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종의 연어 역시 이 같은 능력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먼저 연어의 자기장 탐지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오리건 부화 연구 센터(Oregon Hatchery Research Center)에 설치된 원형 어망 주변에 구리 전선이 감긴 코일을 둘렀다. 도선에 전류가 흐르면, 선을 중심으로 동심원 방향의 자기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지구의 자기장을 모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 연구진은 1150마리의 대서양 연어를 인근의 호스머 호수에서 공수해왔다. 이들 연어는 60여 년 전, 북대서양 연안의 미국 메인 주(州)에서 태평양을 끼고 있는 오리건 주로 옮겨져 와 약 10세대 동안 호수에서 서식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일반 연어와 같은 자기장 탐지ㆍ기억 능력을 여전히 가졌는지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연구결과 연어는 수세대 동안 '자기장 지도'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연구를 진행한 미셸 스캔란 OSU 농업과학대 교수는 "태평양 연어가 서식하는 지역에 대서양 연어를 두고 다른 자기장에 노출하면 어떻게 반응할지 의문을 품었다"며 "연구결과, 수조 속에서도 연어는 올바른 자기장을 정확히 구분해냈다"고 밝혔다.
미세 움직임에도 유용한 자기장 GPS...연어양식에는 '위협'
2014년 박사후과정으로 연어 내비게이션 연구에 참여한 내든 퍼트만 LGL 생태학연구소(LGL Ecological Research Associates) 선임 연구원은 "호스머 호수의 연어들이 자기장 탐지 능력을 잃지 않은 것은 이것이 '쓰지 않는다고 퇴화되는 능력'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호수에서도 자기장을 이용하면, 수로를 빠져나가는 등 보다 미세한 차원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장점이 있다는 게 퍼트만 연구원의 설명이다.
한편, 대서양 연어의 이런 자기장 탐지 능력은, 연어 양식업에는 위험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태평양 연안인 워싱턴 퍼젯 사운드 연어양식장에서 20만~30만 마리의 대서양 연어가 탈출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서양 연어는 자연상태에서는 태평양에 서식하는 어종이 아니기 때문에, 치어를 잡아먹는 등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당시 빠져나간 연어 중 일부 개체는 약 8개월 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스카짓강에서 발견돼,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이 사건 이후 워싱턴 주 정부는 대서양 연어 양식을 금지한 바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