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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양영유의 시시각각

유은혜, 이미지 교육으론 어림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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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양영유
양영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논설위원

양영유 논설위원

“유은혜는 이미지 정치인이다. 개혁을 꺼리고 총선 출마용 스펙이나 쌓는 인액션(inaction) 리스크가 클 것이다.”

다음 총선까지 장관직 보장 착각 #‘사즉생’ 안 하면 치명상 입을 것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한 여당 중진의원의 예견은 초장부터 빗나갔다. 외려 오버액션(over action)으로 떠들썩하니 말이다. 유 장관은 2일 취임식에서 “교육은 속도와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뜻밖의 속도전을 편다. 당초 2020년 도입 예정이던 고교 무상교육 내년 전격 시행, 국가교육위원회 내년 설치, 유치원과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허용-. 기자에게 ‘인액션’을 장담했던 여당 의원은 뒤늦게 청와대의 ‘유은혜 구하기’가 작동한 것으로 해석했다. “김상곤 지우기를 하는 거다. 그래야 유은혜가 산다. 인기 얻을 만한 것만 뒤집지 않나. 이미지 교육이다.” 일리 있는 논거였다.

하지만 역대 최약체라는 청와대 교육라인이 그런 전략을 짰다면 큰 문제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부동산에 골몰하는 부동산 전문가이고, 이광호 교육비서관은 노동운동과 학원 운영을 하다 대안학교 교장을 지낸 인물이다. 둘 다 정통 교육에 어설프다. 그러니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정책이 더 불안한 것이다.

사실 방과후 영어수업 허용은 다분히 성난 엄마들 심기를 다독이려는 이미지 정책이다. 고교 무상교육도 다르지 않다. 대통령 공약이니 슬쩍 앞당겨도 공짜니 좋아할 거라 계산한 게 분명하다. 그러나 정책엔 선후가 있는 법. 고교 무상교육의 경우 연간 2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부처 협의도 없이 덜컥 취임 선물로 내놓았다. 그 선물값, 누가 내나. 유은혜 구하기의 모순이다.

더욱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교육 거버넌스를 바꾸는 국가적 중대사다. 정부 독립 의결기구로 정권·이념과 관계없이 정책의 안정성·일관성·중립성·자주성을 확보하자는 게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교육부 권한과 기능을 ‘반쪽’으로 쪼그라뜨리고 종국엔 폐지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 축소론을 주창했던 김상곤조차 손도 못 대고 힘만 더 키웠다. 장관 해 보니 좋고 제 식구 내치기는 힘들어서다. 과연 유 장관은 돌파력이 있을까. 철옹성 같은 관료들에 휘둘리지 않을지 두고 볼 일이다.

유 장관은 속도전으로 노점상 좌판처럼 너절했던 흠결을 가리고 있다. 유치원 현장 방문에선 “국가가 보육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역할도 하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부총리, 23년 만의 여성 교육부 장관의 이미지 쌓기다. 한데 교육은 수사(修辭)로만 되지 않는다. 성과가 금방 나타나지도 않고 단일한 해법도 없다. 그런데 그의 앞에는 단기간 내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수두룩하다. 대입 안정과 고교학점제, 고등교육 개편은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교육 틀도 설계해야 한다. 청와대 엄호를 받기에 앞서 스스로 실력과 철학, 비전을 보여주는 게 시급한 것이다.

그런데 뭔가 착각하는 듯하다. 마치 2020년 4월 총선 전까지 스펙을 쌓아 3선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직(職)을 보장받은 듯한 태도다. 대체 누가 임기를 보장해 준단 말인가. 제아무리 대통령 총애를 받는다 한들 정책 방향이 삐끗하면 파리 목숨인 자리인데 말이다.

역대 교육부 장관을 봐도 그렇다. 단명의 대명사다. 1990년대 이후엔 진보 정권이 배로 더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부 수장만은 임기를 함께하겠다”고 했지만 6명을 바꿨다. 김대중 정부 때는 7명이었다. 이돈희는 4개월, 김덕중·문용린은 7개월 만에 나갔다.

유 장관 임기는 백지수표다. 총선용 이미지 교육만 즐긴다면 출마는커녕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사즉생(死則生)의 결기와 진정성이 필요하다. 임기는 국민이 판단한다.

양영유 논설위원